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취준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휘 Dec 03. 2021

최종탈락, 그 후

그래도 최종 5인 안에 들었다...

취준을 같이 하는 친한 언니가 꿈을 꿨다. '오징어게임 취준버전'에 참여했는데 중간에 탈락해서 술을 마셨다는 꿈이었다. 그래도 탈락했다고 죽이진 않았나보네, 라고 하니까 죽기 vs 다신 그 기업 쓰지 않기 중 선택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안 쓰지 뭐.. 하고 게임을 나왔다고.


묘하게 현실성 있고 설득력 있는 꿈이라 기분이 묘했다. 그토록 가고 싶었던 기업에 최종탈락한 여운이 남아있는 듯 하다. 8월 초에 서류 내고, 9월에 필기 보고, 10월에 1차 면접 보고, 11월 초에 2차 면접, 11월 말에 최종면접을 봤다. 1년의 1/4를 쏟은 공채였다. 최종면접까지 보고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최선을 다해 행복회로를 돌렸다. (심지어 회사 근처 집도 알아봤다) 근데 불합격했다.


처음엔 슬펐다. 그러다가 화가 났고, 억울했다. 그러다가 포기했다. 최종면접 때 아쉬웠던 답변을 하나씩 곱씹어보며 '아 이렇게 말할 걸', '답변이 아무래도 시원찮아서...' 따위의 생각을 하다 그만뒀다. 최종까지 올라갔으면 말빨이나 실력은 다 고만고만할 텐데, 난 그 중에서 운이 좀 없었다고 생각하지 뭐. 이렇게 생각하니까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결과론적으로는 탈락했지만, 이 과정에서 느낀 게 참 많다. 우선, 인복이다.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응원을 받았다. 가족과 친구들은 물론이고, 단골 미용실 언니도 내 첫 면접이라며 드라이를 공짜로 해줬다. 구두가게 사장님도 자기가 아는 드라마 이름 다 대면서 관심을 비쳤고, 문 밖까지 배웅해주며 면접을 응원했다. 알바 사장님도 내 아르바이트 일정 다 빼주면서 면접 준비에 집중하라고 했다.


탈락 후엔, 수많은 사람들이 위로해줬다. 같이 회사를 욕해주기도 하고 (ㅋㅋㅋㅋㅋ) 맛있는 거 먹으라며 기프티콘을 보내주고, 집까지 찾아와서 같이 치킨도 먹어주고. 탈락한 날 울면서 아르바이트에 출근했는데, 사장님은 퇴근 후 맛있는 거 사먹으라고 만 원짜리 3장을 손에 쥐어줬다. 인복 하난 타고났다. 정말 감사한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면접 보는 법을 배웠다. 사실 이게 내 첫 면접이었다. 지금까지는 필기에서 다 미끄러졌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최종까지 쭉쭉 올라갔으니, 앞으로의 취준 생활에 큰 도움이 될 경험을 했다. 솔직히 다시 자소서부터 써야 한다는 건 좀 화가 나는 일이지만, 대충 감은 잡았으니 금방 또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 근데 지금 자소서 써야 되는데 이러고 있긴 하다..


학부생 때 언론고시 학원에 다닌 적이 있다. 거기서 회식을 했는데, 내 옆자리 사람이 모 방송국 최종면접까지 갔다가 떨어졌었다는 말을 들었다. 그때 처음 든 생각은 '최종은 형식적인 거 아닌가? 왜 떨어지지? 문제가 있나보다'였다. 그 분께 정말 미안하다. 나는 그렇다 치고, 면접을 같이 준비했던 스터디원들도 많이 미끄러졌다. 정말 똑똑하고 착하신 분들이었다. 합격할 가치가 충분히 있어 보였다.


사람마다 저마다의 기회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쉽게도 이번엔 내 기회가 아니었지만, 언젠간 꼭 올 것이라 믿는다. 노력하다보면 되겠지 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