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그리지 Apr 02. 2024

오늘은 뭐 그리지?

이름 짓기에서 발견한 삶과 그림의 공통점


모든 일은 작은 간지러움에서 시작된다. 좋아하는 것을 마주했을 때, 영감이 번뜩 떠오를 때, 하고 싶은 말이 생겼을 때, 무언가를 표현하고 싶을 때 그런 여러 감각이 모여 기분 좋은 간지러움을 느낀다. 간지러움이 몸 곳곳에 신호를 보내면 펜을 든다. 그리곤 불완전한 선을 마구 그어 나간다. 흡사 낙서와도 비슷한, 결코 멋지지 않은 선들을 말이다. 선과 선이 모여 면을 만들고, 면과 면이 모여 엉성한 기록으로 남는다. 엉성한 기록을 나누기 위해 브런치 작가가 되기로 했다. 그런데 작가명을 뭐로 짓지?




이름을 짓는 데는 꽤나 많은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 '나'라는 사람을 대신하는 만큼 의미 있고 정체성을 부여하는 일이니까. 종이 위에 수많은 이름을 썼다 지우길 여러 번, 이내 포기하고 낙서를 하기 위해 아이패드를 켠다. 빈 캔버스를 바라보다가 문득 매일 같은 고민을 하는 나를 발견한다.


오늘은 뭐 그리지?

모그리지(mogurizi), 나의 활동명이자 내 삶의 방식을 나타내는 이름이다. 그림이든, 삶이든, 꿈이든 늘 물음표처럼 질문하고 상상하며 살아가자는 뜻을 담고 있다.


[그:리다]
1. 이루어서 나타내다.
2. 글 따위로 나타내다.
3. 만들어 나타내다.
4. 마음속에 상상하거나 떠올리다.


그러고 보니 우리의 삶도 그림과 많이 닮았다. 우리는 모두 뱃속에서부터 ‘보이지 않는 연필’을 쥐고 태어나  빈 캔버스에서 출발한다. 그림에 필요한 도구가 모두 다르듯이 각자의 환경에서 각기 다른 역량으로 삶을 그려나간다. 그리고 '꿈'이라는 옅은 스케치 위에 '실행'이라는 물감으로 하루하루 덧칠해 나가면 비로소 자신만의 작품이 만들어진다. 어쩌면 삶의 끝에 완성된 ‘나’라는 거대한 캔버스를 보기 위해 이토록 선을 긋는 연습을 하는 건 아닐까?


삶이 그림과 딱 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지우개가 없단 것이다. 되돌릴 수 없기에 더욱 소중하고 흔적으로 남기에 되돌아볼 수 있는 삶, 인생에 지우개가 없어서 참 다행이다. 그래서 되려 이 괴로운 역설을 가득 안고 오늘도 캔버스에 선을 그을 준비를 한다.


자, 오늘은 모그리지?

                    

작가의 이전글 일과 부러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