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 세계 최고 투자자 10명을 꼽아 본다면
최근 버크셔 헤서웨이로부터 은퇴를 선언한 워렌 버핏은 많은 메시지로 미국 주식 시장에서의 신화를 만들었다. 세계 최고의 투자자는 누구일까? 그리고 현재 이들은 S&P500 지수의 성과를 이기고 있는 것일까?
‘살아있는 전설’이라 불릴 만한 세계 최고의 투자자 10인을 한자리에 모았다. 이 글은 숫자보다 중요한, ‘투자자로서 사고방식’를 중심으로 소개한다.
1. 워렌 버핏 (Warren Buffett, 1930~, 미국)
시간은 훌륭한 기업의 친구이지만, 평범한 기업의 적이다
명실상부한 현존 최고의 투자자. 2025년 기준 약 1,200억 달러(약 162조 원)의 자산을 보유한 그는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가치투자의 대명사다. 1965년부터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를 통해, 내재 가치보다 저평가된 우량주에 장기 투자하는 방식으로 수십 년간 압도적인 성과를 냈다. 그의 투자 철학은 지금도 전 세계 수많은 투자자들에게 살아 있는 교과서처럼 여겨진다.
버핏은 단순히 돈을 버는 데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좋은 기업'이 어떻게 장기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지를 증명해낸 투자자다. 그의 절제된 소비 습관과 지속적인 기부 약속은, 자산가로서의 모범을 상징한다.
최근 행보 & 흥미로운 사실
애플 주식 하나만으로 포트폴리오의 약 45%를 구성하며 압도적인 집중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2023년 기준, 자산의 99% 이상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여전히 99세의 나이에도 직접 주주총회에 참석하며, 후계자인 그렉 아벨에게 핵심 운영을 자연스럽게 이양 했다.
맥도날드 아침 세트와 체리 코크를 매일 즐기는 그의 루틴은 '절제된 부자'의 상징처럼 회자된다.
10대 시절부터 벽돌 배달, 신문배달 등으로 모은 돈으로 주식 투자를 시작했던 경험은 전설의 서막이었다.
2. 조지 소로스 (George Soros, 1930~, 미국)
나는 시장이 언제나 틀릴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작한다
2025년 기준 약 70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그는 글로벌 금융시장에 '위험을 감수하는 철학자'라는 별명을 남긴 투자자다. 무엇보다 1992년 영국 파운드화를 공격해 하루 만에 10억 달러를 벌어들인 '검은 수요일' 사건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는 철학자 칼 포퍼의 제자로, 인간 인식의 한계를 인정하고 시장에 대한 '반사성 이론'을 창시하며 금융 시장 분석에 깊이를 더했다. 단기적인 가격 왜곡과 군중 심리를 이용해 매크로 트레이딩을 펼치는 전략은 이후 많은 헤지펀드에 영향을 주었다.
최근 행보 & 흥미로운 사실
'열린 사회 재단'을 통해 세계 인권 및 민주주의 활동에 300억 달러 이상을 기부해왔다.
은퇴 이후에도 정치적 발언과 글로벌 거버넌스에 대한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발휘 중이다.
유럽연합과 이민 정책, 법치주의 문제 등에서 진보적 입장을 적극 피력한다.
본인의 철학과 시장에 대한 통찰을 담은 『금융 연금술』은 지금도 고전으로 읽힌다.
헝가리 출신의 유대인 이민자로서, 2차 세계대전 당시의 경험이 그의 철학적 기초가 되었다.
3. 레이 달리오 (Ray Dalio, 1949~, 미국)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성공의 출발점이다
2025년 기준 약 190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그는, 세계 최대 규모의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창립자로서 매크로 투자 전략의 현대적 틀을 만든 인물이다. 그의 투자 철학은 '시스템적 사고'와 '사실 기반의 원칙'을 통해 시장의 흐름을 예측하고 대응하는 데 중점을 둔다.
특히 그가 고안한 '올웨더 포트폴리오'는 다양한 자산군을 활용한 분산 투자 모델로, 경제 사이클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철학자에 가까운 투자자로서 그는 경제와 인간 행동의 반복성을 깊이 있게 분석해낸다.
최근 행보 & 흥미로운 사실
2022년, 브리지워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이사회 수석 멘토로 영향력 유지 중
『원칙 Principles』를 비롯해, 『변화하는 세계 질서』 등 저서로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깊은 인사이트를 전달하고 있다
중국, 인플레이션, 달러 패권에 대한 장기 전망을 자주 발언하며 글로벌 경제 담론을 선도함
일일 명상, 저널링을 실천하는 자기관리 습관으로도 유명
대학생 시절 200달러로 주식 투자를 시작하며 금융시장에 입문했다
4. 캐시 우드 (Cathie Wood, 1955~, 미국)
기술의 파괴적 혁신은 우리가 투자로 이끌어야 할 미래다
2025년 기준 약 3억 5천만 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캐시 우드는 '파괴적 혁신'이라는 키워드로 2020년대 초반을 강타한 대표적인 성장주 투자자다. 그녀가 이끄는 ARK Invest는 전기차, 유전자 편집,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 미래 기술을 중심으로 집중 투자하며 혁신 중심 포트폴리오의 상징이 되었다.
