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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랑 Dec 25. 2021

모두의 '그랬던' 시간을 떠올리는

영화 '너의 결혼식'을 보고 남기는 단상


크리스마스이브를 가장 아름답게 보내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아이들을 위한 산타 준비는 완료하였다. 

그 어느 때보다 정성아 준비한 덕분에 아침이 기대되는 크리스마스였다.  가족들을 위한 선물, 외식 장소도 모두 예약했다. 누군가를 생각하며 무엇인가를 준비하는 설렘을 생각보다 참 기쁘고 벅차다. 

감사한 하루를 맞이하기 전, 나에게 선물을 주고 싶어 오랜만에 영화를 찾아보았다. 


처음에 시청하게 된 드라마는 '어른 연습생'이란 드라마. 짧고, 흥미 있어 보이는 주제. 오랜 남사친이 갑자기 잘생겨 보이고 야한 필터가 씌어 자꾸만 설레는 유라의 이야기를 담은 에피소드가 상당히 귀엽고 풋풋하고 설렜다. 그 맘을 담아 이어서 보게 된 영화다.



'어른 연습생' 이후 바로 이어서 본 영화. 십 대부터 삼십 대의 시간과 사랑을 모두 담은 이야기, '너의 결혼식'




어른 연습생의 유라 편에 나오는 남주인공 려운이 매력적이어서 남주인공이 매력적으로 나오는 영화가 무작정 보고 싶었다. 더불어 십 대의 풋풋하고 다소 뻔하지만 눈 가리며 꺄아~라고 외치며 볼 수 있는 가벼운 사랑 이야기를 보고 싶었던 마음에  찾아 검색하여 보게 된 영화다.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 놓쳐버렸다. 

'첫사랑'이 주는 설렘과 더불어 오랫동안 각인되는 처음이 주는 서투름과 애틋함이 담은 복잡함을. 오랫동안 마음에 남는 영화의 목소리가 이렇게 기록하게 이끌었다.  



각자 살아가는 모습이 다르다고 모두 외치고 개개인의 특별함과 고유함을 말하지만 사실 사람이 사는 모습은 다 비슷하다. 고유성과 보편성이 혼재하는 인간들의 삶이기에 수많은 문학과 영화, 예술이 탄생하고 이를 통해 우리는 위로받는다. 영화가 오래 기억에 남는다는 것은 수백 가지 다른 빛깔의 삶에서 비슷하고도 공감 가는 순간을 찾아내고 약 100분 남짓한 시간 동안 우리에게 스며들어 '그랬었던 날'들을 떠올리게 한다는 뜻이다.  


우연은 어렸을 적 작았던 키 때문에 괴롭힘을 받다가 태권도를 다니며 쑥쑥 크더니 이제는 180cm가 넘는 장신이 된다. 그리고 고등학교를 다니는 지금 자신을 괴롭혔던 친구들을 찾아내 쌈박질을 하고 싶은 일, 재밌는 일을 찾아 즐기며 천방지축의 삶을 살고 있는 고등학생이다. 그러던 와중 학교로 전학 온 승희를 보고 우연은 한눈에 반하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둘의 첫사랑이야기는 오랜 시간 동안 엇갈리고 만나고를 반복하게 된다.

수업을 빼먹고 놀러 가는 행위를 전 국민이 땡땡이라고 부르는데 도대체 왜!            -그 이후의 대사는? 우연과 승희의 에피소드 중-


이 영화는 100분 동안 우리를 십 대에서 이십대로, 삼십대로 자라나게 한다. 웃었다가 다소 답답했다가, 혼란스러우면서 가슴이 저릿하다. 이렇게 복잡하게 수많은 감정이 올라오지만 영화의 장면은 일상적이고 평범한 씬으로 이어진다. 영화를 보다 보면 꼭 나올 법한 영화적 묘사가 없다. 첫사랑에 괴로워하는 우연을 위로하는 억지스러운 친구의 대사도 없고, 영화라면 될 법한 사랑의 성공도 적당히 현실적으로 갈무리된다. 처음에는 대책 없이 매달리는 우현의 모습이 순수했다가, 질리기도 했다가 이해가 되지 않기도 했지만 승희와 우현이 함께 나이가 들고 성숙해지는 과정에서 사랑의 변화도, 각자의 입장이 달라지며 흔들리는 과정도 소란스럽지 않고 잔잔히 그리고 충분히 우리에게 전해진다. 





영화 엔딩 역시 참으로 현실적이다. 영화라면 한 번쯤 반전처럼 일어날 소동 역시 일어날 '뻔' 하게 그려 넣지만 적당히 공감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수준으로 마무리를 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의 선을 지켜내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비화가 있다. 원래는 한국 영화답게 마지막 승희의 결혼식에 우현이의 사고와 함께 작은 소동이 일어나게 된다. 그러나 승희 역을 맡은 박보영 배우가 현실 속에서 과연 일어날 법한 일인지, 이제까지 영화의 흐름과 승희와 우현이라면 이런 일이 일어날지, 꼭 필요한 엔딩인지 감독과 상의하면서 시나리오를 수정했다고 하는데 결국 우리가 만나게 된 수정 후의 결말이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방문객' , 정현종-




인생에서 사랑을 만나는 것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그러한 모든 사람이 우리 인생에 방문객이고 그 순간

우리는 모든 진심을 다해 환대한다. 그렇기 이별은 아픈 것이고 삶의 큰 부분을 상실하는 애도의 시간이다. 


사랑의 끝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함께하고 싶고 일상을 나누고 싶은 애정의 결말이 결혼이 아니란 것은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것이 미완성이라 말할 수 있을까. 

함께할 때 온 마음을 쏟았고 진심이었던 그 시간은 연인에게 있어

온전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너의 결혼식'의 우현과 승희의 사랑은 슬픈 엔딩인 이야기일까. 

마지막 승희와 우현은 서로 악수하며 진심을 다해 함께 환대했던 서로의 시간에

감사한다. 그리고 피하지 않고 솔직하게 마주한다. 


아름다운 이별이라는 말은 존재하지 않겠지만 연인 사이에서 서로의 시간에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은 귀하고 소중하다. 


사랑은 결국 타이밍이라는 말속에 있는 상대방을 향한 배려와 부서지기 쉬운, 부서지기도 했을

서로를 안아주고 위로해주고 싶었던 애정을, 각자의 시간을 지우지 않고

잘 아물도록 안아주는 둘의 모습이 오랫동안 마음에 남는다. 


포스터에서 담겨있는 서로를 향한 눈빛이 따뜻한 것은

서로 함께 했던 사랑을 잘 마무리했다는 것.

각자의 인생에서 지우고 싶은 순간이 아닌 가끔 떠올리면 아프지만,

지금의 나를 만든 발자국으로 인정하고 보듬을 수 있도록 각자의

사랑에 마침표를 찍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승희는 웃으면서 결혼식에 입장을 하고

우현은 열린 문을 향해 나아간다. 

각자의 시작에 서로가 힘이 될 수 있는 기억이기를. 


모두가 지녔던 환대의 순간을,

성숙해온 젊은 날의 시간이, 흔들렸던 사랑의 아픔을 떠올릴 수 있으면서

감초 같은 조연과 순수했던 십 대 시절을 추억하며 웃을 수 있는 영화다.

연말에 혼자서 볼만한 영화를 찾는다면 이 영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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