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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긴믈 Apr 28. 2020

參. 청동기시대 ㄹ

청동기시대 거주공간의 구성 요소와 경관

청동기시대의 주거지는 시간의 흐름이나 문화권역에 따라 형태적 개성이 두드러지지만, 그것을 관통하는 큰 흐름을 포착할 수 있다. 평면형태는 대개 장방형이나 방형을 띠고 면적은 대형에서 소형으로 줄어든다. 내부 시설을 보면 위석식노지와 초석이 소멸하는 과정을 보인다. 물론 예외는 있는데, 가령 서북한지방의 경우 전기 전반 초두에 소(장)방형을 띠는 공귀리-심귀리식주거지가 등장하고 후기에는 소원형을 띠는 송국리식주거지가 등장한다. 전자는 출토 토기조합이 대방형·대장방형을 띠는 미사리-둔산동식주거지의 것과 매우 유사하기 때문에 청동기시대 전기 전반을 대표하는 미사리-둔산식주거지의 조형으로 생각된다. 아울러 신석기시대 후기 이후 북한지방의 주거지인 서포항유적·호곡동(범의구석)유적·토성리유적 등에서 위석식노지를 갖춘 소방형 주거지가 확인된 바 있으므로, 공귀리식주거지는 신석기시대 주거지로부터 이어지는 형식학적 계보를 갖는다.


청동기시대 전기 주거지 변천
연기 송담리유적 청동기시대 주거지 중복상황


앞서 언급했다시피 청동기시대 전기 전반에 가장 먼저 등장하는 주거지의 형태는 (장)방형에 위석식노지 혹은 초석을 갖주고 있다. 신석기시대의 흔적을 강하게 갖고 있는 공귀리식주거지단계를 지나 본격적으로 청동기시대 전기 전반의 문화단계로 들어서면 여러 세대가 함께 살 수 있을 만한 대형 주거지가 구축되기 시작한다. 이를 미사리-둔산동(가락동)식주거지라 하며, 미사리유형과 가락동유형에서 흔히 확인된다. 출토하는 지표 토기를 보면 돌대문토기를 비롯하여 이중구연토기와 공렬문토기가 한 유적에서 공존하므로, 청동기시대 전기 전반에 영위되는 토기조합을 대략 짐작해볼 수 있겠다. 공귀리-심귀리식주거지와 미사리-둔산동식주거지는 엄밀히 말했을 때 각각 둘로 나뉘는데, 공귀리식주거지가 좀 더 정방형에 가깝다. 그러므로 형태상에서는 공귀리식주거지는 미사리식주거지와, 심귀리식주거지는 둔산동식주거지와 긴밀한 관계를 맺는다.


청동기시대 전기 전반 주거지와 지표 토기(정선 아우라지Ⅱ유적 1·2·7호 주거지)


청동기시대 주거지는 전기 후반부터 주거 폭이 좁아지면서 세장방형을 띠게 되는데, 이와 아울러 일어나는 현상은 다수의 노지가 일렬로 배열되고 각 노지를 중심으로 공간이 분화된다는 점이다. 이를 용암리-관산리식주거지로 명명한다. 초석이나 주혈이 노지열과 궤를 같이 하여 중앙에 일렬로 배열되든지 혹은 노지 양 옆으로 대칭을 이루며 열을 짓는데, 이 구조를 복원해보면 대개 노지를 갖춘 다수의 공간과 갖추지 않은 소수의 공간이 확보된다. 전자는 이전 대형주거지에 모여 살던 여러 세대공동체들이 이제 그들만의 구분된 공간을 갖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으며, 후자는 해당 주거지에 거주하는 인원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간으로 상정할 수 있겠다. 관산리식주거지단계가 되면 이러한 현상이 더욱 심화하여 노지의 수가 증가하는데, 이에 아울러 초석과 노지를 감싼 돌이 사라진다는 특징을 보인다.


