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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다니는 사람과 사는 사람은 불행하겠어?

요즘 한 프로젝트를 같이 하고 있는 저자들과 식사를 하는데, 한 저자가 나에게 말했다.


"출판사 다니는 사람과 사는 사람은 불행하겠어."

“네? 왜요?”

“매일 야근하고 주말엔 특근하고 집에 늘 아내와 엄마가 없잖아. 그런 집에 살면 절대 행복할 수 없지.”


그 말을 듣고 잠시 멍해졌다. 처음에는 ‘그가 무엇인데 나와 내 가족의 행복 여부를 판단하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가 참 무례하다고 느꼈고, 그다음에는 그의 말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문득 남편과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남편과 나는 직업 특성상 야근을 종종 한다. 연애 시절과 결혼 초기에는 둘 다 야근이 많은 편이라서 야근을 하는 것이 우리에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둘 다 야근을 했기 때문에 주말 연애를 하면서 결혼을 했고 가정생활도 어느 정도 템포를 맞춰 갈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는 가끔 친구나 동료들에게 이야기하기를 우리 둘 중 하나가 칼퇴근을 하는 직장에 다녔으면 우리가 결혼에 다다르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삶의 스타일이 다른 사람들이 합을 맞추기는 쉽지 않고 그런 경우 둘 중 한 명이 다른 한 명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추다가 불만이 생겨서 헤어지는 경우를 종종 봤다.


그에 비해 우리는 삶의 스타일과 세상을 살아가는 관점이 비슷하다. 최신 트렌드에 민감하진 않지만, 삶에 대한 자신만의 중심과 방향이 있다. 요즘 같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워라밸을 추구하며 퇴사를 결심하고 새로운 삶을 찾아가기도 하는 시대에 우리같이 일을 하는 류의 사람들은 누군가에겐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회사나 조직에서는 누군가가 해야 되는 일이 있고 우리는 그것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과 책임감, 그리고 우직함이 있다. 물론 이러한 특성 때문에 가정생활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좀 더 부대끼게 돌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한 성향에 대해 서로 격려하며 서로를 서포트한다.


가정에서는 둘 중 한 명이 어떤 일을 하더라도 서로 믿어줄 수 있는 신뢰가 있고, 상대방이 하는 일을 존중하며 행여 누군가가 잘못을 했더라도 서로의 잘못을 감싸 안아 줄 수 있는 포용력이 있다. 모든 부부가 TV에 나오는 CF 광고의 한 장면처럼 남편이 퇴근했을 때 아내가 남편이 좋아하는 매콤한 제육볶음을 해놓고 된장찌개를 보글보글 끓여 놓을 수는 없다. 그리고 모든 부부가 사랑하는 감정을 연애나 신혼 때처럼 유지하며 사는 것도 아니다. 어떤 부부는 사랑하는 감정을 키스와 포옹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또 다른 부부는 단지 손을 살포시 잡는 것으로 표현한다. 우리는 후자이다.


아이는 초등학교 3학년이다. 초등학교 2학년까지는 손이 많이 갔지만, 이제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도 하고 스스로 자신의 일을 한다. 아이에게 어떤 일을 하라고 할 때에는 아들 키우기 전문 강의를 하는 한 강연자의 표현처럼 소위 ‘사람 말은 못 듣는다는 아들’이라 서너 번 이야기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그럭저럭 할 일을 잘하는 편이다. 워킹맘이고 여러 직종 중에서도 야근이 많은 직종이라 아들에게 늘 미안함이 있다. 그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들에게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설명하고 왜 늦어지는지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양해를 구한다. 아들은 어릴 적에는 울음을 터트리다가 이제는 쿨하게 ‘알았어요.’한다. 고마운 일이다.


엄마와 아빠가 오지 않은 집에 혼자 먼저 와서 기다리는 것이 마음에 걸려 누군가의 말처럼 혹시 ‘우울해하거나 불행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하는 걱정에 자주 전화를 한다. 하지만, 아이는 생각보다 강하다. 대부분 엄마와 약속한 숙제를 조금이라도 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놀이를 하고 있다. “오늘은 저녁으로 무엇을 사 갈까?”하는 질문에 “치즈 떡볶이요!”라고 말하고, 현관문을 연 내 손에 치즈 떡볶이 봉투를 보면 “와, 치즈 떡볶이다!”하며 작은 것에 행복해한다.


초등학교 3학년이 된 이후에는 스스로 할 수 있는 국어와 수학 교재를 사서 하루에 2~4쪽씩 풀게 하고 있다. 이런 자기주도적 학습 습관이 나중에 큰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믿는다.


물론 엄마가 하루 종일 아이를 돌봐 주는 친구들처럼 모든 것을 케어해 줄 수는 없다. 가끔 엄마의 건망증으로 준비물을 빠뜨리고 가기도 하고 다른 친구들이 가는 모임에 갈 수 없는 경우도 생긴다. 하지만, 아이는 고맙게도 그런 부분을 비교적 너그럽게 받아들인다. 아이도 어리지만 엄마의 힘든 상황을 조금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를 마치고 나면 함께 잠자리에 누워서, 내가 “오늘도 바쁘고 즐겁게 살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따뜻하고 편안한 잠자리에 들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면, 아이도 “오늘도 즐겁고 따뜻하고 편안한 잠자리에 들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한다.


한 저자의 말처럼 야근이나 특근이 때때로 우리 몸과 마음을 고달프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 가족을 불행하게 하진 않는다. 우리 가족은 우리에게 맞는 ‘우리대로의 행복’을 즐기고 있고, 늘 조금 더 즐거운 삶을 살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오늘은 우리 남편에게, 우리 아들에게 안부를 전해야겠다.


"Hey guys, are you happy now?"




그리고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도 안부를 묻는다. 오늘 하루도 행복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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