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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600만 원” 파이어족 부부는 어떻게 살아갈까?

2편 - 현금흐름 별 부부 라이프스타일

by 우현

이전 글인 월 300만 원의 현금흐름으로도 소박하지만 충분한 자유를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완전히 '일에서 손을 뗀' 삶.


'이제는 정말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되는 파이어족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이번 편에서는 월 600만 원의 자본소득으로 살아가는 30대 부부의 일상과 구조를 공개한다. 일을 하지 않아도, 스스로를 단정하게 가꾸고, 삶을 유의미하게 설계하며 살아가는 부부의 라이프스타일.


* 2편 등장인물:

수도권 거주, 30대 중후반 부부, 자녀 없음

월 현금흐름 600만 원


주거비 : 월 2,000,000원
(월세 1,700,000원 + 관리비 300,000원)

월 현금흐름 600만 원 중에서도 주거비는 여전히 가장 비중이 큰 고정 지출이다. 하지만 안정적인 자본소득이 생기면서, 이 부부는 단순히 가격 대비 효율을 따지는 주거지 선택에서 벗어나게 된다. ‘살고 싶은 동네, 나만의 루틴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을 기준으로 주거 공간을 선정한다.


퇴사 후 출퇴근이 사라지자, 직장 접근성보다는 일상의 밀도와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동네가 중요해졌다. 이 부부는 서울 중심부에서 멀지 않으면서도 정주 여건이 우수한 지역의 신축 오피스텔이나 소형 아파트를 월세로 임대해 거주 중이다.


대표적인 후보 지역은 경기 하남, 동탄, 광교, 인천 송도 등 서울 접근성이 좋은 근교 지역이다. 이들 지역은 공원과 한강, 도서관, 동네 책방, 마트와 카페가 모두 걸어서 이동 가능한 거리에 모여 있어 부부의 ‘걷는 생활’을 완성시킨다.


선택한 집은 전용면적 20평대 후반~30평대 신축 오피스텔이다. 방 3개와 넓은 거실+주방 구조이며, 통창과 발코니를 통해 넓은 공원 뷰를 만끽할 수 있다. 층고가 높고 환기가 잘 되는 구조로, 낮에는 햇살이 깊이 들어오고 밤에는 부부가 함께 앉아 조용히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는 공간이 된다. 방 3개는 각각 아내와 남편의 개인공간, 그리고 공동침실로 구성해 자신만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누린다.


식비 : 월 500,000원

‘건강한 집밥’은 기본이다. 하루 세끼 중 두 끼 이상은 집에서 해결하지만, 사용하는 식재료와 식사 준비 과정은 여전히 정성스럽다.


아침은 과일, 요거트, 샐러드와 직접 내린 드립커피로 시작한다. 점심은 전날 만들어둔 반찬과 국을 간단히 차려내거나 외식 브런치를 즐기고, 저녁은 둘이 함께 만든다.


주 1회는 오일장이나 자연식품 매장을 방문해 제철 채소와 달걀, 두부, 해산물 등을 구매한다. 쿠팡과 정기배송도 병행하되, 가끔은 신선하고 기분 좋은 친환경 유기농식품 소비를 지향한다. 건강한 식단을 지키기 위해 배달 음식과 야식은 자제하는 편이다. 식사는 이 부부에게 몸을 돌보는 행위이자, 콘텐츠로 기록되는 일상이다. 음식 사진을 기록하고, 레시피를 정리해 블로그나 소셜미디어에 올리며, 먹는 행위를 삶의 일부로 확장시킨다.


외식비 : 월 500,000원

'현금흐름 300만원 부부'에 비해 주 2~3회 정도의 여유 있는 외식 루틴으로 변화했다. 단순히 밖에서 먹는 것이 아니라, 외식을 통해 경험하고 싶은 감정이나 대화, 공간을 고르는 방식이다. 회당 외식비는 기본 5만 원으로 정해 두었지만, 가끔은 고급 레스토랑에서 근사한 플레이트로 기분을 내기도 한다.


가성비 위주였던 식당 선택은 이제 ‘분위기’와 ‘음식의 정체성’까지 고려한다. 감각적인 이자카야에서 덮밥과 고로케를 조용히 나눠 먹거나, 수제 버거집에서 음악을 들으며 맥주 한 잔을 마신다. 브루어리 펍에서는 바에 앉아 감자튀김과 IPA를 곁들이고, 종종 동네 파스타집에서 창가 자리를 예약하기도 한다.