그녀는 전통적인 펀드매니저들과 달리, 유튜브·트위터·리서치 노트를 공개하며 대중과 활발히 소통하는 ‘오픈형 투자자’로 각광받고 있다. 때로는 시장과 반대 방향으로 가는 전략이 비판받기도 하지만, 그녀는 확신을 바탕으로 ‘다음 세대의 아마존’을 찾는 여정을 이어간다.
최근 행보 & 흥미로운 사실
테슬라, 코인베이스, 로쿠 등 고성장 기술주에 집중 투자
ARK ETF 시리즈는 2020~2021년 엄청난 수익률로 인기를 끌었지만 이후 변동성도 커짐
2024년 기준, 인공지능 및 헬스테크 분야에 재집중하며 포트폴리오 조정 진행 중
‘ARK Big Ideas’ 리포트는 매년 기술 트렌드에 대한 강력한 인사이트를 제시하며 MZ세대 투자자들에게 큰 영향력을 발휘
공학도가 아닌 신념 있는 신자이자, 기술과 신앙을 조화롭게 바라보는 시선으로도 독특한 위치를 차지
5. 짐 사이먼스 (Jim Simons, 1938~, 미국)
수학과 알고리즘이야말로 시장의 패턴을 꿰뚫는다
2025년 기준 약 230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짐 사이먼스는 전직 수학자이자 암호 해독가 출신으로, 퀀트(계량) 투자의 전설이다. 그가 창립한 르네상스 테크놀로지는 시장에서 찾을 수 있는 미세한 가격 패턴을 컴퓨터 모델로 분석해 수익을 내는 전략으로 유명하다.
특히 메달리온 펀드는 일반 투자자가 접근할 수 없는 내부 펀드이지만, 연평균 30%에 달하는 수익률을 기록하며 ‘월가의 블랙박스’라 불려왔다. 그는 인간의 직관이 아닌 데이터와 수학으로 시장을 이길 수 있음을 보여준 상징적인 존재다.
최근 행보 & 흥미로운 사실
학문적 성과를 투자로 확장시킨 대표적 인물로, 미국 수학재단에 수천억 원 기부
2021년 르네상스 CEO에서 은퇴했지만 여전히 자산운용 업계에 상징적 영향력
퀀트 알고리즘은 철저히 비공개로 유지되어 '전설 속 기계'처럼 회자됨
젊은 시절 미국 NSA(국가안보국)에서 암호 해독가로 근무한 경력도 보유
수학, 천문학, 바이오 분야 연구기관에 활발히 기부하며 과학 후원자로서도 유명
6. 칼 아이칸 (Carl Icahn, 1936~, 미국)
주주 가치를 회복하라, 그렇지 않으면 내가 간다
2025년 기준 약 170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칼 아이칸은 행동주의 투자자의 상징이다. 기업에 지분을 매입한 후, 비효율적인 경영 구조를 지적하고 CEO 교체나 자사주 매입, 배당 확대 등을 요구하며 주가를 끌어올리는 전략으로 이름을 알렸다.
그는 때로는 적대적인 인수합병을 시도하며 경영진과 직접 충돌하기도 했고, 때로는 시장의 문제점을 정확히 찌르며 영웅처럼 비춰졌다. 워렌 버핏조차도 “아이칸이 개입한 회사는 반드시 변화가 일어난다”고 평가한 바 있다.
최근 행보 & 흥미로운 사실
2023년 이후 에너지, 제약 분야 중심으로 행동주의 전략 확대
자녀인 브렛 아이칸에게 투자회사 Icahn Enterprises의 핵심 운영을 점진적으로 이양 중
대중 강연과 CNBC 인터뷰를 통해 활발히 목소리 내며 '기업 감시자' 역할 수행
애플, 넷플릭스, 이베이 등 굵직한 기업과의 충돌 사례로 유명
개인적으로는 철저한 금욕적 생활을 하며 검소한 소비 습관으로도 화제
7. 빌 애크먼 (Bill Ackman, 1966~, 미국)
나는 시장에서 잘못된 것을 고친다고 믿는다
2025년 기준 약 35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그는 퍼싱 스퀘어 캐피털의 창립자이자 대표 펀드매니저다. 장기적인 가치를 중시하면서도, 때론 공세적 개입을 통해 기업 전략을 바꾸는 데 집중하는 그의 행보는 ‘온건한 행동주의’로 평가받는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직전, CDS를 활용한 공매도로 26억 달러라는 엄청난 수익을 거두며 투자자들 사이에서 다시금 주목받았다. 그의 투자 스타일은 정제된 논리와 공개적 주주서한을 바탕으로 시장에 신뢰를 얻는다.
