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수의 인생을 살아가는 법
나는 예전에 ‘모던 패밀리’라는 미국 드라마를 자주보곤 했다.
거기서는 ‘필 던피’라는 아버지의 딸 ‘헤일리’가 처음으로 대학에 입학하는 장면이 나온다. 필은 자신의 딸 헤일리를 대학교 기숙사까지 데려다주면서 책 한권을 선물로 주었다. 그 책의 제목은 바로 ‘Phil’slosphy’이었다. 철학을 의미하는 ‘Philosophy’의 앞부분에 자신의 이름 Phil을 살짝 넣어 직접 만든 것이다.
물론 코미디적 요소를 고려하여 지어낸 것이지만, 그 책 자체에 담긴 의미는 꽤나 감동적이었다. 그것은 바로 필이 그동안 인생을 살아오면서 깨달은 소중한 교훈들은 담은 책 즉, 필의 철학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장면을 접한 이후로 미래에 태어날지도 모르는 나의 자식을 위해 필처럼 살아가면서 느낀 점을 하나씩 기록하기로 했다.
그래서 ‘에버노트’라는 어플리케이션을 휴대폰에 다운로드 받은 다음, 나의 가슴을 울렸던 순간에 스쳐지나간 생각들을 그 안에 담아 두었다. 여행, 책, 영화, 강연, 음악, 대화 등 어떤 경험에서라도 무언가 느낀 점이 있으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휴대폰을 꺼내 메모장에 적어놓곤 했다.
다행히 미래의 자식에게 전해주고 싶은 가치 있는 내용들을 기록할 수 있었다. 그러한 소중한 깨달음을 단순히 미래의 자식뿐만 아니라 세상에 살고 있는 다른 사람들과도 나누기로 했다. 그런 무형의 가치는 나눈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증대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글 중 상당 부분 역시 그 노트에 적혀있던 내용에서 가져온 것이다.
아마도 나를 그러한 길로 이끈 것은 스스로 가치 있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무언가를 다른 누군가와 함께 누리고 싶은 욕구가 아닐까 생각한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혼자 먹을 때보다 다른 누군가와 함께 먹을 때 더욱 맛있게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다. 이 세상에 살아가고 있는 내가 알지 못하는 누군가가 나로 인해 자신의 인생에서 비약적인 성장과 발전을 이루어, 나를 기억해준다면, 그보다 더 큰 기쁨을 찾기는 힘들 것이다.
나는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도 “‘ ’의 인생을 살아가는 법”이라는 책을 써 나가길 바란다. 혹시 아는가? 자신의 인생 스토리가 다른 누군가의 삶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지.
“나는 윤곽과 계획이 갖추어지는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최소한 자료는 끊임없이 모으고 있었다. 언제나 작은 수첩을 들고 다니며, 이 세상의 모든 것, 풍경, 산맥, 시장 아낙네의 대화, 바람, 동물, 구름 등을 아무 구속 없이 짤막하게 적어두었다. 마치 화가의 스케치처럼 말이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기쁨의 원천과 삶의 줄기를 스스로 발견하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사물을 보는 법과 여행하는 법, 즐기는 법, 산맥과 호수와 푸른 섬을 매혹적이고 힘 있는 단어로 전해주고 싶었고, 얼마나 다채롭고 활력 있는 삶이 매일 피어나고 넘쳐흐르는지를 보게 하고 싶었다.” (헤르만 헤세, 『페터 카멘친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