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에서 올라온 그들의 이야기가 주목받는 이유
대중들에게 힙합이란 장르에 대한 이미지를 묻는다면 많은 사람들은 '돈 자랑' 혹은 '화가 난 사람들' 정도의 이야기를 합니다. 미디어의 최전선에 비친 이미지인지라 힙합 아티스트 모두를 대변하는 이미지는 절대 아닙니다만 리스너들 사이에서는 랩 실력과 별개로 가사에 담기는 이야기들이 점점 비슷해진다던지, 대중들에게 비치는 이미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처럼 보인다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그렇기에 새로운 이미지와 스타일의 아티스트의 등장은 리스너와 대중들에게 특별한 존재로 인식되기 마련인데 최근 '한국의 미고스'라는 별명이 붙기 시작한 '호미들'은 이런 특별한 존재 포지션을 단박에 꿰찬 힙합 아티스트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호미들'이 주목받기 시작한 건 놀랍게도 유튜브 콘텐츠였습니다. 이른바 힙합계의 악동으로 불리던 '수퍼비'의 레이블 '영 앤 리치 레코드'의 유튜브 콘텐츠인 '수퍼비의 랩 학원'을 통해 첫 선을 보였고 준우승까지 차지했죠. 물론 역경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이들의 장점으로 꼽혔던 독특한 스타일과 음색에 강한 호불호를 표현하는 리스너들도 있었으며 아직 아마추어 그룹이다 보니 무게중심이 한쪽으로 쏠린 듯한 느낌이라는 평도 많았지요. ( 콘텐츠 동안 심사위원들도 이런 부분들을 지적했었고.. )
하지만 결론은 준우승을 차지했고 우승자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었던 레이블의 하위 크루 합류도 준수했던 실력과 성장 가능성 덕이었는지 '호미들'에게 까지 기회가 왔고 이들의 본격적인 음악 행보는 급물살을 타게 됩니다.
이들의 음악 스타일은 흔히 이야기하는 '플렉스'와는 달리 'Ghetto'라고 불리는 빈민가 감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요. 지난해 5월 'Ghetto kids'라는 이름으로 발매된 앨범은 이들이 어떤 음악을 하려는지 여실히 보여줍니다.
앨범 속 곡들은 대체로 '가난'이라는 대주제 속에 그들이 겪어온 서사를 담아내었으며 가사 역시 리드미컬하기보단 리스너들에게 그들이 느꼈던 감정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전달하려는 노력이 돋보입니다.
수록곡인 '백반 청국장', '보릿고개'와 같은 곡들 역시 제목에서 나타나는 익숙함과 그들이 가지고 있는 주제 의식을 보여주기도 하지요.
특히 타이틀곡 중 하나인 '사이렌'은 과거를 회상하는, 꿈꾸는 듯한 비트와 묵직한 훅,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가사들의 조화가 인상적인 곡으로 많은 인기를 얻었는데요. 본인들의 가난했던 과거 ( 그렇다고 현재도 어마어마한 부자는 아니지만 )를 아름답게 여기진 않지만 얼마나 공감되게 잘 풀어나갈 수 있는지를 리스너들에게 각인시킨 곡이었습니다.
물론 일각에서는 아쉽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아직까지 이들의 무게중심 잡기가 덜 완성된 것 같다는 이야기도 있으며 개개의 곡들이 가진 일련의 서사가 앨범 전체로 이어서 봤을 땐 미흡하다는 이야기들도 있죠.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러한 이야기를 나름 잘 담아냄으로써 그들의 앞으로의 행보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게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최소한 처음으로 얼굴을 비췄던 콘텐츠에서보단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었으니까요.
'호미들'은 이후 내놓은 '300'과 신보 '절대' 도 유입된 팬들, 리스너들에게 나쁘지 않다는 평과 함께 나름 신성 힙합 아티스트 다운 행보를 이어갑니다. 그리고 최근 힙합어워즈에서 신인상을 타내며 방점을 찍죠.
이들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스타일, 기믹이 성공의 이유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신선한 스타일과 더불어 아마 한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한'과 관련한 아련한 감성을 자극하는 듯한 노래들이기에 그 공감이 더 클거란 생각이 듭니다.
분명 아직 모자란 부분들도 꽤 있지만 그들만의 감성과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아티스트로서 많은 작업물과 함께 그 입지를 충분히 다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그 출발 또한 매우 성공적이었구요. 아직은 '한국의 미고스'라는 별명의 무게가 조금은 무거울지 모르겠지만 언젠가 그 별명 역시 합당하다는 인정을 받을 날이 그들에게 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