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허튼소리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까 May 16. 2023

냉면

친구와 고기를 먹으러 고깃집에 들어왔다. 

고기를 시키고 난 주변을 둘러보았다. 


우리와 마주 보는 테이블에서 잘 차려입고 화려한 화장을 한 어떤 여인이 냉면을 후루룩 먹고 있었다. 


불판 위엔 아직도 고기가 몇 점 남아있고 쌈이며 쌈장이며 상추들이 있는 것으로 보아 고기를 꽤 많이 먹은 것 같았다. 그리고 냉면은 후식으로 시킨 것 같았다. 


여인의 앞자리에는 가방이나 핸드폰이 놓여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여인은 고기를 혼자 먹었거나 아니면 같이 먹은 사람이 먼저 자리를 비운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그 여인이 그 많은 고기를 혼자 먹었을 리는 없고 상대방이 먼저 나갔다면 예의상 그 여인도 같이 따라나가주는 게 정상이었을 것이다. 같이 온 사람이 혼자 남아서 밥을 먹도록 내버려 두는 것은 누구에게도 예의가 아닐 것이다. 


냉면 그릇 옆에 놓여있는 가위나 겨자, 식초에 손조차 대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냉면에 가위질도 하지 않고 그 흔한 겨자나 식초도 뿌리지 않고 먹고 있었던 셈이다. 


그렇게 아무런 말 없이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냉면만 먹고 있었다. 


전화벨이 울렸다.  그 여인이 시큰둥한 목소리로 받았다. 


“나 지금 바빠. 전화 왜 했어?”


다른 사람이 뭐라 하는지는 알 수가 없다.


“나 지금 바쁘다고. 지금 야간 근무하러 가야 돼.”

..........

“너도 잘 알고 있었잖아, 나 냉면 안 좋아하는 거. 왜 대체 내 식성을 고려를 안 해줘?”

............

“내가 냉면 싫다고 했지. 그래서 안 시켰으면 우리 안 싸웠을 거 아니야, 왜 그깟 냉면을 시켜서 사이를 애매하게 만들어?”

........

“어디긴 어디야, 나도 지금 일하러 가는 중이라니까.”

........

“그깟 냉면 식당에 놔두고 왔어, 다시는 전화하지 마.”


전화기를 끊었다. 


이번엔 뭔가 마음이 풀렸는지 가위질을 하고 겨자와 식초를 쳐서 냉면 먹기를 이어나갔다. 

전화에선 분명히 냉면을 싫어한다고 했는데.......


냉면을 다 먹곤 옆에 놓여있는 명품 가방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우리가 시킨 고기가 나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