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성장은 다양한 방식으로 온다. 모르는 것을 파고들어 조금 더 알게 되는 과정에서 오는 성장도 있지만, 내가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바운더리를 알고, 적당히 포기하고 안정을 찾는데서 오는 배움도 있다. 나는 요즘 그런 의미에서의 성장을 하고 있다.
지식의 확장만이 성장이 아니니까. 마음이 힘들 때 적당히 타협하면서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아는 것도 인생에서는 중요한 기술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두 번째로는 주변 사람들의 언어에 조금 무뎌지기로 했다. 그들은 그들의 판단을 할 뿐, 타인의 언어에 내 삶의 진실이 있을 수는 없다. 어떤 말들은 그냥 배경음악처럼 흘려듣기도 해야 한다고 느꼈다.
나이가 어린 친구들과 함께 수업을 들으면서 그들과의 차이를 선명하게 느낄 때는 관심사나 패션이 달라서가 아니라, 그들에게서 나에게는 더 이상 없는 기운이 느껴질 때이다.
여전히 부모님의 보살핌을 받고 있는 사람에게 느껴지는, 안전하다고 느끼고 있는 사람의 기운. 내가 부모님으로부터 독립을 했을 때, 아마 그때부터 나에게서 조금씩 옅어졌을 그런 기운. 내 몫의 생계를 스스로 책임지는 시간 동안 잃어버린 것.
누군가의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있을 때 나오는 그런 안온한 기운이 느껴질 때, 나는 어느 때보다 그들과 나 사이의 거리를 느낀다. 그들에겐 역시나 그들만의 고충이 있겠지만(용돈이 부족하다는 불만 같은), 그래도 나는 그런 그들이 마냥 귀엽고 부러워지고 만다.
지난 명절에 아빠와 통화를 했을 때, 나에게 얼굴이 많이 상했다라는 가슴을 콕 찌르는 말을 던졌지만, 그래도 전화를 끊기 전에는 뒤늦게 공부하는 사람은 두뇌회전이 예전 같지 않을지는 몰라도, 지금 하고 있는 일의 의미를 명확하게 아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확실히 우월할 수밖에 없다는, 위로(?)를 해주셨다.
마음고생도 좀 했지만, 격려해 주는 사람들의 고마움을 특히나 많이 느꼈던 10월이었다.
온도는 영하에 가까워지고 있지만, 포근한 느낌의 작은 카페들을 하나씩 발견해 나가면서 이 추운 계절을 잘 지내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