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편 - 현금흐름 별 부부의 라이프스타일
이전 두 편에서 월 300만 원과 600만 원 현금흐름으로 살아가는 파이어족 부부의 라이프스타일을 살펴보았다. 이번엔 그다음 스테이지, 월 1000만 원의 자본소득을 실현한 부부의 삶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 월 1000만 원의 현금흐름은 경제적 자유를 온전히 누리기에 충분한 돈으로 생각될 수 있다. 물론 이 부부 또한 "월 600만 원" 부부와 마찬가지로 일하지 않아도 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하지 않음으로써 더 나은 삶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물론 삶의 전환은 ‘돈을 더 쓰는 것’이 아니라, ‘어디에 얼마만큼 쓸지를 더 잘 아는 능력’에서 시작된다는 점은 명심해 두면서, 이 부부가 돈을 설계하며, 자유를 누리고, 자신을 다듬어가는 삶을 함께 따라가 보자.
주거비: 월 3,500,000원
(월세 300만 원 + 관리비 50만 원)
이는 전세 7억 원 수준의 신축 아파트 혹은 오피스텔, 고급빌라 수준이다.
이 부부는 더 이상 가성비 좋은 서울 근교를 고민하지 않는다. 그보단 ‘오래 살고 싶은 동네’에 초점을 맞춘다. 출퇴근 거리나 생활비 최적화가 아닌,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할 ‘배경’을 기준으로 집을 고른다.
삶의 가치관에 따라 서울 한강벨트를 따라 서초구, 용산구, 마포구, 여의도 등지의 오피스텔에서 살 수도 있고, 판교나 위례 신도시의 조용한 단독주택에서 자연과 여유를 만끽할 수도 있다. '좋은 동네'의 기준은 이제 교육, 교통, 상권이 아니라,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가’다.
또한, 이들은 국내뿐 아니라 유럽 주요 도시(예: 포르투갈 리스본, 프랑스 리옹)에서도 몇 달간 머물며 살아보기를 시도한다. 치안, 언어, 생활 인프라만 갖춰지면 어디든 '일상의 거점'이 될 수 있다.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 노마드. ‘이 집에서 나답게 살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곳이라면, 그것이 곧 그들의 집이 된다.
월 식비 500,000원
이 부부의 식탁은 단순한 끼니의 기능을 넘어선다. ‘무엇을 먹느냐’보다 ‘어떻게 먹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이들은, 식재료 선택에서부터 철학이 깃든다.
매주 정기적으로 쿠팡, 마켓컬리에서 기초 식재료를 받는 건 기본. 여기에 격주로 열리는 서울 근교 오일장에 나가 직접 채소를 고르고, 친환경 농장에서 직배송되는 채식 기반의 구독 서비스도 병행한다. 유기농 인증만큼 중요한 건 ‘이 음식이 누구에 의해, 어떤 방식으로 길러졌는가’다.
주말엔 작은 브런치 테이블이 열린다. 제철 과일을 활용한 잼, 직접 반죽한 빵, 바질 페스토 파스타까지. 매주 하나의 레시피를 탐색하고 완성해 가는 과정이 곧 부부의 언어다. 이 식비는 단지 먹는 비용이 아니라, 건강과 대화, 취향과 감각을 키우는 데 투자되는 예산이다.
월 외식비 1,000,000원
이 부부의 외식은 '배를 채우기 위한 식사'가 아니다. 그보다는, 공간과 분위기, 그리고 대화가 있는 '한 편의 공연'이다. 주 2회 외식, 회당 8만 원 수준의 예산은 숫자보다 경험을 기준으로 한다.
작은 골목 이자카야, 미슐랭 코스 요리, 와인 한 잔이 어울리는 남산 뷰 레스토랑까지—이들의 기준은 일관되다. 음식이 좋고, 공간이 좋고, 대화가 자연스러운가? 매달 한 번은 '미각 탐험'의 의미로 새로운 레스토랑을 예약하고, 사전에 셰프의 스토리와 콘셉트를 검색해 간다. 외식비는 ‘가격이 높은 음식’이 아니라, ‘기억에 남는 식사’를 위한 예산이다. 부부에게 외식은 ‘세련된 소비’가 아니라 ‘감각의 확장’이다.
교통비: 월 500,000원
이 부부 또한 ‘차를 소유’하는 방식의 이동을 고집하지 않는다. 차량 유지비, 주차 공간, 감가상각을 감안했을 때, ‘가볍고 유연한 이동 방식’이 이들의 삶에 더 맞는다고 판단했다.
