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어제. 수요일.
지난달에 약속했고, 파트장님이 시행했던
목요일 재조고사 테스트.
그 테스트를 나는 말그대로 조졌었다.
"아~ 이게 원래 못하는게 아닌데 ㅋㅋ "
아무래도 난 무대체질이 아닌것 같다.
1.
오늘. 목요일.
동료 C씨가 예정에 없던 오전반차를 사용했고
본의 아니게 같이했던 재고실사를 혼자 다~해보면서
목요일 오전 루틴인 병리과, 혈액은행, 의학유전학 파트의
재고실사 업무를 마스터했다.
그것도 점심시간을 50분 남겨놓은 11시10분에 마무리했다.
내가 어제 이렇게 했었으면 테스트 찢어놨을텐데 아쉽다.
뭐... 이미 평가는 끝났으니 뒷북이지만 말이다.
기분이 좋아서
실사 끝내고 사무실에 바로 들어가서 팀원들에게 자랑했다.
"저 이제 목요일에도 휴가쓸겁니다. ㅋㅋㅋㅋ "
"왜냐면 이제 목요일에 배워야할게 없으니까 ㅋㅋㅋㅋ " 라면서 말이다.
아니 내가 그랬더니 글쎄....
파트장님 曰 : "할 수 있는건 이미 알고 있어요, 근데 냥이씨쯤 되면 더 능숙해야지. "
동료 J씨 曰 : "냥이씨의 짬밥, 레벨이면 그정도는 기본으로 해줘야되요. 빨리 올라와줘요"
아니... 그... 냥이씨쯤 되는게 대체 뭔데? 염병할.
2.
30몇명 있는 반에서 15등 근처 등수를 오고가던 애매한 아이,
본인의 성적에 대충 만족하면서 대충 불만이 섞여있던 아이.
그게 나였다.
삶에서, 일상에서 내가 뭔가에 착수하는 시기 또는 순간들이 있어왔고
그럴 때마다 아버지는 나에게 큰 거 안바라고 중간만 하라고 하셨다.
지금도 철없지만 지금보다 더 철없던 시절에
"그게 뭐지? 아버지는 나의 가능성, 나의 능력을 얕잡아보는건가?..."
라면서 아버지의 이야기를 뒤틀린 시각으로 받아들인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 치기어린 열정과 의욕은 오래가지 못했다.
물론 "아버지의 말을 실현해내기 위해서... " 같은 효심에 기반한건 아니다.
어찌보면 그냥 내게 아주 자연스럽게 잘 어울렸던 모토였던거다.
"큰 거 안바라고 중간만 가자" 라는 그 라이프 스타일이 말이다.
3.
그런데 사회라는 곳에서 어느정도 구르다보니
이제와 뒤늦게 느끼고 있다.
그 "중간"을 하는게 제일 어렵다는걸.
실제로 그 중간마저도 내게 어렵고 벅찰 때가 많았으니까 말이다.
뒤쳐질 때는 중간에 가기위해 필요한 만큼 노력했고
앞서갈 때는 중간에 가기위해 필요한 만큼 힘을뺐다.
나의 직장, 나의 일....
1. 언제나 하는 사람
2. 언제나 안하는 사람
3. 할 땐 하는 사람
나는 저 3개중 3번째 유형의 사람으로 여겨지고 싶어했다.
하지만 때때로 이마저도 내 욕심이려나? 싶은 순간이 들때가 가끔씩 있다.
내가 그저, 단지, Just, "할 땐 하는 사람"을 모토로 살고있는중임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언제나 하는 사람" 으로의 가능성이 보인다며 기대를 거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내게 지금보다 더 성장하길 기대하는 사람들.
때때로 그게 난 싫으면서 좋고, 고마우면서도 부담된다.
힘들면서 어렵다.
아버지는 그 어려운 일을 나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