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사이클링, 리사이클링 이 두 가지 단어의 정확한 차이를 아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재활용 (리사이클링 Re-cyclying)은 버려지거나 쓸모 없어진 제품들을 수거해서 고치고, 소각해서 재처리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재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업사이클링 (Up-cyclying)은 무엇일까?
업사이클링(Up-cyclying)의 탄생
업사이클링이란 단어는 업그레이드(Upgrade)와 재활용을 뜻하는 리사이클(recycle)의 합성어로, 재활용이 아닌 '새활용' 이란 개념이 더 적절하다. 리사이클링보다 더 상위 개념으로 제품을 단순히 고쳐서 다시 사용하는 리사이클링에서 더 나아가 새로운 가치를 더해 전혀 다른 제품으로 다시 생산하는 것을 말한다. 업사이클링이란 단어는 1994년 독일의 산업 디자이너인 '라이너 필츠'의 의해 처음 세상에 소개되었고, 국내에는 2007년부터 전파되었다.
우리나라에 가장 잘 알려진 업사이클링 브랜드는 아마도 스위스 브랜드인 '프라이탁(FREITAG)' 아닐까 싶다. 1993년 그래픽 디자이너 마커스(Marcus)와 다니엘(Daniel) 프라이탁 형제가 트럭용 방수 천막이나 에어백, 자동차 안전벨트 등을 재활용해서 만든 가방 브랜드로 우리나라에서도 꾸준하게 인기 있는 브랜드이다. 필자도 굉장히 좋아하는 브랜드인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언제 들어도 걱정 없고 더러워지면 닦으면 된다. 그리고 뭐니 뭐니 해도 예쁨! 트럭 방수천, 안전벨트로 만든 가방이 저렇게 예뻐도 되는 걸까? (물론 엄마는 내 가방을 보고 가방 참 험하게 쓴다고 타박하셨다 - 엄마 나 그거 산 지 한 달 된 가방이야, 그게 디자인이라구!)
이렇게 프라이탁은 특유의 북유럽 감성과 업사이클링 제품이라는 사회적 가치 그리고 동일한 제품이 단 하나도 없다는 점에서 세계적인 업사이클링계의 명품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연 매출이 700억 원이 넘는다고 하니 업사이클링 패션잡화 브랜드계에서는 바이블 아닐까?
디자인, 가치, 희귀성 모두 잡았으니 성공할 수밖에
현무 오빠, 프라이탁한테 왜 그랬어요? (ㅋㅋㅋ)
업사이클링은 이런 패션 잡화 브랜드뿐만 아니라 공간 인테리어, 애완용품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문제는 위에 프라이탁 브랜드를 아시는 분들은 다 공감할 만한 '가격' (프라이탁 가방의 경우 보통 30~40만 원대) 단순히 버려진 것들을 다시 쓰는 개념이 아닌 새로운 가치를 담은 새로운 상품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디자이너 등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하다 보니 적지 않은 비용이 부담되는 점이다. 그러나 업사이클링 제품만의 창조성과 환경 보호라는 가치를 생각하면 상품의 가격이 터무니없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그리고 업사이클링 제품의 가치를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소비자들도 늘어나고 있어서 국내 업사이클링 산업은 날로 성장 중이다.
우리나라의 업사이클링은 어디까지 왔을까?
독일에서 탄생한 개념인 만큼, 유럽에서는 업사이클링을 이미 1990년대부터 성장 가능성과 가치가 큰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었으며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에서는 2012년에 업사이클링을 '올해의 트렌드'로 꼽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2006년 후반부터 꾸준하게 수요가 증가하고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17년도에는 국내 업사이클링 브랜드가 100개가 넘었다고 한다. 또 이 17년도에는 새활용에 대한 환경적, 사회적, 경제적 인식을 넓히고 업사이클링 기반 생태계를 만들고자 정부가 성동구에 '서울 새활용 플라자'도 개관했다. 이 곳에는 국내 리사이클링 기업들이 입점해서 전시도 하고 판로도 개척해주는등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고 하니 한 번쯤 방문해 보는 것도 좋을 듯.
(12월 31일까지 개관 2주년을 맞아 서울새활용 페스티벌도 하는 중인데 업사이클링 관련 세미나랑 체험 교육 행사도 많다.)
그리고 요새 필자가 눈여겨보고 있는 국내 업사이클링 브랜드들을 소개한다.
첫 번째로는 코오롱인더스트리에서 전개 중인 업사이클링 브랜드 '래;코드 (RE;CODE)'.
명동대성당 1898 광장에 오프라인 매장도 있다. 여기서는 업사이클링 제품 만들기 체험 공방을 운영 중인데 공방 수익금은 난민과 미혼모 자립 기금으로 쓰인다고 한다. 기존의 패션업계의 일반적 관행이었던 소각되는 3년 차 재고 상품 즉 버려지는 옷을 해체해서 새로운 옷과 가방 그리고 액세서리 등으로 재탄생시키는 브랜드. 가격도 괜찮고 디자인도 예쁜 데다 코오롱 재고 상품들 이용하는 거라 질도 보장되어 있어서 더 성공했음 하는 브랜드. 요즘 아웃도어 의류 인기가 시들해져서 심란해하는 코오롱 착한 일 하는 래;코드 응원해드림.
무언가 Y-3 브랜드 느낌도 나는 것이... 업사이클링 제품이라 생각 들지 않는 신선함
데일리로 들고 다니기 좋을 듯? 가볍고 방수도 되고
업사이클링보다는 친환경브랜드라 칭하는 것이 맞겠지만, 일단 소개하는 '플리츠 마마'
효성티앤씨에서 플라스틱 페트병을 재활용한 원사를 만들었는데, 그 원사로 만드는 가방이 바로 이 '플리츠마마'이다. 물론 효성티앤씨 브랜드는 아니고 독립 브랜드다. 요즘 해외 나갈 때 온라인 면세점에서 하나씩은 주문한다는 바로 그 니트백! 니트백 치고는 가격이 5-6만 원대라 저렴한 건 아니지만 재활용 원사를 사용했고 손 바느질로 완성하는 제품이라 임, 가공비가 좀 더 들 수밖에 없을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예쁘고 가벼운데 착한 상품이니 인기가 많을 수밖에!
신진 아티스트의 버려진 회화 작품 (습작)을 업사이클링하여 가방 및 의류 등을 만드는 브랜드, '얼킨'.
수익의 일부는 신진 아티스트에게 로열티와 재료 구입비용 등으로 제공해 ‘재능 순환’까지 실현한다. 회화작품에 합성피혁으로 보강을 하거나 특수 방수처리 등을 하는 형식으로 상품을 제작한다. 진짜 참신한 발상 아닌가? 심지어 작가들이 그린 그림이 소재로 쓰이다 보니 컬러감도 예쁘고 독창적이다. 가격대는 좀 있지만 그럴 만하다. 나만 갖고 있는 그림 + 가방이니 잘 써서자식한테 물려줘도 좋을 듯.
우리나라에서도 프라이탁을 뛰어넘는 업사이클링 브랜드가 탄생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업사이클링과 업사이클링 제품들의 가치를 인정하고 찾는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많아져야겠지? 버려지는 자원이 새로운 제품과 용도로 재탄생되어 선순환되고 소비자들의 새로움을 원하는 욕구는 충족시키되 자원낭비와 환경파괴를 지양할 수 있는 '업사이클링' 널리 널리 퍼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