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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여행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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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겨란 Oct 26. 2024

태국 여행은 템빨

사막의 오아시스, 태국 마사지

24년 10월의 끝자락, 6박 7일의 일정으로 방콕에 다녀왔다. 20대 초반, 싱가포르를 다녀온 이후 동남아는 처음이었다. 싱가포르는 도시가 매우 잘되어 있어 서울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에 제대로 된 동남아를 느껴보고 싶어 선택한 여행지였다. 하지만 늦은 밤 수완나품 공항에 도착하여 그랩을 타기 위해 밖으로 첫 발을 내디뎠을 때 느껴진 숨 막히는 습도와 온도, 정신없이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앞으로의 방콕 여행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직감하게 만들었다.

본격적인 우기는 지나갔다고 생각하여 막연하게 괜찮겠지라고 자만을 했다. 더운 나라라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더울 줄은 몰랐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우리 집의 뽀송한 이불이 그리워졌다. 그 시기 한국엔 시원한 가을이 찾아왔지만, 난 푹푹 찌는 더위 속에 제 발로 걸어간 것이다.

교통 지옥•••

하지만, 극한의 더위와 습도 속에서도 아이콘 시암, 짜오프라야 강 주변 카페, 왓아룬, 카오산로드 등 한국인에게 유명한 관광지는 전부 가본 것 같다. 모순적이게도 다시는 오지 않을 나라라는 생각에 열심히 돌아다녔다. 이렇게 뜨겁고 습한 방콕 시내를 휘젓고 다닐 수 있도록 해준 일등공신이 있었으니 바로 그 유명한 태국 마사지이다. 발 마사지 1시간에 300 바트,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약 12000원 정도 되는 돈으로 더위를 피하고, 쌓였던 피로를 싹 날릴 수 있는 ‘사기템’이다. 특히 방콕은 우기가 아니더라도 하루에 1번 1-2시간 정도 미친듯한 폭우가 쏟아지곤 하는데, 그때에도 마사지샵은 시원한 도피처가 되었다.  



6박 7일 동안 1일 1 마사지 (후반엔 1일 2 마사지까지..)를 실천하며 느낀 것은 각 마사지샵마다 개성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중 기억에 남는 곳들을 몇 군데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1. 헬시 마사지 스쿰빗 33 프롬 퐁


이곳은 아속역 근처 엠스파이어 건너편에 위치한 마사지샵으로 꽤나 깔끔한 내부를 보유하고 있다. 태국에서 처음 마사지를 받으러 간 곳이라 설렘 반 긴장 반이었다. 워크인으로 낮 12시쯤 갔는데 예약을 하라고 해서 2시에 다시 방문했다. 애매하게 비는 2시간 동안 주변 소품샵과 카페를 구경하고 왔는데 미친듯한 더위와 교통체증으로 몸과 정신 에너지가 고갈되기 직전이었다.  태국 마사지는 처음인지라 시작 전에는 조금 긴장이 되었지만 깔끔하고 친절한 마사지사분들 덕분에 피로가 싹 풀렸던 곳이다. 이곳을 시작으로 발 마사지에 중독되어 떠나기 전까지 매일 마사지샵을 찾아다녔다.

가게 위치

2. 반타이 마사지
이곳은 매우 한국 친화적인 마사지샵이다. 카오산로드 끝에 위치하고 있고, 구글 리뷰에는 한국인들과 셀카를 찍은 사장님의 사진이 가득하다. 어쩌다 한국인들에게 유명한 스팟이 됐는지 궁금해진다. 아무래도 위치가 위치인 만큼, 쾌적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불청결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건물 특성 때문인지 에어컨은 없었는데 선풍기 바람이 직방으로 와서 그런지 마사지받는 내내 시원했다. 솔직히 마사지 자체는 보통 수준이었지만 벽 곳곳에 붙어있는 한국인들의 메모에는 그들의 설렘과 행복이 느껴져서 보는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태국에서 한국이 그리워진다면 이곳을 추천한다.

한국인들의 방명록으로 가득한 벽면
카톡 예약도 가능하다

3. Pai Spa
이곳은 내가 6박 7일간 방문한 마사자샵 중에서 1등으로 꼽은 곳이다.  람부뜨리 로드 출구 쪽에 위치한 이곳은 길가에서 호객 행위를 하지 않고 있었다. 길을 걸으며 밖에 소파베드를 펼쳐놓고 마사지를 받는 고객들을 노출시키는 수많은 마사지샵들을 보다가 이곳에 도착하니 상대적으로 마음이 편안해졌고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는 모습에서 왠지 모를 실력파의 아우라를 느꼈다. 어두운 룸으로 인도한 후 옷을 갈아입고 누운 후 마사지가 시작되었는데, 시작한 지 1분 만에 아 여기다!라는 삘이 짜르르 왔다. 큰 기술이 있는 건 아니지만 손 자체가 야무지신(?) 느낌이랄까? 한국에 금수저가 있다면 이 분은 손수저(?) 라고 할 수 있겠다. 한국에 돌아간다면 태국은 그립지 않아도 여기 마사지샵이 그리워질 것 같다. 


4. Boya massage
이곳은 사톤에서 머무른 숙소 바로 근처에 있던 곳이다. 여행 마지막 밤에 시간이 남아서 반신반의로 가본 곳이다. 사실 구글 리뷰 평점은 3점대로 매우 낮았는데 남편의 설득으로 에라 모르겠다! 마지막 밤이니까 해보고 싶은 거 다 해보자 라는 마음으로 따라갔다. 하지만 섣부른 판단은 금지라는 말이 있듯이 의외로 정말 시원하고 좋았다. (남편은 여기가 1등이라고 했다.) 왜 구글 평점이 낮은지 이해가 아직도 이해가 안 된다. 역시 남들의 판단만 믿기보다는 직접 경험해봐야 하는 것 같다. 혹시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사톤 지역에 머무른다면 이곳에서 마사지를 받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방콕 여행 중 너무 지치는 순간에는 나처럼 마사지샵을 발굴하며 태국 여행의 재미를 찾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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