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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섭 Mar 17. 2023

경매 노마드의 경제적 자유, '마굴벗기'부터(2)

노마드 소액경매스쿨_경매 마음가짐

'마굴벗기'란 마음의 굴레 벗기(출처:본인)다. '자굴벗기(자본의 굴레에서 벗어나기)'에서 파생했다. 경재적 자립(Financial Independence)으로 조기 은퇴(Retire Early)를 꿈꾸는 파이어(FIRE)족 전 단계에서 필요하다. '자굴벗기'처럼 '마굴벗기'도 직장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기 위한 기초가 된다. 하지만 '마굴벗기'는 '자굴벗기' 같은 돈이 없어도 의지만 있으면 당장 시작할 수 있다. '반퇴자'로 불안정한 수입과 직업에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마굴벗기'의 힘이 컸다. 그 정신은 경매에서 배웠다.


'마굴벗기'의 3단계는 생각의 틀을 깨고, 두려움을 버리며, 마구 부딪혀 보는 것이다.

경매를 하기 위해 버려야 할 것이 있다. 먼저, "경매는 나쁘다"는 선입견이다. 아마, 남의 고통을 이용해 돈을 벌고, 사는 사람을 집에서 쫓아낸다는 경매 이미지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그 고통은 경매 때문이 아니다. 경매 전에 이미 채무자는 돈을 못 갚는 파탄 지경에 이르렀다. 당사자는 물론 채권자도 고통스럽다. 경매는 법원이 나서 이 문제를 공적으로 해결해 주는 절차다. 소유 재산으로 악성 채무를 정리하고 양 당사자에게 다시 시작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경매 낙찰자는 이 과정에 최대 기여자다. 가장 많은 돈을 입찰가로 써냈기 때문이다. 낙찰 후 사는 사람을 불화(?) 없이 내보낼 방법도 많다. 지금까지 총 10채를 낙찰받았다. 그중 4곳은 완전 빈집이었고, 3곳은 빈집일 줄 알았으나 사후 잔짐을 처리했다. 나머지 2곳은 배당금을 받거나 후순위 세입자, 1곳은 집주인이 살았다. 빈집은 명도가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잘 가려내니, 오히려 1-3개월 내 빠르게 집을 인수했고 집 상태도 별 문제는 없었다. 살던 집주인과 세입자와도 서로 좋게 명도 문제를 해결했다. 집주인이 살던 곳은 수익목표인 1천만원만 받고 전세계약 후 바로 되팔기로 했다. 집주인이 사채 썼다가 모르고 안 갚아 경매 나온 집이었는데, 인테리어도 많이 했다며 아쉬워해서다. 결과적으로 집주인은 채무보다 더 적은 돈으로 집을 지켰다. 사채업자도 이미 이자로만 원금을 다 회수한 상태였다. 세입자가 있던 곳은 재계약 후 4년째 그 동생이 집을 이어받아 살고 있다. 어떤 집들은 남은 물품까지 매입해 줬고, 어떤 집은 20년 묵은 폐기물들까지 버려줘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았다. 수십 채를 경매로 날린 한 부동산 임대업자는 위로금(이사비)을 받고 자신의 다른 경매 물건까지 소개해줬다. 이처럼 얼마든지 선한 이웃으로 경매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경매를 하다 보면 두려움에 휩싸일 때가 있다. 돈을 날릴까 무서워 시작조차 못할 수도 있다. 처음 살 집을 낙찰받은 후 본격적으로 경매에 뛰어들었다. 퇴사 후 부업 삼아 다시 경매를 한 것이다. 그런데 바로 문제가 생겼다. 19평짜리 빌라를 8500만원, 감정가의 65%에 낙찰받았다. 가장 좋아하는 지역 대표 도서관에 가까운 곳으로, 앞으로 대형 터널 개통의 호재가 있는 곳이었다. 비록 단독 입찰이지만, 집을 인수받기 위해 즐거운 마음으로 다시 현장을 찾았다. 거주자가 없어, 현관 앞에 연락처를 붙이고 나왔다. 빌라 1층이 미용실이라 그곳에도 물어보기로 했다. "경매 낙찰자인데, 혹시 2층 연락처 아세요?" "아, 2층, 그 물이 줄줄 새는 집요?" 미용실 주인이 가위를 든 채 대뜸 말했다. 이후 다른 건 제대로 물어보지도 못하고 후다닥 나왔다. "뭔가 잘 못 된 것 같은데" 첫인상이 안 좋았다. 이후 부동산에도 들렀다. 거기서도 비슷한 말을 했다. 그 집은 이전에 1억 2천만원 정도 나갔지만 지금은 집값이 떨어졌다고 했다. 매매 1억 내외, 전세나 월세는 가능할 거라고 덧붙였다. 이전에 그 집을 담보로 대출만 1억이 나온 집이었다. 이익이 크게 나지는 않았지만 위치가 좋아 가지고 있으려고 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은행에서 터졌다. 대출 계약서를 다 쓰고 나오려는데 담당자가 불렀다. "좀 걱정되는 부분이 있는데, 배당 전 우선 공제되는 국세나 지방세를 한번 확인해 알려주세요." 그래서 잔금 전 다시 법원에 가서 관련 서류를 열람했다. 우선 변제되는 당해세 외에 임차인 확정일자보다 빠른 국세, 지방세는 많지 않았다. 대부분은 후순위 공과금이나 과태료였다. 그런데 문제는 건강보험료 였다. 보험료가 거의 10년 가까이 체납돼 있었다. 그 금액만 해도 8-9백만원이 넘었다. 전액 배당받는 세입자라고 좋아했는데, 이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우선 변제금이 많을 경우, 낙찰가에서 이 금액을 뺀 뒤 세입자에게 배당해 준다. 그런데 돈이 부족하면 그것만큼 고스란히 낙찰자가 물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은행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죄송한데, 권리문제 때문에 대출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후 세입자하고 연락이 되어 집 내부 상태를 확인했다. 생각보다 괜찮았다. 자기 자금으로 인수할 수도 있었지만 이 집은 포기했다. 대신 다른 기회를 찾기로 했다. 첫 경매에서 피 같은 보증금 850만원을 날렸다. 하지만 이후 얼마 안돼 집 근처 오피스텔, 빌라 등 2채를 연달아 낙찰받았다. 그 시세 차익으로 따지면 거의 직장 때 연봉 2배에 가까웠다. 이후 꾸준히 입찰해 매년 2-3건씩, 지금까지 총 10채를 낙찰받았다. 첫 경매 실패의 두려움을 빨리 털어버리고 계속 도전했기에 얻은 성과였다.


