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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미영 May 16. 2022

캐릭터처럼 서사도 세공했다면

뺑반

영화 ‘뺑반’ 포스터./ 사진제공=㈜쇼박스

경찰 내사과 소속의 엘리트 경위 은시연(공효진 분)은 상사인 윤지현(염정아 분) 과장과 함께 뺑소니 전담반(뺑반)으로 좌천된다. F1 레이서 출신의 스피드광 사업가 정재철(조정석 분)과 경찰청장(유연수 분) 사이의 뇌물 수수를 쫓다가 강압 수사를 벌였다는 이유로. 시연은 매뉴얼도, 인력도, 시간도 없는 뺑반에서 만삭의 팀장 우선영 계장(전혜진 분), 서민재(류준열 분) 순경과 한 팀을 이룬다. 그녀는 어수룩한 민재가 차에 관한 한 천부적인 감각과 지식을 가진 것에 탄복한다.


정재철에 대한 수사의 끈을 놓지 않던 시연은 뺑반에서 수사 중인 미해결 뺑소니 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재철임을 알고, 민재와 함께 본격적으로 수사에 돌입한다. 시연의 친구인 기태호 검사(손석구 분)와 자동차 공업사를 하는 민재의 아버지(이성민 분)도 힘을 보탠다. 한편 재철은 돈과 인맥을 이용해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가며 반격을 시작한다.


한준희 감독은 전작 '차이나타운'(2015)처럼 ‘뺑반’(2019)에서도 각본과 연출을 겸했다. ‘뺑반’의 매력은 역할의 크고 작음을 떠나서 캐릭터를 세공한 배우들의 연기다. 기태호 검사 역의 손석구는 무거운 범죄액션물에 느른한 활력을, 경찰청창 역의 유연수는 조정석과 붙는 신마다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윤 과장과 우 계장 역의 염정아와 전혜진은 특유의 카리스마로 해당 신의 밀도를 책임졌다. 공효진은 걸크러시한 경위로 범죄액션물의 장점을 우려내고, 류준열은 자칫 전형적일 수도 있는 민재라는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살려냈다. 특히 조정석은 첫 악역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콤플렉스와 욕망으로 꽉 들어찬 재철의 심장을 온전히 느끼게 해줬다.


‘뺑반’은 교통사고계 ‘뺑소니 전담반’의 줄임말이다. 도로 위 최악의 범죄인 뺑소니는 한국 영화에서 소재 자체만으로도 특출나다. 문제는 신선한 소재를 하나의 서사에 온전히 담아내지 못했다는 점. 쉽게 예측이 가능한 흐름은 이야기를 쫓는 쾌감을 반감시킨다. 또한 팀플레이의 묘미를 살릴 수 있는 이야기임에도 후반으로 갈수록 단체전이 아니라 개인전으로 치닫는다.


극 중 도로에서 시연과 민재가 뺑소니범을 잡는 장면이 있다. 카레이싱이나 카체이싱에 견주어도 꿀리지 않을 만큼 쫄깃했다. ‘뺑반’을 소재가 아니라 주제적인 측면으로 접근했다면, 캐릭터처럼 서사도 세공했다면 어땠을까 싶은 아쉬움이 짙게 남는다.


[박미영 작가 miyoung1223@naver.com

영화 시나리오 ‘하루’ ‘빙우’ ‘허브’, 국악뮤지컬 ‘변학도는 왜 향단에게 삐삐를 쳤는가?’, 동화 ‘꿈꾸는 초록빛 지구’ 등을 집필했다. 한겨레교육문화센터 스토리텔링 강사와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마켓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했고, 텐아시아에 영화 칼럼을 기고했다.]   




https://entertain.naver.com/read?oid=312&aid=0000369398

*텐아시아에 실린 리뷰를 다듬어서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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