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
겨울 제철이라는 굴 먹는 날.
굴을 찾아 먹지는 않지만, 먼 데서 정성으로 보내주신 굴 선물은 귀하기 때문에 감사히 즐겨야 한다.
퇴근길에 밤막걸리와 부추를 사고, 굴은 소금물에 여러 번 헹궈내며 씻어준다.
싱크대 앞에 서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차가운 물에 손은 빨갛게 물들어가고, 여태껏 굴을 손질해 본 적 없는 나는 얼마나 더 씻어야 이 굴을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을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잘하든 못하든, 나는 기어코 먹음직스럽게 음식을 차려서 따듯한 온기가 배인 사진 한 장을 전하겠노라 생각한다.
멀리서 보내지는 먹거리들에는 부모님의 사랑과 정성이 깃들어 있다. 때로는 선호하지 않거나 손질 혹은 뒤처리가 번거로운 음식일지라도 우리가 감사히 받아야 하는 이유다. 부모에게 먹거리를 받는 자녀들은 이러한 선물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우리 집 냉장고에는 김치가 항상 차고 넘치지만, 다 소화하기도 전에 또 김치를 주겠다는 엄마를 말리지 않는다. 그런 전화를 받을 때마다, 그 소박한 기쁨을 나의 편리로 빼앗지 말자고 다짐한다. 결혼까지 한 장성한 자식이 있는 엄마가 뿌듯해질 일은 많지 않다. 그러니 내가 그저 더 부지런히 먹으면 될 일이다.
생굴 네댓 점을 꿀꺽 삼키고, 뒤집다가 다 흩어진 굴부침개를 간장에 콕콕 찍어 먹는다.
서로에게 밤막걸리를 따라주며 "이것이 행복 아니겠어요?"라는 건배사를 하는 날.
우리가 태어난 각 가정에 평안과 행복이 스미길 바라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