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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냥이 Dec 18. 2022

세기말 회고록


1999년

그 때 우린 모두가 미쳐있었던거 같다. 


전세계에서...아니, 아마도 우리나라에서만.

대체 누가 유행시켰는지 모를...

해괴한 사이버펑크 스타일이 대유행을 맞이했고


뭔가 단단히 잘못된... 

멋의 르네상스 시기가 열렸다. 


한세기의 끝, 새천년의 시작, 인터넷의 보급, 영화 매트릭스의 흥행.

그중에 무언가 하나를 꼬집어 탓을 하기에는 애매한 잡다한 모든 것들이 

한 시대의 거대한 하모니를 형성했다.


이윽고 그것들은 결국 복잡한 기계의 톱니바퀴가 작동하듯이 맞물려

사람들이 기존에 생각도 못했던 전혀 이절적인..

반짝반짝 은색 빛깔로 떡칠된 "새로운 멋"으로 변이했다. 


그것들은 마치 내 누나들이 PC에 무턱대고 

잔뜩 깔아놓은 툴바 팝업창들이 튀어나오듯

우리집 TV의 브라운관, 거리의 전광판, 거실의 PC의 모니터 등등 

여러 매체에서 다양한 형태로 시종일관 튀어나왔다. 


처음엔 비웃었지만, 사람들은 세기말의 분위기에 휩쓸려 

점차 그것들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기에 이른다. 


요즘말로 어린애들을 얕잡아 잼민이라고 부르던데.

당시 세기말 잼민이였던 나또한 

그 거대한 흐름을 거스르지 못한 

나약한 소시민중 하나였다. 


그렇다.

그것들을 마주한 순간.

마음속 깊은 곳에서 진심으로 "끝내준다" 라고 느껴버렸거든....


그것들은 확실히 21세기의 시작점을 앞둔 

우리에게 더 빠르고, 더 강하고, 더 영리한 

새로운 사이버 정보화 시대를 장악할 수 있는 

최상위 포식자 느낌으로다가 멋이 있었다. 


하지만 언제나 유행은 돌고도는 법. 


야속한 시간은 앞으로만 흘렀고 

어느 덧 세계가 밀레니엄을 맞이한지도 22년이 지났다. 


혁신이라고 칭할만한 기술적인 진보는 그럭저럭 이룩했지만

멋에 관해서는 다소 밋밋하고 평범해진 

이 시대를 살고있는 나약한 우리의 모습을 본다.


내 일상속 세상의 풍경, 그리고 거울속 늙고지친 나를 보며 

시대가 추구하는 멋에 대해 오랜만에 생각해보는 하루였다. 



만약에 1999년, 그 시절 사이버펑크를 동경하던 세기말의 사람들이 

우리가 살고있는 미래를 보게된다면 과연  우리는 어떤 말을 듣게될까?



세상의 멋이란게 마침내 정상화되었다고 할까?

아니면 시시하고 무기력한 미래인의 모습이라고 혀를 찰까? 



아무도 흥미없을 뻘생각을 해보는 미래인의 하루가 또 이렇게 저물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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