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을 받았지만 월급을 받지 않았다
2017년 1월을 마지막으로 딱 36개월만에 OOOO급여 라는 항목이 통장에 찍혔다. 재택근무자로 기본급 외 각종 수당이 지급되지 않으며, 시간선택제 근무자로 근무시간만큼의 비율로 기본급이 줄어든다. 거기에 건보료 정산 등 차떼고 포떼고나니 정확히 17만 530원. 인사급여시스템에 접속해서 확인해보니 건보정산은 3회 분할되어 앞으로 두 달은 더 이런 귀여운 월급을 받아야 할 듯 싶다.
복직을 한 달 여 앞둔 연초, 2019년 결산과 2020년 계획을 세우면서 복직 후 받게 되는 나의 급여는 1원 하나 남기지 않고 대출상환을 하기로 했다. 위기의 2018년이 있기는 했지만 2019년 부터 가계부를 쓰고 본격적인 재테크를 시작했다. 남편의 급여 만으로도 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복직 후에도 나의 급여는 없는 셈 치기로 한 것이다. 나는 이것을 '심리급여'라고 부른다.
그 정도가 미미하기는 하지만 보통의 월급쟁이라면 근속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급여도 함께 오른다. 중간에 진급이라도 하게 되면 급여의 오름폭도 더 커진다. 수입이 늘면 그에 맞게 지출도 늘기에 마련이다. 오히려 수입이 늘어난 것 보다 지출이 더 크게 늘기도 한다. 그래서 가상의 급여인 '심리급여'를 설정해 두고 그 금액 이외에는 모두 저축(혹은 대출상환)한다. 이 시스템 안에서는 급여가 오르면 지출이 따라 오르는 것이 아니라 저축만 늘게 된다. 가령 월급여가 300만원 이지만 심리급여를 200만원으로 설정했다면 100만원 만큼 저축을 할 수 있다. 급여가 올라 350만원이 되어도 심리급여는 200만원으로 그대로 유지한다. 100만원 저축하던 것에서 급여의 인상분 만큼인 50만원을 더 저축할 수 있다.
3년만에 다시 통장에 '급여'라는 항목으로 돈이 들어오게 되었지만 나의 심리급여는 휴직일 때와 마찬가지로 '0원'이다.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가 높은 상황이므로 전액 대출상환을 한다. 1년짜리 만기일시상환 대출로 이렇게 중도상환을 하지 않으면 원금은 하나도 줄지 않고 1년 내내 이자만 내다가 만기가 된다. 작년까지는 월 변동생활비 잔액으로 중도상환을 해왔지만 앞으로는 나의 급여까지 거들게 되었으니 대출을 갚아나가는데 좀 더 속도가 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