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백이 Jun 05. 2023

꿈 3.

처음 써보는 소설

3.꿈

 바쁜 아침을 보내고 아이들 등교에 나도 바쁘게 아침 교육을 받고 왔다. 수업 준비를 위해 습관적으로 남편이 없을 때와 마찬가지로 번호 키를 요란하게 누르고 문을 팍 열고 들어갔다. 애들 아빠가 현관 바로 보이는 작은방에서 벽에 기대어 졸고 있다가 벌떡 일어나서 방에 있는 무언가를 치우는 시늉을 한다. 아 그 모습이 처량해 보인다. 당당해 보이던 양반이 내 눈치를 보는구나 처량해 보이면서도 지가 언제부터 내 눈치를 봤다고 그래. 그러니 방에 처박혀 있지 말고 일자리 찾아서 나갈 것이지 맨날 방에서 컴퓨터만 보고 뭐 타 먹을 것 없나 찾고 있는 모습이 한심해 보인다. 나의 두 마음은 뭘까? 눈치 보는 남편이 안쓰러워 보이기도 하고 무기력하게 있는 모습이 한심해서 보기도 싫고 나도 모르겠다. 빨리 챙겨서 내가 나가야지 집에서 잠시 쉬고 싶어도 저 인간 때문에 쉴 수도 없어. 내 마음속에 악마와 천사가 왔다 갔다 한다. 나도 남편의 어깨에 기대고 싶은 여자이다.     

 자동차엔진이 또 멈추었다. 이상하다 얼마 전에 배터리 갈았는데, 왜 자꾸 멈추지. 수업하러 갈 시간 다 되어가는데 어쩌지, 경유 차가 10년이 넘어가니 자꾸 고장 나는 곳이 많이 생긴다.     


(수경) - 내 차 지금 302동 앞 주차장에 배터리 방전되어서 있어. 나 수업 시간 다 되어서 가야 하거든, 배터리 서비스 아저씨 불렀어 와서 봐줘 나 수업 준비할 동안

(진우) - 아니 왜 차가 방전되는지 이유가 뭔데?

(수경) - 지금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진우) - 자꾸 방전되면 이유를 알아야지. 배터리 얼마 전에 갈았잖아.

(수경) - 긍 게 지금 내가 어떻게 아냐고. 나 수업 시간 늦는다고 집에 있은 게 자기가 와서 보라고 불렀잖아. 아이 냅둬. 뭘 따지기만 좋아하지.      


 정말 매사에 짜증이다. 따지기만 좋아하지 지금 급한 것부터 꺼주고 차근차근 시간 있는 사람이 해결해 주면 되지 늘 내가 혼자 해결하게 만드는 사람이다. 내가 기댈 수 있게 만드는 사람이 아니고 항상 나에게 기대는 사람이다. 늘 짐이 되는 사람이다. 이러니 무슨 정이 남아 있겠어. 말 안 듣고 하지 말라는 장사 해서 쫄딱 망해 먹고 왔으면 이런 일이라도 고분고분 말이라도 잘 들을 것이지 더 큰소리치고 난리야. 미운 놈이 미운 짓만 한단 게. 배터리 충전을 해서 시동을 켜놓은 채 집으로 들어가서 다음 수업 준비를 해서 부랴부랴 나왔다. 진우가 말을 걸까 봐 쌩하고 찬바람을 날리고 나와버렸다. 저도 미안했던지 묻지도 못하고 있다. 아니 미안해하지도 않을 것이다. 원래 뻔뻔한 사람이라서 항상 말 안 하면 그런 갑다 하고 지나갔다. 이렇게 오늘도 가슴 한쪽에 그늘 한켠을 그려놨다. 진우는 내게 넌 좋겠다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살아서. 그랬는데, 넌 모르지 내가 하고 싶은 말 다하고 살면 너 뒷목 잡고 혈압으로 쓰러져서 일찍 죽을 것이다. 너 오래 살라고 내가 참고 있는 줄이나 알아라. 이 불쌍한 사람아. 나도 일본 여자들처럼 황혼이혼을 준비하고 있다고 난 황혼이혼까지는 아니지만, 나 혼자서 아이들 키울 수 있을 때까지 참았던 거야. 지금쯤이면 혼자도 살 수 있을 것 같다. 모아놓은 돈은 없어도 이제 아이들도 웬만큼 컸고 나도 일자리가 어느 정도 자리 잡고 씀씀이 헤프지 않은 게 없으면 없는 대로 살면 되지 이 맘으로 살고 있다. 나 건들지 마라. 오늘도 진우를 째려보고 바쁘게 현관문을 나왔다.

