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제 이름 뭐예요?"
"모르죠."
"왜 몰라요?"
"안 알려 줬으니까 모르죠."
"알려드렸어요!"
"언제? 안 가르쳐줬는데?"
"함채윤!"
"함태윤!"
"채"
"아, 채윤이!"
"또 까먹을 거죠?"
"그건 그때 가봐야 알죠?"
그때가 왔다. 할아버지는 과연 내 이름을 기억하셨을까? 할아버지의 자기 전 루틴은 밤 사이 낙상 방지를 위해 손목 억제대를 하는 것이다. 매일 하는 일이지만 어느 날은 조용하시고 어느 날은 왜 묶냐며 당황하시며 짜증을 내시곤 한다.
"묶기는 왜 자꾸 묶는 거야? 이거... 형사고발이야...!"
"할아버지 밤에 일어나려다가 넘어질뻔해서 위험할까 봐 밤에만 해놓는 거예요."
"밤에 내가 왜 일어나. 옛날에나 그랬지."
"아닌데, 최근에도 계속 그랬어요. 할아버지가 기억 못 하는 거예요."
"내가 기억을 왜 못해. 대학도 다 나오고 그랬는데."
"그럼 제 이름 뭐예요?"
"안 알려 줬는데 어떻게 알아요. 모르지."
"거 봐요. 까먹으셨으면서. 알려드렸어요!"
"거짓말! 안 알려줬다니까."
"나는 할아버지 건대 다닌 것도 알아요!"
"뭐야? 어떻게 알았어?"
"전에 할아버지가 알려주셨잖아요. 할아버지 이름도 알아요! 우리 통성명도 했어요."
"그러네, 이름까지 알고. 내가 기억을 못 하는 게 맞나 보네."
"할아버지는 왜 이렇게 재밌어요?"
"내가 재밌어요? 그럼 놀러 와 놀아줄게."
"완전 웃겨요."
"내가 왜 웃기지 허허"
안녕하세요. 시사람, 함채윤입니다. 9월 15일. 브런치에서 연재하고 있던 '살아만 있어도 고마운 사람들' 이야기를 책으로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책 제목은 '실버 간호사의 골든 메모리'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그동안 저의 글을 읽어주시고,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무한한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앞으로 브런치 북에는 각 에피소드의 요약본들이 자리를 대신해줄 것입니다.
원고를 작성하면서 추가된 이야기들도 많이 있으니 전체 글을 보고 싶으신 분들을 위해 링크 남겨두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