청동기시대 중기에는 한반도 전역에서 송국리문화가 크게 유행하면서 주거지 형태에 한 차례 변화가 생긴다. 규모는 이전 시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축소되는데, 이것은 전기 후반 이후 대두한 세대 분화의 경향이 더욱 심화된 것으로 판단된다. 즉 주거지의 형태는 작아졌지만 그 수는 급증하게 되므로 세대수 자체의 변화는 유지되거나 증가할 것이다. 주거지 평면 형태는 크게 송국리양식인 휴암리-감단리식주거지와 울산양식인 천상리-연암동식으로 나눌 수 있으며, 이들의 분포는 크게 송국리문화권과 비송국리문화권의 영역에 크게 관계된다. 이러한 주거지가 등장하는 시점에 취락은 목책이나 환호 같은 방어시설을 갖추는 취락이 등장한다. 목책이나 환호를 두른 취락은 대규모의 주거지 군락이 형성되며 위례공간이나 신전 등을 갖추기도 한다. 반면 소규모의 주거지 군락과 다수의 저장수혈을 갖춘 취락도 형성되는데, 양자간의 관계에서 당대 사회의 계서관계와 복합도를 생각해볼 여지는 있다. 다만 이것을 권력이나 정치체의 등장이나 계층분화로 이해하기까지는 복잡한 해결 과제가 남아 있다.


청동기시대 후기 주거지(상: 송국리유형; 하: 울산유형)


휴암리-감단리식주거지는 평면이 (타)원형이나 (장)방형이며 주거지 가운데에 타원형의 수혈과 두 개의 기둥을 시설한다는 특징을 갖는다. 중앙수혈과 기둥의 위치관계에 따라 중앙수혈 내에 기둥이 설치되는 휴암리식과 그렇지 않은 검단리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중앙수혈이 정확히 어떤 기능을 하는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소토나 재 등이 확인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노지는 아니었을 것으로 생각되며, 이와 더불어 송국리양식주거지 내에서 뚜렷하게 노지라고 상정할 수 있는 시설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도 특기할만하다. 천상리-연암동식주거지는 평면이 (장)방형을 띠며, 휴암리-검단리식주거지와 달리 중앙수혈과 기둥이 없으며 배수로가 시설된다는 특징이 있다. 배수로가 주거지 벽체선을 따라 벽구를 돌리는 천상리식, 주거지 바깥으로 원형 주구(환호)를 돌리는 것이 연암동식이다. 이들의 분포는 포항-경주-울산을 잇는 동해안 남부권역을 이루고 검단리식토기를 동반하며, 울산을 중심지로 하므로 울산양식이라고 명명한다.


신석기시대와 달리 청동기시대가 되면 한 지점에서 장기 점유되는 취락들이 다수 확인되는데, 그에 따라 취락의 규모가 커지고 거주공간 내부의 공간분화도 명료해진다. 사회복합도가 높아지면서 그들이 구축한 사회 운영체계가 거주 공간에 장소성으로서 반영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아울러 몇몇 취락의 외곽에는 방어를 목적으로 하는 환호와 목책이 시설되어 원시도시적인 요소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청동기시대 후기부터는 고지성취락과 독립된 의례공간이 만들어지기 시작하는데, 이것은 사회 발전에 따른 갈등과 분화의 심화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취락 경계 외부에는 집단묘가 형성되어, 광의의 거주공간 내에 생자의 공간과 사자의 공간을 명확히 구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모습들은 신석기시대 취락과는 완전히 다르므로 양자간에 정주성에서 큰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겠다.


부여 송국리유적 유구분포도
진주 대평리유적 유구분포도
울산 검단리유적 유구분포도


취락의 입지는 정주환경에 따라 하천유역의 구릉과 충적지라든지 해안 등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취락의 분포를 뚜렷하게 정형화하지는 못하고 있으나, 정선 아우라지·하남 미사리·부여 송국리·진주 대평리·사천 이금동·경산 옥곡동·울산 검단리 등 공간분화가 뚜렷하거나 규모가 커 거점취락으로 상정되는 공간이 점점이 확인되므로, 지역 내 거점을 위시한 네트워크가 형성되었을 가능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하나의 취락 내에서도 주거지의 크기나 출토 유물의 양에 따라 위계를 설정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작업들은 한국 청동기시대 사회가 과연 사회적 위계나 계층이 뚜렷하게 분리되었는가 하는 문제가 명확하게 결론지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계를 갖는다. 근본적으로 사회복합도가 취락이나 분묘 등에 어떻게, 얼마나 표상되는지 고민하고 정형화할 필요가 있다.


사천 이금동유적 청동기시대 중기 취락구조 모식도



강승옥, 2006, 「청동기시대 주거지의 편년과 사회변천」, 『韓國考古學報』 60, 한국고고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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