---

 모처럼 아이들 소고기 좀 사다가 먹일까? 마트에서 한우 등심을 들었다 놨다를 몇 번 하다가 결국에는 호주산 소고기를 사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등심 스테이크에 잘 먹지 않는 파프리카도 넣고 브로콜리도 넣고 냉장고 안에 있는 가지와 호박도 잘라서 넣었다. 프라이팬에 살짝 볶아서 불향을 내서 스테이크 소스를 뿌려서 커다란 접시를 꺼내서 고기와 야채를 예쁘게 담아서 아이들을 불러본다. 정성스레 후다닥 만들어서 아이들이 맛있게 먹어줄 때 행복한 미소가 퍼진다. 

    

(수경) - 애들아 나와서 고기 먹어라.

(은서,은찬,은별) - 네


막둥이 은별이가 밝은 목소리로 대답을 한다. 큰딸 은서는 자기 방에서 늘정하게 나온다. 아빠하고 같이 뭐 먹는 것을 불편해한다. 떨어져 있었던 시간도 많았고 얼마 전에 아빠하고 나쁜 일도 있었기 때문에 감정이 좋지 않은 것 같다.

     

(은찬) - 아빠 불러요?

(수경) - 어 여쭤 봐라?

(은서) - 아빠 고기 드실래요? 

(진우) - 먹어야지. 

    

못마땅한 나의 눈초리가 느껴질까 봐 주방으로 시선을 돌렸다. 애들 아빠가 돌아온 뒤 함께 밥을 먹지를 못한다. 다섯 식구 식탁이 좁다는 이유를 대지만 같이 먹으면 소화를 못 시키는 가슴이 꽉 막힌 것 같은 예민성 때문이다. 하고 싶은 말을 못 해서 나오는 화병인 것 같다. 

오랜만에 소고기 스테이크를 해주고 잘 먹는 모습을 보는 재미를 저 인간이 망치고 있다. 어떻게 애들보다 더 잘 먹고 있지. 애들보다 잘 먹는 모습이 보기 싫다. 예전에 잘 나갈 때는 식성도 입도 짧아서 잘 먹지도 않더만, 요즘은 왜 저렇게 근청스럽게 먹는지. 잘도 먹네 좀 고급스럽게 먹어라. 품위 좀 지켜라. 꼭 고기 못 먹은 사람처럼 아이들보다 더 잘 먹네. 아고 보기 싫어. 내가 예민하다. 내가 옹졸하다. 부모는 내 입으로 안 들어가도 아이들 입에 들어가면 배부르다고 하더만 저 인간은 왜케 잘 먹는 거야. 사람 마음이 이렇다. 한없이 이쁘게 보려면 이쁘게 볼 수 있지만, 미웁게 보려면 한없이 미웁게 보게 되는 것이다. 그러지 말자 사람 미워하면 죄받는다. 

집에 있으면 더 죄를 지을까 봐 서둘러서 운동하러 밖으로 나간다. 운동하면서 나쁜 생각하지 말자. 민규한테 운동 가자고 문자나 보내야겠다. 운동 끝나고 애들하고 소주나 한잔해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꿈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