최근 행보 & 흥미로운 사실
유니버설뮤직, 칩톨레 등 소비재 중심의 장기 투자 지속
2024년부터 ‘정책 기반 ETF’ 구상 발표, 투자와 정치의 교차점 실험 중
트위터/X에서 직접 투자 철학을 알리는 소통 방식도 주목받음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출신으로 엘리트 교육 기반 + 진보적 기업관을 함께 지님
‘투자의 윤리’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제작을 후원하며 교육 활동 확대
8. 마이클 버리 (Michael Burry, 1971~, 미국)
누군가는 버블을 꿰뚫고 행동해야 한다
2025년 기준 약 3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마이클 버리는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전, 주택담보대출 시장의 붕괴를 예측하고 과감히 신용부도스왑(CDS)으로 공매도에 나섰으며, 그 전략은 수천억 원에 달하는 수익으로 이어졌다.
의사 출신인 그는 남들과 다른 시선으로 숫자를 읽어내며, 거대 자산가들이 놓친 리스크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분석가형 투자자다. 시장의 과열, 밈 주식, 암호화폐 열풍에 늘 회의적인 입장을 유지하며 ‘반대편에 선 투자자’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최근 행보 & 흥미로운 사실
스카이언 캐피털을 통해 미국 소형주, 채권, 부동산 중심 투자 중
2024년에는 일본 증시 상승과 미 국채 금리 하락을 동시에 베팅한 전략으로 이목 집중
트위터에서 의미심장한 한 줄 멘트 후 계정 삭제하는 ‘유령처럼 사라지는 트윗’으로도 유명
투자 외에도 희귀 질환에 대한 연구 및 의료재단 기부 활동 지속
주식보다도 '위험 신호'에 더 관심을 가지는 ‘리스크 중심 투자자’로 불린다
9. 데이비드 아인혼 (David Einhorn, 1968~, 미국)
시장에는 진실이 아닌 서사가 움직인다. 나는 진실을 본다
2025년 기준 약 15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그는 그린라이트 캐피털의 창립자이자 대표다. 철저한 재무분석을 기반으로 허술한 회계나 과대평가된 주식을 숏(공매도)하는 전략으로 명성을 쌓았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의 부실을 일찍부터 지적했던 사건은 그를 월가의 ‘내부 고발자형’ 투자자로 만들었다.
때로는 시장의 주류 흐름과 반대되는 포지션을 취하며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하지만, 그는 언제나 데이터를 근거로 논리를 세운다. 그의 글과 투자 서한은 여전히 깊이 있는 시장 비판서로 읽힌다.
최근 행보 & 흥미로운 사실
테슬라 공매도 실패 이후, 기존 숏 전략을 유연하게 조정하며 가치 투자 재정립 중
기술주보다 전통 산업과 중소형주에서 저평가 종목을 발굴하려는 경향 강화
최근 블록체인·핀테크 기업에 대한 비판적 리포트 발표로 논란
『Fooling Some of the People All of the Time』 저자, 회계투명성 운동의 대표 인물
체스 애호가로, 전략적 사고를 투자에도 녹여내는 독특한 시선 지님
10. 토비아스 뤼트케 (Tobias Lütke, 1980~, 캐나다)
나는 기술과 금융이 만나는 그 접점을 좇는다
2025년 기준 약 80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그는 캐나다의 대표 유니콘 기업 Shopify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다. 비록 전통적인 자산운용사 출신은 아니지만, 기술 기반의 기업가이자 벤처 투자자로서 현대적인 투자자의 전형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는 Shopify 경영 외에도 테슬라, 코인베이스 이사회 멤버로 활동하며 신기술 산업의 전략적 의사결정에 참여해왔고, Web3, 인공지능, 분산형 금융(DeFi) 분야 스타트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최근 행보 & 흥미로운 사실
2024년부터 자체 벤처펀드 'Tilt Capital' 설립해 AI, SaaS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
Shopify의 경영 구조 혁신으로 뉴욕타임즈 선정 ‘가장 일하고 싶은 CEO’ 랭킹 진입
기술 기업의 경영자이면서도 자사주를 꾸준히 매입하며 투자자로서 신뢰 확보
오픈소스 철학과 스타트업 문화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유명
스노우보드를 즐기며 팀원들과의 자유로운 문화 교류를 중시하는 ‘창업자형 투자자’
이들은 단순한 부자가 아니다. 돈의 흐름을 설계하고, 자본이 닿는 방향에 미래를 새긴다. 이들의 선택이 산업을 뒤흔들고, 정책을 견인하며, 세상의 규칙을 바꾼다. 자본의 물결은 늘 조용히, 그러나 가장 멀리 가는 힘이 되고는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