평일엔 자전거와 도보로 이동하며,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고급 택시 멤버십으로 수도권 내 어디든 쾌적하게 움직인다. 필요한 순간, 필요한 만큼만. 여행이 있는 주말에는 SUV나 세단급 카셰어링 서비스를 이용해 근교로 떠난다. 이 교통비는 ‘언제든 자유롭게 떠날 수 있는 준비’에 가깝다. 교통수단이 아니라 ‘경로의 자유’를 사는 비용인 셈이다.
미용: 월 400,000원
남편은 2~3개월에 한 번, 바버샵 정기 패키지(커트+스킨케어 포함)를 예약해 이용한다. 때론 고급 펌이나 아로마 케어까지 병행해 자기 관리를 감각적으로 지속한다. 아내는 매달 헤어 컬러링, 네일, 두피 케어를 정기 루틴 화했다. 매달 시간을 내어 자신을 돌보는 의식적인 일상이 됐다. 화장품 선택에서도 변화가 있다. 단순히 '브랜드'나 '기능'이 아닌, 비건/클린 뷰티 철학과 피부에 잘 맞는 성분 중심의 셀렉션으로 변했다.
쇼핑: 월 500,000원
예산이 여유롭다고 해서 충동구매는 없다. 그 대신 하나의 물건을 고르기 위해 수십 개의 브랜드를 비교하고, 소재와 철학까지 탐독한다.
리빙 중심의 소비가 대표적이다. 아르텍의 의자 하나, 이토 도쿄의 도자기 한 점, 발뮤다의 토스터 하나가 공간을 바꾸는 힘을 가진다. 부부는 그것을 안다. 그러니 사는 속도는 느려도, 만족은 깊다. 패션 역시 마찬가지. 매 시즌 옷을 새로 사는 대신, 1년에 두세 벌을 신중히 고른다. 브랜드보다 핏, 촉감, 실루엣.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옷을 입었을 때 내가 나답게 느껴지는가’를 기준으로 삼는다. 이들은 중고 거래 플랫폼, 리빙 편집숍, 독립 브랜드 온라인몰을 탐색하며 ‘취향의 깊이’를 넓혀간다. 쇼핑이란 결국 ‘무엇을 갖고 싶나’가 아니라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에 대한 대화이기 때문이다.
자기 계발비: 월 500,000원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방식으로 학습을 활용한다. 이들이 자기 계발에 쓰는 50만 원은 온라인 강의 수강권, 동네 공방 수업, 스터디 모임 회비 등으로 나뉜다.
남편은 파이썬을 배우고 있다. 단순한 프로그래밍이 아니라, 자신의 투자 전략을 자동화하는 툴을 직접 만들고 싶다는 욕심에서 시작됐다. 매주 온라인 튜토리얼을 따라가며 작은 프로젝트를 하나씩 완성하고, 투자 데이터 분석에 활용하고 있다. 취미와 생산성이 맞닿는 지점에서 그는 스스로의 '업'을 다시 만든다.
아내는 제과 자격증을 준비하며, 이를 바탕으로 디저트 블로그와 클래스 기획을 구상 중이다. 단순한 취미를 넘어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과정. 블로그에는 매주 자신이 만든 디저트와 그에 얽힌 이야기, 레시피, 감정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글이 아니라 '삶의 축적'이다.
건강관리비: 월 300,000원
이 예산에는 요가 수업료, 홈트 앱 프리미엄 구독, 맞춤형 영양제 구독, 월 1회 도수치료가 포함된다. 병원에 갈 필요가 없도록 매일을 설계하는 삶이다.
주 2회 요가원에 나가고, 매일 10분 홈트레이닝을 앱으로 따라 한다. 규칙적인 루틴 속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억지로 하는 운동’이 아닌 ‘기분 좋은 습관’이다. 피곤할 땐 억지로 하지 않는다. 대신 향 좋은 오일을 뿌리고, 스트레칭 몇 가지를 반복하며 호흡을 가다듬는다.
국내여행: 월 400,000원
한 달에 한 번, 1박 2일의 짧은 여행. 강화도, 부여, 여수, 남해처럼 감성적인 로컬로 향한다. 목적은 힐링도, 관광도 아니다. 그보단 ‘두 사람의 대화’를 위한 공간이다. 여행의 핵심은 숙소다. 작은 독립서점이 있는 동네, 다이닝이 맛있는 식당 근처, 혹은 창밖 뷰가 좋은 감성 민박. 그 안에서 글을 쓰고, 함께 요리하고, 대화를 나눈다.