부딪혀 보면 의외로 답이 나온다. 첫 경매 실패 후 교훈을 되새겼다. 빌라 같은 경우, 유사 매각 사례나 규모, 하자 등을 잘 살펴봐야 한다. 실제 거래가는 감정가 보다 큰 차이가 있을 수 있고, 데이터도 착시가 있을 수 있다. 그 빌라 대출 내역도 세입자와 말하다가 알게 됐다. 집주인이 아는 사람과 맺은 계약으로 금액상 조작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경매 물건 주변이나 부동산 탐문도 미리 해둬야 실패를 줄일 수 있다. 빙산의 일각처럼, 경매 사건도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이후 가급적 권리 관계가 깨끗한 집 위주로 입찰한다. 혹시 선순위 임차인이 있을 경우, 배당을 받더라도 추가로 물어줄 돈이 없는지 꼼꼼히 살핀다. 특히 우선 변제되는 세금류나 가처분 등 인수할 권리는 극도로 주의한다. 하나씩 부딪혀 보니 경매도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가장 우려 됐던 명도 합의도 전화만 하면 풀리는 경우가 많았다. 집 비번을 선뜻 알려주기도 하고, 이사비를 받지 않겠다는 양심가(?)도 2명이나 있었다. 대부분의 협상자는 자신처럼 그냥 주변에서 흔히 보는 소시민이었다. 자신만의 명도 합의서 양식도 만들었다. 경매 정보를 얻는 것도 책에서 시작해, 무료, 유료 경매 사이트까지 두루 이용하게 됐다. 요즘은 유료 경매사이트 공동구매 운영자로도 활동한다. 입찰도 여러 번 해보니 요령이 생겼다. 타 지역 이동시에는 임장과 함께 하루 만에 입찰을 끝낼 때도 있다. 법정 규모와 공지 물건, 방문자와 입찰서 수량, 경매진행 숙련도 등을 토대로 경쟁정도와 적정 입찰가를 가늠하는 자신만의 기준도 생겼다. 대출 가능여부나 금액, 거래처 선정, 절차도 훤하다. 낙찰 후 부동산 등기도 이제 셀프로 몇 시간 채 안 걸려 척척한다. 그럼 경매 초기 법무사에 맡겨 40-50만원 주고 처리하던 비용도 줄이고 관련지식도 키울 수 있다. 집수리도 웬만한 건 셀프로 하고, 도배나 큰 수리는 꼭 필요한 것만 최소 비용으로 처리한다. 임대홍보도 처음에는 오만 부동산에 다 뿌리다, 한 곳이라도 야무지게 일처리를 해줄 만한 곳을 찾아 의뢰한다. 요즘은 자기가 원하는 조건으로 중개사이트에 올려 직접 계약할 때도 많다. 임대사업자를 내거나 세금 납부도 홈택스로 다 가능하다. 이 모든 것 중 처음부터 제대로 알고 있었던 것은 없었다. 그냥 하다 보니 저절로 알게 된 것이다. 도전하는 자에게 길이 열린다. 요즘은 공매나 또 다른 주택 외 소액경매 투자처를 찾고 있다. 경매에 관심이 있다면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마구마구 부딪혀 보자.


