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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랑한삐삐 Jan 02. 2024

바이

배가 고파 혼자 이른 저녁을 먹었고

제시간에 귀가하신 어머니는 

바쁘게 조문을 가셨다


엄마친구아들

30대 중반 

미혼

심장마비

객지생활


현관을 나서는 엄마는 배웅하는 나를 뒤로한 채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자식이 앞서버린 친구를 떠올리며 눈빛이 흔들렸을까  


며칠 전 유명을 달리한 어느 유명인의 죽음이 아직 포털 상위에 멈춰 있고

엄친아의 돌연사는

타인의 죽음에 대한 내 충격의 역치를 하나 더 올려주었다

나는 잘 알지도 못하는 이들의 알 수 없는 앞길이 그저 애잔했다

 

'나이듦'은 각종 것들의 이유가 된다 

사는 것, 그리고 그 반대의 것에도 점점 익숙해지는 것은

지나온 날들이 많아져서가 맞지만

그 단어에 사유(思惟)를 다 담을 순 없다


멀리 있는 친구가 책을 보내왔다

제목은 대놓고 나를 겨냥하며 위로하고 있었다

오랜 베스트셀러라는데 사람들은 다들 응원이 목마른가봐 

그러나 앞도 뒤도 없이 무조건 잘했다는 말이 벅찬지 

글은 내게 선물이 되진 않았다

다만 나를 울렸던 건 

위로의 쪽지를 건넨 친구, 너


존재란 장소에 따라 다른 감정을 주는 것 

모른 채 어디에 있든 아름다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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