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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두필 Jan 05. 2024

아빠, 잘 가요.

2023년 7월 29일 계속되는 폐렴 증상.

그렇게 폐암이라는 녀석이 의사 선생님 입에서 나왔다.

정말 긴장을 안 할 수 없었다.


'아 폐렴이 아니라 정말 폐암일까?'


나의 머리는 또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 소리를 듣자마자 인터넷으로 폐암의 증상에 대해 찾기 시작했다.

폐암 증상, 폐암 전조 증상, 폐암의 초기 증상 등 생각나는 데로 무작정 찾아보기 시작한 것이다.

찾아봐야 내가 알 수 있는 건 없었다.

하나 알아낸 것이 있다면 찾으면 찾을수록 나만 더 괴롭고 힘들다는 것이다.

그리고 CT상 나온 결과는 폐암은 아니라는 것.

하지만 아버지의 폐렴 증상은 결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저 호수를 꽂은 채 병원에서 누워 있는 것만이 아버지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이제는 전화 통화조차도 할 수가 없었다.

말을 하는 것도 힘들어하셨기 때문이다.

병원에서도 오직 폐렴에 준하는 치료만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폐렴이라는 녀석과 힘들게 싸우고 있는 사이.

참 아이러니 하게도 큰 수술을 받은 심장은 열심히 잘 뛰고 있었다.

뭐 심장은 다 나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아버지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아버지가 어느 정도 힘들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전화 통화도 안될뿐더러 아버지는 아들에게 안심을 시키려고 그랬는지 연신 괜찮다고 만 말하고 있었다.


"괜찮어... 괜찮아지것지..."


아버지는 이 말만 겨우겨우 하고 있었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괜찮아질 거야... 괜찮아지겠지..."


저 말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저 병원을 믿고 기다리는 방법밖에 없었다.

나는 그저 환자의 보호자일 뿐이니까 말이다.


그렇게 병원에 의지하며 나와 아버지의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병원이라는 곳은 참 어려운 곳이다.

책임감과 부담감이 무겁게 짓누르는 곳이 바로 병원인 것 같다.

환자와 환자 보호자는 전적으로 병원을 믿고 의지 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할 수 있는 전부이자 유일한 것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을 믿고 또 믿는 것 만이 환자와 보호자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정말 동전의 양면과 같은 곳이다.

같은 치료를 하고도 살면 어마어마한 감사함과 박수를 받는다.

하지만 같은 치료를 하고 환자가 사망하면 모든 원망과 미움을 받는 곳이 바로 병원이다.

또 그것이 의사라는 직업인 것 같다.

원망이라는 것을 하면 안 돼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다.

하지만 환자와 보호자는 그게 잘 안된다.

감정이 폭발해 버리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상태를 보며 병원을 원망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도대체 왜 나아지질 못하는지 전문가들이면서 왜 아직 원인을 못 찾는 것인지

많은 생각들이 나를 감정적으로 힘들게 했다.

아버지는 더 힘들었을 것이다.

계속해서 아프고 나아지지 않는 당사자이니 말이다.


그렇게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갔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아버지도 점점 힘이 빠져갔다.

정신적으로도 힘들어하고 있었지만 그 힘듦을 자식들에게는 표현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그저 묵묵히 혼자서 모든 걸 감내하고 있었다.

나중에 아주머니께 들은 이야기지만 아버지가 정말 힘들어하고 화를 내기도 했단다.

자식들에게는 풀지 못하고 옆에 있는 아주머니한테 감정을 풀어낸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하면 참 감사하다.

아버지와 아주머니 두 분께 말이다.

여하튼 아버지는 몸적으로나 마음적으로나 그렇게 지쳐가고 있었다.

아니 무너져 가고 있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한 것 같다.


나는 아버지가 무너지는지도 모르고 그저 내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회사에서 일을 하고 가정을 돌보며 그저 나의 인생을 살았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항상 아버지가 걸렸다.

어떠한 일을 하더라도 아버지가 불쑥불쑥 튀어나왔다.

가족이 아프다는 것이 그런 것 같다.

마치 가끔 두통이 오는 것처럼 불쑥 가슴이 자꾸 아려온다.

그리고 불쑥 딴생각을 하게 만든다.

가끔은 멍하니 아버지 생각만 할 때도 있다.

그리고 그 생각이 참 긍정적으로 이어지면 좋겠는데...

자꾸만 부정적으로 생각이 흘러간다.

분명 나아지길 바라는데 머릿속으로는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게 된다.

이게 참 마음대로 안된다.

아버지 생각을 하다 보면 내가 스스로 자꾸 어둠 속으로 끌려 들어간다.

점점 더 깊은 어둠으로 말이다.


아버지가 아프던 그 당시 사람들이 가끔 나에게 묻는 말이 몇 가지가 있었다.


"뭔 생각을 그렇게 해?"


"무슨 일 있어?"


"왜 이렇게 얼굴이 죽상이야?"


"내 말 듣고 있어?"


"왜 이렇게 한숨을 팍팍 쉬어?"


정말 많이 듣던 소리들이다.

나도 아버지 생각을 많이 안 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저런 말들이 나에게 계속해서 들어왔다.

그리고 저런 말을 들을 때마다 좋지 않은 답이 나가기도 했다.


"알아서 뭐 하게?"


"별일 없어 신경 꺼!"


"그냥 나 좀 내버려두어."


"스트레스받아서 그래 그냥 쫌 내버려 둬!"


그렇게 나도 모르게 화를 냈고 나도 모르게 욱해서 큰소리가 나가기도 했다.

알게 모르게 나의 마음도 점점 무너져 내려가고 있었다.

평소면 웃어넘겼던 말들도 나에게는 더 이상 그냥 넘기게 되는 말이 아니었다.

나의 일상과 아버지의 일상이 아무도 모르게 점점 망가져 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아버지가 먼저 무너져 버리고야 말았다.

아주 급격하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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