카페도 중요한 외식의 일부다. 서로의 글을 수정하거나, 독립출판 아이디어를 정리하거나, 단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커피와 디저트를 곁들인다. 작은 한 끼, 조용한 공간, 한 시간의 대화가 이 부부에겐 여느 만찬보다 값지다.


자기계발비 : 월 200,000원

퇴사 이후에도 이 부부는 배움을 멈추지 않았다. 다만 그 배움은 ‘경력 관리’나 ‘스펙 쌓기’가 아니라, 삶의 결을 더 정교하게 만드는 자기계발이다. 일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오히려 배움의 방향은 더 자유롭고 실험적으로 확장된다.


아내는 커피 블렌딩을 공부하고 있다. 유튜브와 온라인 클래스, 독립카페의 원두 시음회 등을 꾸준히 찾아보고, 주 1회 카페에 앉아 커핑 노트를 정리한다. 이전에는 업무를 위해 배웠다면, 지금은 취향과 몰입을 위해 공부한다.


남편은 최근 집에서 수제맥주를 직접 만드는 ‘홈브루잉’ 자격증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강의 수강과 재료 구매, 시제품 양조와 기록까지 전 과정을 콘텐츠로 만들어가고 있으며, 이 모든 과정은 그에게 창작과 실험의 시간이다.


둘은 주 1회 도서관에 간다. 책을 함께 빌리고, 추천 도서를 주제로 대화를 나누거나, 북토크와 독서모임에 참여하기도 한다. 서점에서 가볍게 고른 책들이 대화의 주제가 되거나, 이후 글쓰기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교통비 : 월 150,000원

차량 유지비, 정비와 세금, 감가상각 등을 생각하면 파이어족의 삶에서는 소유보다 공유와 도보 중심의 이동 방식이 훨씬 합리적이다. 퇴사 이후 반드시 매일 이동해야 할 목적지가 사라졌고, 걷는 시간이 곧 사유의 시간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집은 여전히 도보 생활권 중심으로 선택했다. 지하철역까지는 걸어서 10분 이내, 한강이나 공원은 자전거로 10분이면 도착한다. 평일에는 대부분의 생활이 도보와 자전거로 해결되고, 주말에는 대중교통을 활용한다. 두 사람 모두 월 정기 충전 교통카드를 사용하며, 남은 예산으로는 카셰어링이나 택시를 이용한다.


걷는 일상은 이 부부의 생활 패턴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산책과 장보기, 카페 가는 길까지 하루 평균 8,000~10,000보는 기본이다.


쇼핑비 : 월 20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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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부의 소비 패턴은 퇴사 전과는 확연히 다르다. 일을 하던 시기에는 옷과 물건이 '사회적 역할의 복장'이었다면, 지금은 자신의 진정한 취향을 확인하고 확장하는 단계다.


의류는 여전히 미니멀하지만, 아우터를 살 때만큼은 품질에 신경 쓴다. 꼭 필요한 옷을 천천히 고르고, 계절마다 한두 벌씩 교체하며, 중고 앱이나 리세일 플랫폼도 활용한다. 브랜드보다는 소재와 핏, 착용감이 우선이고, 입을수록 좋아지는 물건을 고른다.


생활 소품이나 가전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엔 오래 고민하던 무선 청소기와 도마, 책상 조명을 구입했다. 과소비는 아니지만, 지출이 삶의 결을 다듬는 행위로 이어지도록 신중하게 접근한다. 충동구매는 줄이고, '쓸수록 나를 이해하게 되는 물건'에 집중한다.


월 20만 원이라는 예산은 부부에게 ‘자기표현의 범위’를 너무 과하지 않게 허락해 주는 지점이다. 새로운 것을 들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미 가진 것과 조화를 이루게 하려는 시도가 이들의 소비를 더 정교하게 만든다.


미용비 : 월 300,000원

월 600만 원 현금흐름이 생기면서 부부의 미용 루틴에도 변화가 생겼다.

가성비 좋은 ‘관리’를 넘어서 '기분 좋은 케어’로 자리 잡았다. 남편은 1개월에 한 번 바버샵을 찾아 기본커트를 받거나 이따금씩 값비싼 펌을 받기도 한다.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스타일을 고수하려고 노력한다. 아내는 정기적으로 커트를 받고, 가끔은 뿌리염색이나 두피케어를 함께 받기도 한다. 동네에서 자주 가는 미용실이 생기면서, 일상의 친밀한 루틴이 되었다.


