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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랑 Jan 21. 2022

미술이 어렵게 느껴지는 당신에게

오대우, 이지현, 이정우 지음. '널 위한 문화예술', 웨일북


가끔은 미술관이 궁금할 때가 있다. 가보고 싶고 그림에 대해 알고 싶지만 막연히 어렵고, 해석해야 하고 미술사조에 대한 말이 어려워서 포기하고 겁을 먹을 때도 있지만, 늘 궁금하다. 예술은 즐기는 것보다 공부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는 듯한 느낌. 


그런 사람들을 위해 예술 이야기를 해주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있다. '널 위한 문화예술'이라는 유튜브 채널. 채널 이름에서도 느껴지듯이 '당신'을 위해서 을 만들고 미술관에서 길을 잃는 사람들을 위해 친절하게 가이드를 하겠다는 마음을 담아 시작한 이 채널은 어느덧 40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누적 조회수 1000만이라는 기록을 만들었다. 


책은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는 마음으로 짧지만 알찬 구성으로 매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일상에서 시작되는 일화와 소개할 예술작품 혹은 예술가를 관련지어 흥미롭게 도입부를 열면서 이야기를 시작하고 작품과 함께 생각해볼 만한 질문과 함께 마무리를 짓는 글의 흐름이 깔끔하고 간결해서 미술, 예술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도 쉽게 빠져들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다소 아쉬운 점으로도 작용한다. 때때로 이 작가에 대해 더 알고 싶은데 이것이 전부는 아닐 것 같다는 이야기의 얕은 깊이감에 대해 아쉬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고, 새롭게 깊이 알게 된 작가는 귀스타브 쿠르베와 마르셀 뒤샹, 수잔 발리 동이었다. 그 누구보다 미술이라는 장르를 통해 끊임없이, 치열하게 사람들에게 목소리를 내는 쿠르베의 신념과 의지가 감동적이었고 작품 활동을 넘어서 행동으로 실천하는 그의 삶의 태도는 작품을 진정으로 완성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르셀 뒤샹은 추상적으로만 알던 작가였으나 이 책을 통해 새롭고 더 깊이 알게 된 작가였다. 무엇보다 관객과의 관계가 작품이 완성된다는 그의 태도에서 존중받고 함께한다는 열린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죽은 뒤에 알려진 <에탕 도네>에서 관객에게 보내는 작가의 '초대'가 참으로 기쁘고 새로웠다.


모델에서 인정받는 여류화가로 탄생한 수잔 발리동의 이야기에서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그녀의 모습이 참 좋았다. 수잔 발리동뿐만 아니라 여류 작가의 삶을 다룬부분은 모두 다 좋았다. 사회적 약자이자 보수적이었던 그 시절 작품을 통해 끝없이 목소리를 냈던 한 명 한 명의 삶은 지금의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건네고 있을까. 에로틱한 시선으로 수동적으로 '그려지'던 여성이 어깨를 나란히 하며 시대를 그려낼 수 있는 사회가 지금은 완성되었을까. 


저자는 예술의 쓸모를 이야기하며 책을 시작했다. 막연히 회화, 그림, 그림 속의 상징을 읽으며 그림 보는 법을 알아가는 것이 서양미술을 감상하는 것이라 생각했었으나 책을 덮으며 예술은 결국 또 다른 대화의 형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가가 글을 쓰고, 배우가 연기와 연극을 통해 이야기를 건넨다면, 예술은 작가가 살고 있는 사회와 작가의 삶에서 타인에게 전하고 싶은 치열함과 진솔함이 담긴 언어이다. 인상 깊고 마음에 와닿는 작가와 작품을 보면서 내가 왜 이 작품이 마음에 오래 남는지를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거울이자 그림을 사이에 두고 작가와 감상자 해석을 주고받는 대화로서 예술을 바라본다면, 더 이상 너무 어렵게 예술을 느낄 필요는 없겠다.. 싶다. 



책을 읽고 나니 미술관에 가보고 싶어졌다. 결국 작품 감상과 예술은 창작자와 감상자가 함께 완성해나가는 인간의 이야기 아니겠는가.  우리는 한 사람의 언어를 이해하기 위해 최소한의 예의를 갖고 조금만 더 살펴보면 된다. 널 위한 문화예술, 당신과 내가 만들어가는, 살아가는 삶이 곧 문화이고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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