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아슬한 그 날
자주 가는 카페에 새로운 직원이 왔다.
연신 죄송하다고 말하는 그가 민망하지 않게 키오스크에서 빨리 주문을 끝내고 자리를 잡았다. 머리서 어렴풋이 보이는 고개 숙인 그와 당황한 표정의 고객. 그의 긴장한 표정이 그대로 내게 전해진다. 불안하다, 고개를 오래 숙이고 있는 그는 계속 들어오는 손님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사이 다른 손님들의 표정도 바뀐다. 그들 중 일부는 자리를 뜬다.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찾으로 다시 키오스크 주변에 갔다가 안도의 숨을 쉬었다.
주문과는 다른 커피에 당황한 표정의 그 손님은 커피가 나오기까지 한참 동안 기다렸음에도 불구하고 직원에게 '괜찮다'라고 했다. 연이어 '기다릴 테니 천천히 해 주세요.' 라는 따뜻한 문장이 내 귀에 들어왔을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날 뻔했다. 긴장했던 직원의 얼굴이 풀리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한참 졸이고 있던 내 마음도 함께 풀어졌다. 직원은 마음을 다잡고, 기다리고 있는 다른 손님에게도 양해를 구하고 다시 본인의 업무에 집중했다.
문득, '처음'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됐다. 설레고 기대되는 '처음', 반면 그만큼 걱정도 많았던 모든 '처음' 했던 일을 생각하면, 아슬아슬한 느낌이 생생해진다. 처음 혼자 캐나다로 떠나 기숙사의 텅 빈 방을 보고 느꼈던 한없이 막연했던 기분(며칠 전 일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여전히 생생하다), 설레지만 두렵기도 했던 첫 출근 날, 오래 관심이 있었던 새로운 분야를 시도하기로 결심하고 나섰던 첫날. 그 많은 '처음'을 겪었어도, 여전히 '처음'을 만나면 기대와 걱정의 공존 상태에서 방황한다. 앞으로도 숱하게 겪어도 '처음'은 늘 아슬아슬하겠지.
오늘의 커피는 평소보다 늦게 도착했지만, 특별한 하루의 커피로 시작해서 하루 종일 기분이 좋을 것 같다. 한결 밝아진 그의 표정을 보니 이 설렘이 오늘 하루 날 잘 지켜주겠구나 싶다. 이직에 성공해 첫 출근을 하는 친구에게 오늘 하루의 아슬아슬함을 잘 즐기고 오라고 파이팅과 함께 커피 쿠폰을 보내고 카페를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