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노 Dec 12. 2021

투고 후: 출판사로부터 걸려온 전화 한 통

지쳐서 포기하려 할 때쯤 찾아온 기회

투고 메일에 대한 출판사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였다. 아무 답변이 없거나 정중하게 거절 의사를 밝히거나. 메일을 ‘읽고 씹는’ 출판사는 생각보다 많았다. 그래서 투고 제의를 거절하더라도 답장을 해주는 출판사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애타게 답변을 기다리는 예비 작가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려주는 것 같아서. 


투고 메일을 몇 차례 더 발송해도 상황에 진전은 없었다. 보낸 메일함의 용량만 점점 쌓여갈 뿐이었다. 내가 유명한 사람도 아니고 책도 처음 쓰는 사람이니까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짐작은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감이 확 떨어졌다. 이러다 출판사와 계약을 못 맺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경주 동궁과 월지


바람이나 쐴 겸 엄마와 2박 3일로 국내여행을 떠났다. 여행 첫 날 저녁 8시, 경주의 야경 명소인 동궁과 월지를 걷고 있는데 대뜸 전화벨이 울렸다. ‘010’으로 시작하는 모르는 번호였다. 평소 같으면 무시하고 안 받았을 텐데, 혹시 주차 때문에 온 건가 싶어 전화를 받았다. 휴대폰 너머로 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OOOO 출판사인데요. OOO씨 맞으시죠?”

일주일 전 투고 메일을 보냈던 한 출판사의 편집장이었다. 

“아, 네 안녕하세요.”

나는 깜짝 놀랐지만 애써 담담한 척 대답했다. 

“보내주신 기획서와 원고 잘 봤습니다. 한번 만나서 얘기하고 싶은데 언제 시간 괜찮으세요?”


우리는 사흘 뒤 용산의 한 카페에서 만나기로 하고 통화를 종료했다. 드디어 출판사와 계약을 하게 되는 건가! 너무 설레서 동궁과 월지의 멋진 야경마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서점 투어 후, 출판사에 투고 메일을 보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