경매 덕분에 '착한 직장인 신드롬'을 깰 수 있었다. "대가는 덜 받더라도, 가급적 일은 많이, 성실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바로 그것이다. 자신은 그렇지 않더라도 관리자나 주변을 의식해 이 관점에서 자유롭지 못 한 직장인이 많다. 하지만 경매는 그렇지 않다. 몇 시간, 며칠 발품만 팔아도 몇 달치 월급은 거뜬히 벌 수 있다. 그렇다면 경매인이 불로소득을 거둔 것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정부도, 어떤 공적 기관도 해결하지 못한 채무 문제의 실타래를 직접 푼 것이다. 낙찰은 조그만 가능성 하나 믿고, 홀로 외롭게 경매 현장을 뛰어다닌 결과다. 몇 시간 일하더라도 자신의 재산과 지적능력, 용기를 다해 혼신의 힘을 쏟은 것이다. 누구보다 자신의 필요와 경매 절차의 엄격한 요구에 성실히 임한 대가다. '자굴벗기'가 추구하는 것은 패시브 인컴(passive income)이다. 돈이 돈을 버는 것이다. 부동산과 주식, 예금 등이 그 대표적인 투자처다. 이것과 마찬가지로 '마굴벗기'란 마음가짐 하나로 돈을 버는 것이다. 적은 투자로 다른 차원의 이익을 내는 임팩트 인컴(impact income)을 추구한다. 돈을 버는 방법은 여러가지고, 자신도 그렇게 돈을 벌면 된다. 다른 누군가가 했다면 자신도 못 할 것 없다. '자굴벗기'는 일정 수준의 투자금을 모을 때까지 안 쓰고 뼈 빠지게 일한 대가다. '마굴벗기'도 자신의 모든 경험치를 긁어 모아 새로 도전한 대가로 얻은 무형의 자산이다. 직장인처럼 자신의 시간이 아니라, 돈과 마음으로 돈을 버는 게 무슨 문제가 될까. 이 돈과 마음은 핵폭탄처럼 그간 농축된 시간의 결과물일 뿐이다. 그것이 어떤 시간의 임계치에 다달아 임팩트를 낸 것이다. 그리고 이 마음의 폭발력이 바로 경매 노마드의 경제적 자유에 이르는 당찬 문지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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