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최대 'why'를 물어봐주신 영감님
'앗쌀라무 알라이쿰' 이라는 아랍어 인사말은 '당신에게 평화를' 이다. 이 아름다운 인사말을 가진 나라에서 왜 테러같은 끔찍한 일이 벌어질까. 고등학생의 세상 물정 모르는 의문이었을지 몰라도 그 의문은 세상을 그저 평화롭게만 바라보던 나 자신이 세상에 던진 가장 큰 질문이었다. 정의란 무엇일까를 생각했고 최소한 내가 생각한 정의에 따라 무고한 사람들의 희생을 막아야겠다고 다짐했고 궁극적으로는 세상의 평화에 기여하고 싶었다. 그때의 내가 가진 세상의 평화에 대한 순수한 열망은 아랍어와 아랍역사를 공부하는 이유가 되었고 진지하게 전공을 들여다보는 동기부여가 되었다.
나의 대학생활은 그 답을 찾는 과정이었고, 한편으로 그 시간은 나의 강한 믿음이 깨지는 시련이었고, 한편으론 내 안의 알을 깨는 성장이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과 이 질문을 나누고, 또 많은 사람들이 좋은 영감을 주었다. 많은 분들 중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 세 영감님을 소개하고 싶다.
첫번째 영감님은 학습 이상의 지혜를 가르쳐주신 선생님이다. 선생님은 그 꿈을 이루라는 응원은 못해주실 망정 내 희망을 뛰어넘는 반문을 하셔서 나를 당황스럽게 하셨다. 그리고 그 질문들은 내가 전공을 공부하며 계속 생각은 해왔지만 스스로의 꿈에 반문을 갖지 않기 위해 피해왔던 것이라 정곡을 찔린 느낌이었다.
"갈등과 전쟁이 인류 역사에서 반복되는 사건이라면 그걸 궁극적으로 없앨 수 있을까?"
"세상의 흑과 백, 선과 악이 있을가. 지금의 약자에게 더 많은 힘을 주고 강자가 되게 하면 이 상황이 나아질까. 새로운 강자가 다시 약자를 억합하는 구조가 되는 것 아닐까?"
"외부자의 시선에서 한 사회 내 갈등에 개입하는 것이 오히려 더 큰 문제를 일으키는 것 아닐까, 더 많은 문제가 일어나고 그 뒤의 문제를 책임질 수 없을 때 너는 결과가 어떻든 도왔다는 것만으로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까?"
아랍의 역사를 보면, 한국의 역사처럼 영광의 순간, 슬픔의 순간이 모두 있고 근현대의 식민지 상황이 현대 문제의 뿌리가 된 것이 많다. 역사의 흐름을 보며 승리와 패배의 반복 속에서 승패가 선악으로 분리될 수 있는 문제인지, 이 상황은 개선될 여지가 있는지, 그 안에서 내 역할은 무엇인지 혼란이 들었다. 이 혼란은 영감님의 직설적은 질문 앞에서 실체로 다가왔고 그 뒤의 대학셍활에서는 어떻게든 답을 찾아보려 하였다.
그 뒤에 지금 내린 결론은 답없는 문제이면서도 답을 찾는 과정이 내 평생이 될 거란 점이었다. '나는 왜 사는가?' 누구든 삶의 방향과 지향점을 묻는 질문을 한다. 나에게 이 질문도 그런 의미 아닐까. 이 질문을 계속 생각하는게 한편으론 나한테 한걸음 떨어져 내가 가고 있는 길을 보는 눈이자 당연한 믿음은 없다는 점을 끊임없이 주지시켜주는 화살표가 되어주지 않을까. 나의 영감님은 감사하게도 평생 탐구해나갈 의문을 주셨고, 최고의 영감은 'why'에서 온다는 사실을 다시 일깨워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