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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쇼에서 생각한 것

by 펜크래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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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4월 21일 월요일 맑음


펜쇼에 오래 머물면서 생각한 것. 확실히 몇 년 전부터 잉크가 압도적인 대세다. 내가 처음 만년필에 입문하던 13년 전만 해도 잉크보단 만년필이 주류였다. 잉크를 만드는 브랜드는 많았으나 잉크의 색상 스펙트럼은 다양하지 못했다. 주로 인터넷 포털 카페에서 펜 리뷰를 올리거나 만년필 글씨를 올리는 글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점점 다양한 컬러, 다양한 컨셉의 잉크가 출시되기 시작했고 대세는 잉크쪽으로 기울게 된다. 이번 펜쇼만 가봐도 확 느낄 수 있었다. 종이에서도 변화가 관찰된다. 만년필이 주류였던 시절에도 코팅지가 대세였으나 지금처럼 잉크의 발색을 보기 위한 코팅지가 아닌 단순히 거미줄 현상을 억제하기 위해서만 코팅지를 사용했다. 나는 그때도 코팅 되지 않은 복면사과 노트를 좋아했다. 요새는 코팅 방법이나 펄프 배합에 따라 종이에 쓴 잉크 색이 달라지다보니 코팅지 내에서도 취향이 세분화 되게 되었다.

잉크가 대세인 이유를 생각해봤다.. 우선 첫째, 예쁘다. 눈을 사로잡는 다채로운 색상의 잉크들은 사용할 때마다 행복을 느끼게 해준다. 패키지도 예쁘고 병도 대부분 유리로 되어 있어 책상에 두기만 해도 아름답다. 둘째, 가격이 저렴하다. 만년필은 대체로 잉크에 비해 훨씬 고가다. 그리고 비싼 펜을 사려면 한도끝도 없이 비싸지는데 잉크는 그렇지 않다. 펜이 한 자루여도 잉크를 돌려가며 쓸 수 있으니 펜을 여러 개 사서 쓰는 기분을 낼 수 있다. 셋째, 볼펜과의 확실한 차이를 만들어 준다. 만년필을 주변에 추천해서 쓰게 하려면 볼펜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만년필의 필기감이 볼펜에 비해 압도적으로 좋긴 하지만 일반인들에게 그 차이는 구별할 수 없을 정도라 만년필을 선물해도 한두 번 써보다가 이내 책상 서랍으로 들어가곤 했다. 하지만 볼펜에서 구현하기 힘든 잉크 색상을 만년필 잉크에서는 무한대로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확실한 차별점이 된다. 만년필에 비해 색이라는 건 상당히 대중적이다.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으니까. 그리고 만년필이 아니어도 딥펜이나 글라스펜 등 잉크를 사용 가능한 다른 필기구를 이용해 입문시킬 수도 있다.

나는 복면사과 노트의 거칠거칠한 촉감을 좋아했다. 그래서 동백문구점 노트들도 그런 재질의 코팅되지 않은 종이를 사용했다. 독특한 색감의 잉크는 한두 번 쓰고 안 쓰게 되길래 데일리로 쓰기 좋은 색상의 잉크 위주로 만들었다.

하지만 대세를 따르는 게 맞는 거 같다. 다음에 나올 에피파니는 코팅지를 사용하고 점점 작은 판형을 선호하는 분들이 늘어나니 사이즈도 줄일 예정이다. 잉크 색상도 다양하게 출시해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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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한 만년필 : 트위스비 에코

사용한 잉크 : 동백문구점 다육이

사용한 노트 : 동백문구점 에피파니 하드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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