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과는 문과의 꿈을 꾸는가?
투자자들 자녀들에게 신기술 관련 세미나를 7년 정도하고 있다.
강의가 끝나고 나면,
개별로 내향성 학생들이 VC 가려면 뭘 전공해야 하냐고 묻는다.
일단 난 소프트웨어 공학을 전공 하긴 했지만
전공은 전기과 아버님 영향이 컸고
어릴 때 꿈은 작가였다.
그 시절 많은 애들이 대통령, 군인, 과학자
디테일 없이 대충 잘되면 학교입구에
플래카드 하나 걸릴만한 직업을 고른다면,
그러나 나는 SF작가라는
매우 구체적인 ‘업‘이 있었다.
국민학교 2학년인가 3학년인가부터
A4 한 장에 그날그날 연재소설을
반애들에게 돌려보게 썼다.
신문연재 같은 모닝 sf를 전날 집에서 써서 롤링하면
아이들의 차갑고도 따뜻한 비평이 지금 댓글처럼
뒷면에 적혀있다.
PC통신도 나오기 전에 문피아 같은 걸 만든 셈이다.
주로 내용은
달여행에 가서 외계인을 만나거나
지구에 온 새로운 생명체와의 조우,
그들과 오해로 인한 다툼, 화해, 우정 등을 주제로 쪽 연재를 했다.
원인을 찾자면
그 당시 티브이에 하던 미국 드라마 영향이 컸다고 생각한다
환상특급, V, 스타워즈...
다들 보는 맥가이버나 GI 특공대보다는
전격 Z작전(자율주행 드라마), 에어울프(무적헬기),
검은 독수리(슈퍼바이크) 등의
슈퍼비히클vehicle을 더 좋아해서 SF작가 되어서
그런 드라마, 영화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국에서 SF는 비주류 장르소설이었고
대중소설도 아닌 SF를 썼다간
굶어 죽기 딱 좋았기에,
타협을 해서 컴퓨터 공부(어차피 sf 필수요소)를
했고 밥벌이를 꽤 잘했다.
하지만 글을 쓰고자 하는 내적욕망은 꺼지지 않았고,
마케팅에서도 카피라이트에 주력하는 등
나름 나중에 황혼 데뷔라도 하려고
열심히 살아왔다.
그러나 의외로 글쓰기는
VC에서 더 많이 더 자주 쓰였고
내 투자자들에게 일 년에 한 번씩 보내는
투자서한(당신들 주식 잘 있다는 안부인사)은
인내심 없는 투자자들에게 꽤 먹혔다.
결론은, VC에서는
문이과가 크게 의미는 없다.
그것보다는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기술충격을 받아들일만한 지식이 필요하다.
몽상가 같은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나고 있으면,
이미 현실은 SF가 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