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덴마크에서 불닭볶음면이 너무 매워 리턴되었다는 소식이 화제가 되었다. 덴마크 정부가 너무 매운맛이 건강에 좋지 못하다는 판단에 반품시킨것인데 소셜미디어의 반응은 뜨거웠고 모두들 말도 안된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매운 음식이 흔하지 않은 북유럽 국가에서 일어나는 흥미로운 반응이다. 그렇다면 스웨덴에서는 불닭볶음면이 어떤 반응을 얻고 있을까?
스웨덴의 식문화는 전통적으로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재료를 활용한 담백하고 간단한 요리가 중심이다. 대표적인 스웨덴 음식으로는 미트볼, 연어 요리, 그리고 피카(커피 문화)에서 즐기는 다양한 빵과 디저트가 있다. 매운 음식은 전통적인 스웨덴 식문화에서는 흔하지 않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불닭볶음면이 트렌드가 되면서 스웨덴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스웨덴에서 불닭볶음면의 인기는 여러 가지 요인에서 왔다. 첫째, 소셜 미디어의 영향이다. 유투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에서 불닭볶음면 먹방 도전 영상이 갑자기 유행하면서 많은 10대 청소년들이 매운 음식을 시도해보고 있다. 스웨덴 대도시의 어느 아시안 마트를 가도 불닭볶음면 몇 종류 이상은 항상 구할 수 있다. 틱톡이 유행하기전 스웨덴 아시안 마트는 주로 동아시아계 이민자들이나 동아시아 문화에 관심이나 접점이 있는 소수의 비 동아시아인들이 방문했다. 즉 인종적으로 동아시안 이외의 인종은 대략 10%정도였으며 비동아시안의 청소년은 더욱 보기 드물었다. 그러나 현재 아시안마트를 가면 동아시안이외의 인종도 많으며 특히 청소년의 방문이 급격히 늘었다.
둘째, 한류의 영향이 없지 않다. 미디어에서 한류타령한지 어언 20년이 되어서야 피부로 한류가 느껴진다. 기생충, 오징어게임과 더불어 BTS와 블랙핑크 중 하나 이상의 이름을 들어 본 사람도 매우 많을뿐 아니라 컨텐츠를 보거나 즐기는 사람도 많다. 이전에는 스웨덴에서 한국 이미지는 북한 옆 나라 정도였다. 한국인에 대한 인식 역시 핵으로 세계안전을 위협하는 북한 옆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었다. 영화에 관심 있는 사람들 중 올드보이를 본 사람은 꽤 있었지만 한국 드라마를 봤거나 안다는 사람은 만난적이 없었다. 케이팝은 매우 소수의 문화였고 한국에 특별히 관심있지 않다면 케이팝을 듣는다는 사람은 매우 드물었다. 여전히 케이팝을 듣는다는 사람은 내 주위에는 없으나 대부분 케이팝이 유명하다는 인식을 가지고있다.
불닭 볶음면, 한국 드라마, 한국 영화와 케이팝의 유명세가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도 증가했다. 이로 인해 한국 음식에 대한 호기심도 커졌다. 불닭볶음면이 처음 틱톡에서 유행했을 때 개인적으로 이 현상은 한순간의 트렌드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불닭볶음면의 인기가 계속되는 것으로 보아 그 독특한 매운맛이 스웨덴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고, 이는 다른 한국 음식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어지지않았나 싶다. 스웨덴의 아시안마트에서 현재 삼양의 불닭시리즈뿐 아니라 이전에는 찾을수 없던 우리에게 친숙한 브랜드에서 나온 김치, 만두, 떡볶이 떡, 과자, 냉동치킨 등의 한국 식재료를 찾을수 있다.
한국문화의 유명세가 커질수록 해외에서 한국인으로 살기 난이도가 낮아진다. 한국인이라는 것 자체만으로도 더 많은 대화거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여전히 북한에 대한 너의 생각은 어떠니가 주제가 될때가 있지만, 이전에는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던 주위사람이 한국으로 여행을 갔다왔는데 라던지, 한국 음식이나 한국 식당 얘기라던지, 넷플릭스에 있는 한국 드라마 본적있냐는 얘깃거리도 생겼다. 케이팝이나 한국 드라마에 관심있는 사람과 만날 일이 잦다면 더 많은 대화주제가 생긴다.
스웨덴에서 불닭볶음면의 인기는 단순히 매운 음식을 즐기는 것을 넘어서, 문화적 교류와 새로운 경험에 대한 열린 태도를 반영한다. 스웨덴 사람들은 불닭볶음면을 통해 한국 문화에 조금씩 친숙해 지고있다. 앞으로도 한국 음식이 스웨덴에서 환영받아 해외에서 한국 음식과 음식에서 엿볼수있는 한국문화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친숙해졌으면 한다. 한국이 아시아에 있는 나라 중 하나가 아니라 한국으로서 존재한다는 사실이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해졌으면 한다. 나아가 아직도 어떤 상황에서는 보이지않고 슬프지만 아직도 어쩔때는 조롱거리가 되는 아시안인들이 사회 구성원의 큰 일부로 인식 되었으면 한다.
커버이미지
Credits: Miriam Preis/imagebank.sweden.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