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입니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낄 때 이 질문과 답변으로 인한 축척된 자기 확신은 매우 유용하다.
우린 누구나 나를 3인칭 시점으로 바라봐야 할 때가 있다. 면접이나 중요한 자리에서 내가 평가를 받을 때 보통 그렇다. 하지만 말하는 습관이나 정확한 답변 예시 등 스킬 위주로 생각하며 자신과 일체화(?)를 시킬 뿐 근본적인 변화로 이어지기는 힘들지 않았던가.
그런데 나를 '나'로 보지 않고 '한 개인'으로 바라보는 순간, 의외로 다양한 새로운 점들이 보인다. 정말이다. 이를테면 나는 ‘나'라는 객체에게 미안해질 때가 많다. 잘 파악하지 못해 못 해준 것들이 많이 보인다라고 해야 할까. 자주 챙기지 못하는 피부 보습이나 평일 시간을 진정 좋아하는 데 쓰지 않는 모습들이 그렇다. 이런 지점을 발견해 20여 년 전 방송인 백지연 씨는 '나는 나를 경영한다'라는 책으로도 내지 않았을까.
사실 나는 '나'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게 아니다. 이 무슨 당연한 말인가 하면, 이 지점이 바로 '내가 인식하는 나'와 '존재하는 나' 사이의 괴리를 만들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나'는 1인칭 시점에서의 제한적인 경험들을 통해, 그것도 별 고민없이 파악한 내 피상적 행동의 결과모음일 확률이 높다. 내가 온전히 나라고 생각하는 나는 생각보다 엄청난 능력이 있기도 하고, 생각보다 마이너한 장르를 좋아하기도 하고, 어떤 특정한 순간에 이해 못할 단점이나 모서리 같은 성격이 불쑥불쑥 발견될 때도 있다.
다시 돌아와서 이 글을 이렇게 쓰게 된 계기는 나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내 인생의 많은 변화를 의외로 쉽고 편하게 진정 내가 바라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실제로 이런 소소한 변화들을 2년 전부터 축척해 오고 있는데 그 전과 후가 확실히 달라졌다고 느끼기 때문에 이 과정을 찬찬히 믿고 읽어준다면(실천한다면) 변화가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우선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가만히 생각해 보자. 내가 어떨 때 게을러지는지 가만히 관찰해 보자. 내가 어떨 때 가장 머리가 잘 굴러가는지, 누구와 대화할 때 가장 동기부여가 되는지, 어떤 장소의 어떤 자리를 가장 편안해하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영화나 드라마를 챙겨보는지, 다양한 질문들과 그 답을 해 보자.
사실 이러한 질문들은 다양한 경험이나 시간 속에서 알아채게 되는 경우가 많지만, 첫 시작은 기초자료가 필요하니 이렇게 시작하는 것이 좋다. '내가 OOO 할 때 OOOOO 한다.'라는 명제가 어느 정도 정립이 되면, 이제 이 명제를 분석해 본다.
Step 1. 가장 쉬운 명제가 "나는 OOO 한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매우 만족한다." 다. 나는 평소 영화 관련 어플 <왓차>를 통해 내가 본 영화들의 주관적인 감상평과 별점과 남기는데, <어바웃 타임>의 한줄평을 발췌하면 다음과 같다.
"인간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하다. 다양한 관계의 사랑에 대해 담담하고도 유쾌하게 풀어낸다. 적절한 노래들과 영국의 소소한 거리와 느낌이 좋다. 영화의 메시지도 단순하지만 강렬하고 오롯하다."
하지만 이런 감상평은 타인이 영화를 보는 데 작게나마 도움이 될는지는 모르지만, 나를 이해하는 데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Step2. 그렇기에 조금 더 직접적이고 단순한 문장들로 표현한다.
- 내가 좋아하는 여배우(레이첼 맥아담스)가 나온다. #배우
- 내가 좋아하는 유럽(영국), 그중에서도 실제 라이프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일상생활들과 대화를 엿볼 수 있다. #이국적 여행지/생활상
- 내가 평소 운전할 때 듣기에 좋은 감성적인 OST가 나온다. #감성적인 OST/사운드
- 내가 동기부여를 받을 만큼 영화 메시지가 단순하다. #단순한 메시지 :
Step 3-1. 이렇게 '나의 선호 이유'로 단순화했을 때, 비슷한 요소들로 인해 만점을 준 영화들이 정리된다.
- <굿모닝 에브리원>, <물랑루즈>, <블루 발렌타인>, <보이후드>
Step 3-2. 이 요소를 모두 채우면서 동시에 한 요소가 특히 극대화된다면 '내가 수십 번 보는 영화'인 이유들도 짐작된다.
<비포 시리즈> - 비포선라이즈/비포선셋/비포미드나잇 ※ 이 시리즈에 대한 내 감상평은 예전 글에서도 남긴 적이 있다.
<몽상가들>
Step 3-3. 이 요소(배우, 이국미, OST, 단순 메시지) 중 한 요소가 부족하지만, 그 외 요소가 매우 좋아서 별점 만점인 영화들도 있다.
<라라랜드>, <멋진 하루>, <파리로 가는 길>, <빅 피쉬>, <사운드 오브 뮤직>, <베티블루 37.2>, <더 문>
<덩케르크>, <제리 맥과이어>
번외. 내가 특정 시기(10대, 20대)에 빠진 특정한 장르이거나, 특별한 기억 때문에 만점을 준 영화들도 있다.
<알.이.씨>, <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새벽의 저주>
<열한 마리 고양이>, <서칭 포 슈가맨>
Step 4. "내가 선호하는 배우 + 이국적인 장소 + 단순한 메시지 + 감성적 OST"인 영화를 나는 좋아한다.라는 명제를 기억하고 이를 실제 영화나 드라마를 고를 때 한 번씩 생각해 보는 습관을 기른다. 이 생각하는 과정이 사실 가장 중요한데,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스스로 생각해 보는 이 습관이 내 삶의 다른 영역에도 많은 변화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콘텐츠를 접하는 과정에 한정해서도, 나는 내가 어떤 영화를 볼 때 행복감을 느끼는지, 내 삶에 도움이 될 메시지를 더 깊이 새길 수 있는지를 보다 정확하고 명확한 게 생각할 수 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삶을 살아갈수록 '나를 위한' 선택에 집중할 수가 있다. 나는 나로 태어난 것을 선택하지는 못했지만, 나로서 어떻게 더 만족감 있게 살아갈지는 내가 선택할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