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낮에 적는 일요일 밤에 대한 일기.
어제는 어느정도 기를 빨릴 각오랄까...
일종의 체념을 하고 나갔던 J군과의 저녁약속이 있었는데...
정말 예상외로 J군이 차분하고 진솔하며 부드러운 스탠스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면서 대화다운 대화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일방적인 감정배설, 한풀이가 아닌 말그대로 쌍방향의 좋은 소통.
오랜 동네친구 J군은 얼굴을 보는게 거진 2년만인데
이 친구는 언제 만나게 되도, 마치 어제 본것 처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주고받는게 가능한 오래된 친구다.
약간의 뒷담화지만
이 친구는 본인이 행복하고 즐거울 때, 자신의 친구들을 멀리했고
어렵고 힘든 최악의 상황에서만 자신의 친구들을 찾는 편이었다.
그중에서 주로 나를 찾는 편이었고
그 때마다 나는 꽤나 기가 빨렸던 기억이 있다.
그래도 그걸 알고서도 내가 J군과의 만남을 굳이 피하지 않았던건
J군에 대한 소중한 소년시절의 추억들, 옛 정이 존재했고
J군이 근본적으로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걸 나는 알고 있고
이 친구가 그렇게 잦은 주기로 나를 감정쓰레기통으로 대한게 아니라
본인 내부적으로 참다가 참다가 도무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야
SOS를 하는 편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쨋든간에, 그런 인간이 J군이다.
그래서 나는 이번에도 일종의 봉사정신을 갖고 나간건데 ...
놀랍게도~ 놀랍게도~ 즐거운 시간이 되어버렸다.
본인이 힘들고 괴로운 타이밍에 나를 찾은건 여느 때와 똑같지만
J군은 최근 여러 고난과 고통속에서 배운 바와 느낀 바가 많은 건지
타인에 대한 태도와 대화에 전보다 한결 더...
배려와 존중을 담을줄 아는 좋은 사람으로 성장한 모양이다.
J군이 그동안 겪은 불행의 자세함, 고통의 종류에 대해 서술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이 글에서는 어제 J군과의 만남에서 좋았던 이야기들을 담으려고 한다.
인간사 모든 것의 기본 전제조건인 [건강]의 소중함.
한번 태어나서 한번 하는 세상구경, 그 안에서 [연애] 라는 컨텐츠가
줄 수 있는 충만함과 행복감. 그리고 시작과 끝, 그 모든 과정에서의 배움들.
더 나아가 진정으로 [건강한 연애관계]란 어떠해야 하는가? 에 대한 고찰까지.
J군에게 경험에 기반한 좋은 이야기들을 많이 들을 수 있었고
나 또한 4년의 긴 연애관계를 끝낸 시점에서 이제 막 혼자가 되었고
어색하게나마 스스로 자신의 즐거움과 자신의 것을 구축해야하는
막연하고, 답답한 상황앞에 놓여진 J군에게 나의 경험과 입장에서
나만이 들려줄 수 있는 좋은 이야기들을 여러모로 들려줄 수 있었다.
기빨리는 일방적 봉사활동이 될 줄만 알았던 시간이
나의 예상을 깨고 즐거운 선물같은 시간이 된거다.
사람에 대한 믿음, 그리고 좋은 방향으로 변할 수 있음에 대한
나의 긍정에 어느정도 힘을 실어주었던... 어제는 그런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