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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한 Sep 04. 2023

이혼 가정에서 자란 28살 청년의 삶 6

내가 이 주제로 글을 쓰는 이유

오랜만에 브런치 어플에 로그인했을 땐 이혼이라는 주제로 쓴 글들이 순위를 다 장악하고 있었다.


내가 어릴 때부터 숨기기 급급했던 가정사를 이렇게 공공연하게 그것도 다수의 사람들이 하는 얘기들을 보니 꽤나 충격적이었다. 그중에 아이가 있는 가정들의 이혼은 특히 마음이 아팠다. 그 과정에서 겪게 될 아이의 경험들이 생생하게 전해지는 기분이었다. 어떤 이유에서든 엄마와 아빠를 동시에 볼 수 없다는 건, 사이가 좋은 모부(이슬아 작가님의 '부모'를 '모부'로 바꿔 쓰신 이유에 감명받아 저도 단어를 대체해 써봅니다.)를 보지 못한다는 건 아이가 제 나이에 맞지 않게 빨리 커버리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이혼을 한 어른들은 티비에도 돌싱이라며 허심탄회하게 나올 수 있는 시대지만 그 가정의 아이들은 모부가 이혼했다고 털어놓기란 쉽지 않다. 그건 이따금씩 약점이 되기 때문이다. 이혼가정에서 자란 대한민국의 청년으로서 알려주고 싶었다.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첫 번째 이유다.


난 여전히 비교적 최근에 만나 가까워진 사이들과는 가족에 대해 언급하기를 꺼려한다. 습관이 된 거짓말은 나를 더 초라하게 만든다. 이건 내가 사회에서 솔직한 사람을 좋아하는 이유가 된다. 자신에 대해 거리낌이 없는 사람들, 자신을 어떤 방식으로든 드러내려 하는 사람들을 나는 항상 동경한다. 나도 내 자신이 솔직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 내가 글을 쓰는 두 번째 이유다.


갈수록 이혼가정의 비율은 늘어나는데 내 주변엔 많지가 않다. 기뻐할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쩌면 나처럼 숨기고 있는 사람들도 많지 않을까 해서 내 얘기가 눈곱만큼의 공감을 살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마음도 들었다. 글을 쓴 세 번째 이유다. 솔직하기 어려운 세상에서 이름 모를 이가 같은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위안이 될 수 있는 법이니까.


그럼에도 날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 준 나의 모부에게 고맙다. 나는 내가 태어난 계절, 봄을 가장 좋아한다. 가끔 개화시기를 놓쳐 엉뚱하게 한겨울에 피어난 철쭉 한 송이를 발견하고 기특해할 줄 알고 먹구름이 지나가며 보이는 분홍색 하늘을 찾아내 그 행복을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다. 지금 맡고 있는 냄새는 초여름의 냄새인지 늦가을의 냄새인지 알아차릴 수 있고 나의 단짝친구들과 20대 후반이 되어서도 엽떡 하나에 즐거워할 수 있다. 나는 사람들의 특징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줄 아는 사람이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눈에 눈물이 고이면 내가 먼저 눈물을 떨어뜨리는 감수성을 가지고 있다. 노동 후에 마시는 얼음 동동 콜라의 맛을 즐길 줄 알고, 몰입 상태에 있는 나 자신을 애정한다. 나는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서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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