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흐름 별로 엿보는 파이어족 라이프스타일 - 1편
경제적 자립을 이뤄 자유롭게 살려는 사람은 많다.
그런데 그 자유는 월 얼마 정도의 현금 흐름에서 가능해지는 걸까?
이번 시리즈에서는 월 300, 600, 900만 원을 달성한 파이어족의 삶을 구체적으로 그려볼 예정이다.
연재의 핵심은 ‘자산을 어떻게 마련했는가’ 보다는, '어떤 삶을 살 수 있는가?'를 가늠하는 것이 핵심이다. 실제로 경제적 자립을 목표로 하고 있는 우리 부부의 시나리오에 비추어 사실성을 더했다.
* 1편 등장인물:
수도권 거주, 30대 중반 부부, 자녀 없음
월 현금흐름 300만 원 (자본 180+ 파트타임 120)
주거비 : 월 1,000,000원
(월세 800,000원 + 관리비 200,000원)
거주비는 파이어족에게 가장 비중이 큰 지출이다.
이 부부는 각각 다니던 회사를 퇴사 후 서울 도심 전셋집을 정리했다. 10년 이내 준신축 1.5룸~2룸 오피스텔을 기준으로, 월세 80만 원 내외, 관리비 20만 원 수준의 집을 찾았다. 크게 후보군으로는 인천 구도심, 경기도 부천시, 화성시 동탄 교외, 남양주시 별내동, 의정부역 인근이었다. 부부는 동탄의 호수공원 인근 준신축 오피스텔을 낙점했다. 조용하면서도 생활 인프라가 탄탄한 점이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2룸 중 하나는 침실, 다른 하나는 작업실 겸 취미 공간으로 사용한다. 주변의 쇼핑가, 카페거리, 다양한 음식점들은 풍요로운 일상을 가능케 한다. 도심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자연과 가까운 곳에서의 삶은, 지인들과의 지리적 거리감을 감수할 만하다고 판단했다.
파트타임 수입 : 월 수입 1,200,000원
조금 이른 은퇴를 택한 부부는 현금흐름의 부족분을 ‘일하는 경험’으로 보충한다. 일정기간 서로가 겹치지 않게 교대하며 현금흐름 월 120만 원 정도를 평균적으로 보충하면 되기에 두 부부 모두가 1년 내내 일하지 않아도 된다.
남편은 동네 브루어리에서 주 4일, 하루 4시간씩 일한다. 책으로 공부하던 맥주 제조는, 실무에서는 전혀 다른 세계다. 수제 맥주를 접하고 배합 과정을 기록하는 이 파트타임은, 남편에게 창작과 배움의 연장선이다. 아내는 이따금 이웃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한다. 라테 아트를 배우고, 직원들과 소소한 커뮤니티를 만들어간다. 오전 8시~오후 2시까지 일한 뒤, 나머지 시간은 온전히 부부의 몫이다.
자기 계발비 : 월 200,000원
퇴사했다고 배움이 멈춘 건 아니다. 오히려 더 자유롭게 배우고 시도하는 시간이다.
아내는 유튜브로 커피 블렌딩을 공부하고, 남편은 홈브루잉 자격증 강좌를 듣는다. 주 1회 도서관, 정기적인 중고책 구매, 동네 북토크 참여까지. 자기 계발비 20만 원은 필수 고정 지출이다. 배움을 통해 콘텐츠를 만들고, 글을 쓰는 삶을 꾸려간다.
식비 : 월 500,000원
대부분의 끼니는 집에서 먹는다.
아침엔 과일과 샐러드, 직접 내린 커피. 점심은 전날 반찬, 저녁은 둘이 함께 만든다. 쿠팡은 생활용품 중심으로 활용하고, 야식이나 배달은 자제하기로 합의를 했다. 주로 인근에서 열리는 오일장이나 대형마트에서 장을 본다. 제철 채소, 달걀, 두부, 고등어 한 마리. 마트보다 신선하고 저렴하다. 장보기와 요리는 삶의 루틴이자 콘텐츠다.
외식비 : 월 300,000원
부부는 일주일에 1~2번 외식한다.
한 끼 평균 5만 원, 요리하기 번거로운 메뉴 위주로 고른다. 이들에게 외식은 일상의 이벤트이자 체험에 가깝다. 브루어리 펍에서 맥주와 감자튀김을 즐기거나, 조용한 덮밥집에서 오물조물 식사를 나눈다. 카페에서는 라테 두 잔과 디저트 하나를 두고 서로의 글을 첨삭하는 시간이 데이트다. 30만 원 안에서 기분 전환, 관계 유지, 소소한 행복을 모두 챙긴다.
건강관리비 : 월 100,000원
“건강을 챙긴다는 건 결국 나를 아끼는 태도예요.”