아내는 정기적으로 두피케어 회원권을 정기적으로 등록해 놓고, 홈케어에도 신경을 쓴다. 마스크팩, 네일 정리, 바디 스크럽 등도 즐기며, 화장품은 성분과 브랜드 철학까지 고려해서 고른다.


건강관리비 : 월 100,000원

일을 하지 않아도 규칙적인 삶이 가능하려면, 무엇보다 기초 체력과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이 부부는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제외하고도, 일상적으로 몸을 돌보는 작은 루틴들을 생활 안에 녹여두고 있다.


아침마다 유산균과 비타민을 챙겨 먹고, 주 2~3회는 홈트레이닝 유튜브 영상을 따라 하며 스트레칭이나 코어 운동을 한다. 남편은 마그네슘과 오메가3, 아내는 비타민C와 철분을 중심으로 맞춤형 영양제를 구성해놓고 있다. 복잡하지 않지만, 매일 반복되는 건강 루틴이다.


가끔 감기 기운이 느껴질 땐 동네 한의원에서 침을 맞거나, 생강차와 한방차를 직접 끓여 마신다. 계절마다 몸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려고 노력하고, 생활 리듬을 무너뜨리는 밤샘이나 과식은 되도록 피한다.


국내여행비 : 월 300,000원

일상에만 머무는 것은 또 다른 정체일 수 있다.

이 부부는 한 달에 한 번, 소도시로의 1박 2일 여행을 떠나며 일상과 비일상의 리듬을 조율하고 있다. 현금흐름 300만 원 부부의 예산에서 향상이 되었지만, 여전히 월 30만 원의 예산은 충분하지는 않다. 하지만 그만큼 여행의 밀도와 방향을 더 깊게 만든다.


여행은 늘 ‘가까운 곳’에서 시작된다. 경춘선 끝자락의 북카페, 바닷가 인근의 낡은 숙소, 오래된 찻집 거리, 혹은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는 지방 도시의 게스트하우스. 교통은 대중교통을 기본으로 하고, 필요하면 카셰어링을 병행한다.


숙소는 호텔보다는 분위기 있는 에어비앤비를 선호한다. 디자인이 독특하거나, 동네의 공기와 일상성이 잘 스며든 공간이면 충분하다. 여행의 주제는 ‘체험’이 아니라 ‘머묾’에 가깝다. 하루쯤 다른 동네의 습도와 풍경, 맛과 거리감을 체험하며, 다시 돌아올 삶을 새롭게 바라본다.


해외여행비 : 연 3,000,000원

이 부부는 매년 겨울, 세 달간 해외에서 살아보는 ‘일상 탈주’를 계획한다.

주요 후보군은 한국과 물가가 비슷한 수준의 나라들로 정한다. 포르투갈, 스페인을 포함한 남부와 동부 유럽, 일본, 튀르키에 등 선택지도 현금흐름 300만 원대에 비해 많이 넓어졌다.


이번 겨울의 선택지는 포르투갈 리스본. 우리나라보다 거주 물가가 다소 높은 편이지만, 조용하고 느긋한 도시 분위기와 유럽 특유의 밀도 있는 골목, 맛있는 음식과 문화적 여유가 이 부부를 끌어당겼다.


항공권은 6개월 전 비수기 특가로 예약해 왕복 130만 원 선에서 확보했다. 숙소는 리스본 알파마 지구 근처의 고풍스러운 에어비앤비. 주방이 있고 채광이 좋은 1 베드룸 아파트로, 한 달 약 80만 원. 공간의 크기보다는 일상의 즐거움을 느끼기에 더 적합한 지역을 선정 기준으로 삼았다. 리스본의 도심은 언덕이 많지만 도보 생활이 가능하고, 트램과 지하철도 잘 되어 있어 자동차는 필요 없다.


오전엔 근처 시장에서 장을 본다. 신선한 생선과 치즈, 올리브, 바게트 몇 개. 오후엔 근처 카페나 서점, 혹은 강가를 따라 산책을 하고, 저녁 무렵엔 집에서 간단한 식사를 준비한다. 가끔은 미술관이나 클래식 공연을 보러 나서고, 일주일에 한두 번은 시장 근처에서 외식도 한다. ‘로컬처럼 살기’ 위한 리듬은 빠르게 자리 잡는다.


