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에서 2시간 반이면 도착하는 키아마 Kiama의 매력
시드니 여행 일정과 테일러 스위프트의 공연 날짜(2월 23일-26일)가 일부 겹친다는 것을 알고 나는 여행 후반부를 시드니 외곽에서 보내는 것으로 계획을 짰다.
2박 3일의 비교적 짧은 일정이고 시드니에서 아웃해야 해서 브리즈번이나 멜버른으로 가는 것은 포기했다. 내게 남은 선택지는 울릉공 Wollongong과 키아마 Kiama 였고, 결국 키아마로 떠났다.
현지인들은 카이아마라고 읽는 이곳은 가이드북에는 딱 한 페이지 분량으로 소개된다. 볼만한 곳이라고는 바위 구멍으로 물줄기가 뿜어져 나오는 블로우 홀 Blowhole과 오래된 키아마 등대 Kiama Lighthouse뿐이라는 이곳을 가기로 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도시가 작아 도보로 돌아다니기 편리하며 근처에 바닷가가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여행 후반부임을 감안해 놀고 쉬고 먹는 스케줄을 원했는데 돌이켜 보면 아주 잘한 선택이었다.
시드니 센트럴 역에서 South Coast Line을 타서 Kiama 역까지는 약 2시간 반 정도 걸린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가 탄 기차는 키아마역까지 운행하지 않아 울릉공역 Woolengong Station에 내려 키아마행 버스로 갈아탔다.
호텔에 도착해서 시내를 둘러 보고 수영장 답사를 갔다. 나는 시드니에 여행을 오면서 가능한 한 많이 수영하리라 다짐했었기 때문. 여기 수영장은 지도에 록 풀 Rock Pool라고 쓰여있는데 도착해서 보니 왜 그런지 알겠더라. 바닷물이 돌로 가두어져 있어 그렇게 불렀던 것이다. 한국엔 없는 수영장이라 생소했다. 언뜻 봐도 수심이 1.5m는 족히 되어 보였는데 동네 아이들은 티셔츠 차림으로 놀고 있었다. 이 아이들에게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들다는 몇몇 특이 해양 생명체를 소개받아 첫째는 열심히 째려보고 막대기로 찔러보기도 했다.
아침을 먹고 부리나케 수영복으로 갈아입었다. 위에 비치웨어를 걸치고 답사한 수영장 중 한 곳인 Blowhole Rock Pool을 갔다. 날 것 그대로의 투박하고 거친 바위가 사방에 있어 현지인들은 몸만 둥둥 띄워 물을 즐기는 이곳에서 나는 평영을 하기 위해 발을 양옆으로 쫙 벌렸다 돌에 발바닥을 베였다. 무모했던 도전은 갑작스러운 사고로 변했고 수영도 더 이상 즐길 수 없었다.
나 때문에 물에 더 이상 들어가지 못하는 게 미안해 점심을 먹고 아이들을 데리고 비치로 갔다. 블로우 홀 Blowhole에서 조금만 걸으면 키아마 서프 비치 Kiama Surf Beach가 나오는데 고운 모래사장이 넓게 펼쳐져 있어 아이들 놀기에 좋다. 서프 비치라는 이름에 걸맞게 파도가 셌고 인명구조대에 의해 실려 나오는 서퍼도 봤다. 아이들의 안전이 걱정된 나는 안전지대 (노란색 그리고 빨간색 깃발로 표시된 곳)에서만 놀게 했다.
돌아오는 길에 이 지역 명물인 블로우 홀과 등대를 보았다. 블로우 홀에서 물줄기가 솟구쳐 올랐다가 떨어진 물이 바위를 훑고 지나가는 것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뻥 뚫리는 청량감과 경이로움을 한껏 느낄 수 있다.
시드니에 있는 동안 매일 빠짐없이 들렀던 울워스 Woolworths와 콜스 Coles. (우리나라의 *마트나 *데마트와 같은 대형 마트) 키아마에 머무르는 동안에도 아침 거리와 간식을 사기 위해 지도에서 마트를 검색했는데 울워스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기뻐했다. 나의 호텔에서는 제법 먼 거리였지만 울월스를 가겠다는 집념 하나로 30분을 걸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런데 눈앞에 펼쳐진 것은 다름 아닌 공사장이었다. 과자 얻어먹겠다고 따라온 둘째는 다리 아프다, 마트는 어디 있냐며 칭얼 대기 시작했다.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채 그 자리에서 휴대폰과 공사장을 번갈아 보는데 유모차를 밀고 지나가는 한 남성이 울워스 찾느냐면서 공사장에 차들이 들어가는 골목을 따라 쭉 들어가면 아주 작은 입구를 찾을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마주한 나의 울워스. (여러분 키아마의 울워스는 공사 중이 아니고 정상 영업 중이랍니다!)
사람이 붐비지 않는 여유로운 곳을 찾는 사람, 바다를 보며 조깅하고 싶은 사람, 하루 종일 해변에서 놀고 싶은 사람한테 이곳은 딱이다. 수영을 할 수 있다면 키아마 록풀에 도전해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현지인들의 넉넉한 미소와 친절함은 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