매일 아침 유산균 한 캡슐. 아내는 비타민C, 남편은 마그네슘 복합제. 감기 기운이 느껴질 땐, 한방차를 끓이고 도서관 옆 한의원에 들른다. 대신 홈트 유튜브를 따라 하며 스트레칭하고, 가끔 동네 산책로를 돈다. 조금만 신경 쓰면, 몸은 금방 달라진다. 건강비 10만 원은 그리 큰돈이 아니지만, 이들은 몸을 신뢰할 수 있는 일상을 그 돈으로 산다. 이 부부가 40대가 되면 이 건강비 항목을 조금씩 늘리기로 한다.
부모님 경조사비 : 연 1,400,000원
(생신 20만 원, 명절 30만 원)
월 용돈을 드리지는 않지만, 생신과 명절엔 정성껏 챙긴다. 주로 부모님 댁을 방문해 선물과 식사 자리를 마련하는 방식이다. 시간부자인 부부는 은퇴 전에는 주말에 잠깐 틈을 내 하루이틀 바쁘게 오갔지만, 이제는 여유롭게 평일 일정에 시간을 내 추억을 공유하며 끊김 없는 마음의 연결을 이어간다.
쇼핑비 : 월 100,000원
“새로운 것을 소유하기보다, 가진 것에 만족을 잘하는 편이에요.”
쇼핑 항목은 아내가 절제하는 항목 중 하나다. 필요한 옷은 중고 앱, 소품은 다이소·알뜰 마켓에서 구한다. 최근에는 주방에 맞는 나무 도마 하나로 분위기를 바꿨다. 소비는 단순한 구매가 아니라 삶의 질감을 조정하는 행위다. 가끔은 남편이 그간 절제해 온 아내를 위해 1년에 한 번 정도 수입을 모아 럭셔리한 선물을 준비하기도 한다. 물론 이 비용은 쇼핑비에 포함되지 않는다.
미용비 : 월 100,000원
“거울 앞에서 스스로에게 웃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해요.”
남편과 아내는 인근 미용실에서 커트를 받는다. 염색은 약국에서 산 염색약으로 스스로 해낸다. 가끔 홈케어 팩을 붙이고, 손톱도 정리한다. 큰돈은 들이지 않지만, 꾸준히 나를 돌보는 루틴이 있다. 외모 관리라는 표현보다, 이들은 ‘정리’라는 단어를 더 좋아한다.
교통비 : 월 100,000원
부부는 매년 자동차세와 유지비가 드는 자동차를 팔았다.
대신 도보와 버스, 자전거만으로도 충분히 이동 가능한 곳을 거주지로 선택했기에 큰 불편함은 없다. 매일 걷는 도보걸음수는 평균적으로 10,000보. 카페까지는 걸어서 7분, 역까지는 자전거로 10분. 주말에는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외출한다. 버스카드는 월 3만 원씩 자동 충전, 남은 예산은 가끔 카셰어링 서비스를 이용해 근교로 드라이브 나들이도 즐긴다.
국내여행비 : 월 200,000원
"가끔은 다른 풍경을 보아야, 삶의 다양성을 만끽할 수 있어요"
부부는 매달 한 번, 최소한의 짐으로 1박 2일 소도시 여행을 떠난다. 한적한 북카페, 자전거길 끝 게스트하우스, 오래된 찻집 골목. 에어비앤비와 대중교통을 활용해 20만 원 안에서 모든 비용을 해결한다. 목적은 비용이 아니라 리듬의 전환이다.
해외여행비 : 연 1,500,000원
“겨울엔 한 번쯤, 다른 나라에서 살아본다.”
이 부부의 겨울은 조금 다르다. 한국의 초겨울이 찾아오는 11월 즈음이 되면 이 부부는 "가성비 좋은" 태국 치앙마이나 베트남 달랏 같은 도시에 머문다.
한 달 숙소 비용은 40만 원 수준, 현지 식비와 생활비도 국내보다 저렴하다. 왕복 항공권은 비수기 특가로 미리 끊어놓는다. 떠나 있는 동안 한국의 빈 집은 에어비앤비를 통해 부가적인 수익을 받을 수 있다.
현지 노트북 카페에서 블로그를 쓰고, 시장에서 장을 본다. 이 해외살이는 연간 예산 150만 원 안에서 매끄럽게 관리된다. 비용이 아니라 리듬의 전환이 핵심이다.
재산세/기타 세금 : 연 2,000,000원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덕분에 세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다른 파이어족에 비해 매우 적다. 재산세와 건강보험료를 모두 합해도 연간 200만 원이 채 안된다. 이 외에도 각종 공과금, 공적 지출 항목들은 정기적으로 정리하며 통제하고 있다.
어떠한가? 생각보다 매우 적은 현금흐름으로도 충분히 자족할 수 있는 현재를 살아갈 수 있다. 인생의 길은 누구나 걸어가야 할 의무가 있기에 그 길을 만드는 건 자신만의 오롯한 책임이자 자유다.
다음 편에서는 월 600만 원 현금흐름으로 살아가는 파이어족 부부의 라이프스타일을 공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