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노트 - 2
퇴사 다음날 아침, 더 이상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에 알람을 끄고 다시 눈을 감았지만 이내 몰려오는 불안감에 이부자리를 들추고 앉았다.
기껏해야 하룻밤 밖에 지나지 않았을 뿐인데 걱정이 앞선다. 꿈을 찾겠노라며 호기롭게 낸 사직서였지만 막상 사업이란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님을 머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뭐라도 해볼까 싶어 노트북을 열었다. 오전 근무 시작 전 루틴 그대로 연 메일함에는 퇴사 몇 주전 구독 신청을 넣어두었던 스타트업 관련 뉴스레터가 도착해 있었다. 시리즈 A로 많은 투자금을 받았다는 한 스타트업의 이야기 부터, 성공적으로 시장에 연착륙한 CEO의 인터뷰들이 눈에 들어왔다.
나에게는 너무도 먼 이야기에 한숨이 나올 것 같았지만 벌써 부터 실패한 사람처럼 굴고 싶지 않아 애써 마른 침을 삼켰다. 그렇게 한 삼십분 쯤, 의미 없는 마우스 스크롤링을 반복했다. 그러던 중 인스타그램에서 눈에 띄는 글 하나를 발견했다.
'요즘 직장인들은 다들 사이드 프로젝트 하나쯤은 한다며?'
내용인 즉슨, 사이드 프로젝트 하나씩 하면서 월급만으로는 실현 불가능한 디지털 노마드, 경제적 자유, 부업, 브랜딩, 사업등, 제 2의 수입원을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사실 한창 첫 직장에 들어가서 일하던 무렵 유튜브에 불어닥쳤던 자기개발 콘텐츠, 인터뷰류의 콘텐츠 열풍이 불었던 적이 있었기에 이런 이야기는 익숙했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는 이런 움직임이 커리어 업이 아닌 새로운 수입원 창출, 디지털 노마드를 준비하는 새로운 개념으로 변한지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쉽게 말해서 부업이 본업이 되어가는 개념이고 수익적인 부분이 해결되기 전 까지 직장과 공존을 하는 그런 느낌인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조금 곱씹다 보니 2년 전, 같이 일하던 사람들과 시작했던 비정기적으로 발행하던 웹진, 유튜브 채널들이 떠올랐다.
가열차게 브랜드 가치도 정하고 콘텐츠 발행의 목적이니 뭐니, 많이 준비했었다. 하지만 직장인들이 으레 그렇듯 오래가진 못했다. 다들 그만두고 반년 정도 붙잡고 있었는데 명확한 성과가 없어 나도 놓아두고 있던 참이었다.
실패한 아이템 아닐까 싶겠지만 아이디어는 좋았기에 같은 시행 착오만 겪지 않고, 조금만 더 프로페셔널하게 손보면 괜찮은 사업 아이템이 될만했다.
내친김에 콘텐츠를 올리던 계정도 들어가보고 아이디어를 적어 놓았던 노트도 펼쳐보았다. 딱히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진 않았지만, 자물쇠를 풀 힌트 하나를 받은 기분이라 마음은 좀 편안해진다.
잠깐 사이에 생각이 더 많아졌다. 의구심은 들지만 이런저런 아이디어들도 생각나고, 누군가 나에게 해주었던 말도 생각난다.
'대한민국 많큼 돈 벌 방법이 많은 나라도 없다'
속물 같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방법은 많을 거다. 김치찌개 끓이는 레시피가 천차만별인데 모두가 사랑하는 요리이듯이 성공이란 결과로 가는 길이 한 가지 뿐이랴. 실패하더라도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볼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