해외여행: 연 5,000,000 원
1년에 한 번, 그 지역을 충분히 알 수 있을 때까지 살아보는 여행을 떠난다. 부부의 로망을 채워보는 여행이라면 어디든 후보지가 된다. 여행은 힐링이 아니라 ‘삶의 환경을 바꾸는 실험’이다.
항공권은 비즈니스 클래스로, 숙소는 도시 외곽의 넓은 아파트형 거주지. 하루 몇 시간씩 글을 쓰거나 현지 시장을 돌아보며, 그 나라의 일상에 자신을 겹쳐본다. 관광보다 중요한 건 ‘일상의 낯섦’이다.
기부: 월 100,000원
부부는 각자의 관심사에 따라 애견보호센터와 아동 청소년 교육 단체에 정기 기부를 하고 있다. '돈을 쓰는 방식도 삶의 일부’라는 철학에 따라, 작지만 꾸준히 지속하는 나눔 루틴을 실천한다. 이러한 기부는 연말 성금모임행사를 비롯해 삶의 다양한 순간순간에 자기 효능감을 높여주는 소중한 계기이기도 하다.
부모님 경조사비: 연 3,000,000원 ( 생신 50만 원 / 명절 50만 원)
생신에는 부모님의 취향을 반영한 공연 티켓, 전시회, 혹은 함께 가는 여행을 준비한다. 때론 두 분이 오붓하게 즐기실 수 있는 독립호텔 숙박권과 식사 코스도 함께 선물한다. 명절에는 평범한 용돈보다 특별한 기억을 만든다. 부모님 고향 근처로 가족 여행을 기획하거나, 손편지와 함께 직접 만든 선물 세트를 준비한다. 금전보다 중요한 건, 감정의 밀도다. 이들은 숫자보다 추억에 투자한다.
기타 경조사비: 연 1,000,000원
예산이 늘어났지만 경조사에 대한 기준은 이전 부부들과 동일하다. 단순히 의례적인 자리에 가는 대신, 진심으로 축하하거나 위로하고 싶은 사람에게만 예산을 쓴다. 결혼식에는 예쁜 봉투에 손 편지를 동봉하고, 장례식에는 음식 대신 따뜻한 메시지를 전한다. 선물도 직접 만든 향초, 작은 책 한 권, 오래된 사진이 담긴 액자처럼 ‘가볍지만 오래 남는 것’ 위주다.
재산세 & 건강보험료: 연 10,000,000원
이 부부는 현재 서울 내 소형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하고 있으며, 직장을 완전히 그만두면서 건강보험 지역가입자로 전환되었다. 그 결과, 연간 약 1,000만 원 규모의 고정 공적 지출이 발생한다.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지금은 이를 ‘자산을 유지하는 사용료’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
실비보험·국민연금·용돈: 월 800,000원
이 부부는 안정적 삶의 기반을 ‘기본값’으로 설정했다. 실비보험은 예상치 못한 의료비에 대한 최소한의 방어선, 국민연금은 장기적 생애 설계의 기초로 바라본다. 여기에 포함된 월 약 20만 원 수준의 용돈은 ‘소소하지만 자유로운 선택’을 위한 몫이다. 배우자에게 허락받지 않아도, 나를 위한 꽃 한 송이, 책 한 권, 혹은 홀로 떠나는 반나절 카페 탐방 같은 작고 느슨한 행복들. ‘가지고 있는 자산을 지키고, 삶의 속도를 유연하게 조율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서 기능한다.
월 300만 원, 월 600만 원, 그리고 오늘의 월 1,000만 원. 우리는 각기 다른 경제적 조건 안에서 어떤 삶을 그릴 수 있는지, 돈이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조심스럽게 살펴봤다.
이 시리즈를 통해 전하고 싶었던 건 ‘돈이 많아지면 어떻게 살 수 있을까’가 아니라,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를 돈으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었다. 적은 돈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삶은 가능하고, 많은 돈이 주는 여유는 삶의 밀도를 바꿀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답게 사는 기준을 스스로 정하는 것이지 않을까.
이 글이 각자의 현금흐름 안에서 ‘내 삶의 우선순위’를 정리해 보는 계기가 되었기를. 그리고 지금부터 당신의 삶 또한 충분히 멋지고, 가치 있게 설계될 수 있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