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29일 계속되는 폐렴 증상.
그렇게 폐암이라는 녀석이 의사 선생님 입에서 나왔다.
정말 긴장을 안 할 수 없었다.
'아 폐렴이 아니라 정말 폐암일까?'
나의 머리는 또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 소리를 듣자마자 인터넷으로 폐암의 증상에 대해 찾기 시작했다.
폐암 증상, 폐암 전조 증상, 폐암의 초기 증상 등 생각나는 데로 무작정 찾아보기 시작한 것이다.
찾아봐야 내가 알 수 있는 건 없었다.
하나 알아낸 것이 있다면 찾으면 찾을수록 나만 더 괴롭고 힘들다는 것이다.
그리고 CT상 나온 결과는 폐암은 아니라는 것.
하지만 아버지의 폐렴 증상은 결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저 호수를 꽂은 채 병원에서 누워 있는 것만이 아버지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이제는 전화 통화조차도 할 수가 없었다.
말을 하는 것도 힘들어하셨기 때문이다.
병원에서도 오직 폐렴에 준하는 치료만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폐렴이라는 녀석과 힘들게 싸우고 있는 사이.
참 아이러니 하게도 큰 수술을 받은 심장은 열심히 잘 뛰고 있었다.
뭐 심장은 다 나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아버지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아버지가 어느 정도 힘들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전화 통화도 안될뿐더러 아버지는 아들에게 안심을 시키려고 그랬는지 연신 괜찮다고 만 말하고 있었다.
"괜찮어... 괜찮아지것지..."
아버지는 이 말만 겨우겨우 하고 있었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괜찮아질 거야... 괜찮아지겠지..."
저 말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저 병원을 믿고 기다리는 방법밖에 없었다.
나는 그저 환자의 보호자일 뿐이니까 말이다.
그렇게 병원에 의지하며 나와 아버지의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병원이라는 곳은 참 어려운 곳이다.
책임감과 부담감이 무겁게 짓누르는 곳이 바로 병원인 것 같다.
환자와 환자 보호자는 전적으로 병원을 믿고 의지 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할 수 있는 전부이자 유일한 것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을 믿고 또 믿는 것 만이 환자와 보호자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정말 동전의 양면과 같은 곳이다.
같은 치료를 하고도 살면 어마어마한 감사함과 박수를 받는다.
하지만 같은 치료를 하고 환자가 사망하면 모든 원망과 미움을 받는 곳이 바로 병원이다.
또 그것이 의사라는 직업인 것 같다.
원망이라는 것을 하면 안 돼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다.
하지만 환자와 보호자는 그게 잘 안된다.
감정이 폭발해 버리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상태를 보며 병원을 원망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도대체 왜 나아지질 못하는지 전문가들이면서 왜 아직 원인을 못 찾는 것인지
많은 생각들이 나를 감정적으로 힘들게 했다.
아버지는 더 힘들었을 것이다.
계속해서 아프고 나아지지 않는 당사자이니 말이다.
그렇게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갔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아버지도 점점 힘이 빠져갔다.
정신적으로도 힘들어하고 있었지만 그 힘듦을 자식들에게는 표현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그저 묵묵히 혼자서 모든 걸 감내하고 있었다.
나중에 아주머니께 들은 이야기지만 아버지가 정말 힘들어하고 화를 내기도 했단다.
자식들에게는 풀지 못하고 옆에 있는 아주머니한테 감정을 풀어낸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하면 참 감사하다.
아버지와 아주머니 두 분께 말이다.
여하튼 아버지는 몸적으로나 마음적으로나 그렇게 지쳐가고 있었다.
아니 무너져 가고 있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한 것 같다.
나는 아버지가 무너지는지도 모르고 그저 내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회사에서 일을 하고 가정을 돌보며 그저 나의 인생을 살았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항상 아버지가 걸렸다.
어떠한 일을 하더라도 아버지가 불쑥불쑥 튀어나왔다.
가족이 아프다는 것이 그런 것 같다.
마치 가끔 두통이 오는 것처럼 불쑥 가슴이 자꾸 아려온다.
그리고 불쑥 딴생각을 하게 만든다.
가끔은 멍하니 아버지 생각만 할 때도 있다.
그리고 그 생각이 참 긍정적으로 이어지면 좋겠는데...
자꾸만 부정적으로 생각이 흘러간다.
분명 나아지길 바라는데 머릿속으로는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게 된다.
이게 참 마음대로 안된다.
아버지 생각을 하다 보면 내가 스스로 자꾸 어둠 속으로 끌려 들어간다.
점점 더 깊은 어둠으로 말이다.
아버지가 아프던 그 당시 사람들이 가끔 나에게 묻는 말이 몇 가지가 있었다.
"뭔 생각을 그렇게 해?"
"무슨 일 있어?"
"왜 이렇게 얼굴이 죽상이야?"
"내 말 듣고 있어?"
"왜 이렇게 한숨을 팍팍 쉬어?"
정말 많이 듣던 소리들이다.
나도 아버지 생각을 많이 안 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저런 말들이 나에게 계속해서 들어왔다.
그리고 저런 말을 들을 때마다 좋지 않은 답이 나가기도 했다.
"알아서 뭐 하게?"
"별일 없어 신경 꺼!"
"그냥 나 좀 내버려두어."
"스트레스받아서 그래 그냥 쫌 내버려 둬!"
그렇게 나도 모르게 화를 냈고 나도 모르게 욱해서 큰소리가 나가기도 했다.
알게 모르게 나의 마음도 점점 무너져 내려가고 있었다.
평소면 웃어넘겼던 말들도 나에게는 더 이상 그냥 넘기게 되는 말이 아니었다.
나의 일상과 아버지의 일상이 아무도 모르게 점점 망가져 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아버지가 먼저 무너져 버리고야 말았다.
아주 급격하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