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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가 호소인 May 13. 2024

인생은 흘러가는대로

어쩌다보니 반도체 엔지니어

취업이 확정되고 그 기쁨을 잠시 즐긴 뒤 제가 걸어온 길을 뒤돌아 봤습니다.


경주라는 지방 소도시에서 태어나 국비유학 시험에 합격하여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고

이제는 미국계 반도체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네요.


이제와서 보면 참 선택 잘했네 싶지만 사실 그 선택을 하기 이전을 보면 재밌는 부분이 있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시절 제2외국어로 중국어를 골랐습니다.

사실 일본에는 별 관심이 없었어요.

일본이 싫다 뭐 이런게 아니라 그냥 순수한 무관심.

어릴적 투니버스에서 본 짱구, 코난, 나루토

초밥, 돈까스, 우동, 라멘 뭐 이 정도가 제가 아는 일본의 전부였습니다.


그러던 중, 고등학교 2학년 때 같은 반 친구 하나가 국비유학 시험을 준비해보겠다 그러더라구요.

저도 호기심이 생겨서 인터넷에서 정보를 모으고, 제 고등학교에서 매년 합격자가 나왔기에 선생님과 합격하신 선배님들께도 많이 물어봤습니다.

학비, 생활비 전액 지원에 일본 내 국립대학 이,공학부 학부 유학이라는게 꽤나 큰 메리트로 느껴졌습니다.

가정형편이 영 좋지 못했기에 대학 진학에 대해 고민이 많던 찰나, 좋은 기회가 왔다 싶었습니다.


3학년 올라가기 직전 봄방학때 결심을 내리고 본격적으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딱 반년, 미친듯이 공부했습니다. 다시 이때로 돌아가면 그렇게 못할거 같아요.

다행히 1차 필기 시험에 합격하였고, 면접도 통과하였습니다.


일본어는 커녕 일본 문화에 대해서도 별 관심이 없던 학생이 얼떨결에 일본 유학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전기자동차에 관심이 있었기에 토요타가 위치한 나고야의 대학교가 좋겠다 싶어 나고야로 왔습니다.

하지만 공부를 하면서 2차전지 자체에 대한 의구심.

여기서 더 발전할 여지가 있는게 맞나?

아직도 1980년대에 등장한 리튬이온전지를 쓰고 있는데 갑자기 새로운게 나올수 있을까?


2020년 도쿄올림픽때 토요타가 전고체 배터리를 공개한다 했던게 2021년, 2024년, 2027년 점차 밀리는 것을 보고, 의구심은 확신으로 바뀌기 시작했고 결국 반도체로 방향을 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차세대 배터리는 아직도 요원하고 주요 플레이어들끼리 단가 싸움에 열심인 모습입니다.

하지만 단가 싸움으로는 중국에 이기지 못하죠.




고작 학부생에 불과했기 때문에 방향을 트는 것은 쉬웠습니다.

석사를 진학할지 말지 고민이 많았으나, 기왕 방향을 튼 김에 그냥 학부 취업을 노리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일본계 반도체 회사와, 미국계 반도체 회사의 채용에 응모했고

최종적으로 미국계 반도체 회사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일본계 회사는 기술영업직으로 붙었던 것이 향후 커리어 면에서 제약이 클 것 같아 포기했네요.

엔지니어에서 기술영업으로 갈수는 있어도, 그 반대는 안 될 거 같았습니다.

미국으로 가고 싶다는 꿈을 위해서라도 엔지니어로서 커리어를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사실 입사하려는 기업에 대한 백그라운드를 깊게 찾아보지는 않았습니다.

면접 준비도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홈페이지 및 유튜브에 공개해놓은 자료들에 기반해서 준비했구요.

그냥 DRAM 시장을 3분할 하고 있는 기업, 원천 특허가 많은 기업 정도의 이미지가 다 였습니다.


내정을 받고 나서 주가나, 회사 소식들을 찾아보는데 최근 주가 상승세가 어마어마하더군요.

거기에 미 정부로부터 61억 달러의 보조금에 그만한 저리 대출까지.

미국이 자국 내에서 칩을 생산하려는 의지가 얼마나 확고한지 느껴졌습니다.


거기에 지금 지어지는 아이다호 펩은 2026년부터 가동 예정이고,

뉴욕 펩은 2030년 즈음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소식이 저에게 기회의 장으로 느껴졌습니다.


2030년이면 6년차 엔지니어로 어느 정도 경력을 인정 받을 수 있을 것이고

반도체 펩을 운영하는데 있어서 필요한 인력이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자사의 해외 펩, 혹은 타사의 엔지니어를 적극적으로 데려가지 않을까하는 기대감.


국비유학이란 기회를 흘려듣지 않고 잡았던 것처럼

미국 이직이란 기회도 언젠가는 찾아올텐데

놓치지 않도록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우선은 영어공부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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