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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별 Aug 31. 2023

런던에 이민 간 친구와 이야기하다 깨달은 사실


내가 블로그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게 된 건 5년 전, 바로 카타르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귀국했을 때다. 남편 회사에서 한국 복귀 지침을 받았을 때의 처음 느낀 감정은 '아쉬움' 이었다. 그러나 내가 정확히 어떤 것에 미련이 남아있었는지는 몰랐다.


나는 2년 가까운 시간을 고군분투하며 해외 생활이 막연한 기대감과 동경으로는 잘 해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사람이지 않은가? 해외 살이의 미련이 남은 것이 아이들의 영어 실력이라고 생각하기에도 무리가 있었다. 당시 첫째는 겨우 50개월이었으니까.


내가 섭섭한 마음을 뒤로하고 한국에 왔을 때 나의 오랜 벗은 런던으로 떠났다. 그녀는 내가 카타르에 있는 동안 남편 일로 아부다비에 있었으며 공교롭게도 내가 한국에 오기 몇 달 전 그녀도 한국으로 귀국했다. 그리고 몇 달 뒤 살림살이 중 냉장고와 디지털 피아노를 나에게 처분하고 영국으로 떠났다. 



나는 친구의 삶을 응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러워했다. 영국이 부러운 건지 이민이 부러운 건인지 모르면서.

이번 여름휴가 때 런던을 여행하며 친구를 다시 만났다. 동네는 깔끔했고, 그녀의 집은 그림에서만 보던 아기자기하고도 고풍스러운 2층 집이었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 그녀와 남편은 영국의 물가, 일자리, 학교 등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리고 런던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게 된 이유에 대해서도 알려주었다.


친구 부부는 직업적 커리어를 위해서 그리고 자신들의 가치관에 따라 아이들을 교육하고자 런던으로 떠났다고 이야기했다. 그들은 우리나라보다는 영국이 자신들이 추구하는 삶을 영위하는데 더 적합하다고 생각했고, 현재도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답변을 들으며 그간의 나의 해외 살이 로망의 근원이 어디로부터 나왔는지 알게 되었다. 내가 원하는 것은 해외라는 낯선 환경에서 사는 것도, 아이들의 영어 실력을 위해 영어 사용 국가에서 사는 것도 아니었다.


내가 바라는 것은 타인의 시선에서 보다 자유롭게, 그리고 내가 세운 가치관에 따라 사는 것이었다. 과거 카타르의 고된 삶 속에서도 이름 모를 자유로움을 맛봤었던 것이다.




유럽에 처음 갔을 때 사람들의 거침없음과 소박함에 놀랐다. 타인의 시선에 따라 자신의 가치를 판단하지 않는 사람들, 언제 어디서나 꾸밈없이 자기 자신으로 살기를 선택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 덕에 나도 덩달아 타인의 시선을 향한 강박을 점차 내려놓기 시작했다. 식당이나 집이 아니면 밥을 먹지 못하던 내가, 유럽 사람들처럼 벤치나 계단에 앉아 샌드위치를 먹기도 하고, 심지어 걸어가면서 조각 피자를 먹기도 했다.


아름다운 풍경들을 빨리 봐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식당에 앉아 제대로 앉아 제대로 밥을 먹을 시간도 아끼고 싶었던 것이다.


p. 173, 여행의 쓸모, 정여울 글, 이승원 사진



해외 살이의 로망은 이제 많이 잦아들었다. 과거에는 남편의 해외 출장을 두고 '이러다 해외 가는 거 아니야?'하며 김칫국 마시며 혼자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면 지금은 출장 간다고 하면 그런가 보다 한다. 회사 일이 돌아가는 형국을 보고 현실 인정을 한 것도 있겠지만 하루의 많은 시간을 나 자신을 위해 쓰고 고민하며 "어떤 환경에 사느냐" 보다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우쳤기 때문이다.


일과 중 많은 시간을 운동과 공부, 글쓰기 등 내가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을 지속하며 주위 이야기에 나부끼지 않을 단단한 마음이 생겼다. 건강한 일상이 삶의 풍요로움을 조금씩 맛보게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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