현지 커뮤니티에서 소개받은 작가 모임에 참여하거나, 여행 중 쓴 일기를 블로그로 정리하는 일도 일정의 일부다. 또한, 이들이 한국을 떠나 있는 동안 거주 중인 집은 단기 임대를 통해 소득을 창출한다. 보통 한 달 80~100만 원의 수입이 들어오고, 이는 여행 비용의 30% 이상을 상쇄해 준다.


부모님 경조사비 : 연 2,000,000원
(생신 30만 원 × 4회, 명절 40만 원 × 2회)

부모님께 매달 용돈을 챙겨 드리지는 않지만, 정기적인 ‘의미 있는 시간’을 함께 누리는 방식을 택했다.
명절과 생신엔 빠짐없이 시간을 내고, 예산 안에서 성의 있는 선물을 준비한다. 비싼 물건보다 함께한 식사 자리, 직접 고른 취향 있는 소품, 마음을 담은 손 편지 같은 것들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부모님과의 거리가 멀더라도 매번 영상 통화와 직접 방문을 병행하고, 명절엔 음식 장만을 함께 하거나 고향 근처의 여행을 제안하기도 한다.


기타 경조사비 : 연 1,000,000원

퇴사 이후, 회사 동료나 거래처 행사 등에서 멀어지면서 자연스럽게 경조사의 빈도도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챙겨야 할 지인들과의 연결은 남아 있다. 부부는 경조사에도 기준을 정했다. 가족과 절친, 긴 인연이 이어진 몇몇 지인들에 한정하여 축의금·부의금을 챙기며, 과도한 사교나 의무감에서 비롯된 모임에는 선을 긋는다. ‘의례적 지출’이 아닌 ‘관계의 농도에 따른 선택적 참여’를 실천하는 것이다.


연 100만 원의 예산은 평균적으로 분기마다 1~2회 정도의 경조사를 상정한 액수다. 정확히 지출이 맞아떨어지지 않더라도, 이 부부에게 중요한 것은 ‘누군가의 기쁨이나 슬픔에 작지만 끊기지 않는 마음을 전하는 것’이다.


재산세 및 건강보험료 : 연 7,500,000원
(건강보험료 연 600만 원 + 재산세 연 100만 원 + 건강검진비 연 50만 원)

파이어족에게 있어 세금과 공적 보험료는 ‘예상보다 높을 수 있는 고정비’다. 더 이상 '직장가입자' 신분이 아닌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면 건강보험료가 갑자기 증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부부는 아파트 한 채와 자본소득, 금융자산, 월세 전입 신고된 주택 기준으로 2025년 기준 건강보험료는 월 약 50만 원, 연간 약 600만 원 수준이다.


재산세는 현재 거주 중인 전세나 월세 주택에는 부과되지 않지만, 부부가 보유한 서울 아파트 부동산 1채에 대해 연간 100만 원가량의 세금이 발생하고 있다. 이를 따로 ‘유지 비용’으로 분류해 예산에 반영한다. 이에 더하 격년마다 부부는 고급 건강검진을 받기에 매년 50만 원 비용을 별도로 산정해 놓는다.



월 300만 원에서 600만 원으로 현금흐름이 늘어나면서, 이 부부의 생활은 단순한 생존에서 여유 있는 설계로 확장되었다.


예산이 늘면서 선택의 폭이 조금 더 넓어졌다. 도심 접근성이 더 좋은 지역에서 거주할 수 있게 되었고 외식과 여행은 조금 더 다양하고 안락하게 즐기는 이벤트가 되었다. 미용, 쇼핑, 건강관리 등 자기를 가꾸는 지출은 더 정교해졌으며, 해외여행이나 부모님 경조사, 공적 비용까지 여유롭게 포함시킬 수 있다.


월 600만 원의 현금흐름은 결코 호화로운 수준은 아니지만, 그 안에서 이들은 ‘무엇을 사느냐’보다 ‘어떻게 살 것이냐’를 끊임없이 고민하며 삶을 구성해왔다.


많은 사람들이 '파이어'를 꿈꾸지만, 막상 일에서 벗어나면 무엇을 할지 모르는 공허를 경험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를 버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위해 버느냐다. 그리고 그 돈으로 어떤 삶을 설계하고, 어떤 정서적 밀도를 갖춘 나날을 만들어가느냐에 따라, 경제적 자유의 깊이도 달라진다.


당신이 진짜 원하는 자유는 무엇인가?


다음 편에서는 월 900만 원 현금흐름으로 살아가는 파이어족 부부의 라이프스타일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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