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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기반성 Nov 04. 2023

보고 싶은 것,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것

불평등을 대하는 자세

교육의 격차 다큐를 보고는 너무 많은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좋을까. 현장과 멀리 떨어져 있는 나도 이렇게 걱정이 되는데, 현실로 부딪히고 계신 많은 교육 관련 분들은 이렇게 흘러온 교육현장과 나아가 나라의 정책이 얼마나 우려스러우실까 싶다. 

해외에 나와 한국을 바라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실거주를 하고 있는 나라의 정책을 몸소 느끼며 좋은 것은 우리나라도 이런 건 좀 했으면 좋겠다, 낙후된 경험을 하면 우리나라가 그건 잘하지 국봉이 솟아오르기도 하는 것 같다. 

그런 중에 가장 우려되는 건 교육이다. 한국에 있을 땐 아이가 어려 초등학교 입학을 하지는 못했고 고학년 엄마들 이야기를 들었는데 들을 때마다 놀라웠다. 정말 그렇냐고 되묻고는 했다. 

내 돈 내고 학원을 보내는 것도 쉽지 않은 한국, 수학 과목만 해도 보내야 하는 항목이 기본 3개고, 얼굴 마주하고 밥 먹을 시간도 없는, 도대체 워킹맘들은 내 일도 벅찬데, 엑셀표로 학원테스트, 학원배차 시간표를 실시간으로 조정하며 살아야 하는가. 

정말 불과 1년 뒤의 현실이 그렇냐고 물으면, "나 오늘도 엑셀표 수정하고 전화를 4군데나 돌렸어."라는 한숨이 가득한 답변이 돌아온다.

정말 부정하고 싶었다. 그리고 원망스러웠다. 나도 내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고 사회의 일원이 될 아이를 낳고 힘들게 키우고 있는 동안 교육정책을 만드시는 분들은 이렇게 흘러가기까지 뭘 하고 계셨던 건가. 그분들 아이들은 다 해외 나가 공부시키고 자신들의 직업은 단지 돈 벌기 위한 수단인 건가. 사명감은 있으신가. 

우리나라 교육이 무너진다는 건 잘 모르는 내가 느끼기에도 두려웠다. 

그렇게 3년이 흘러,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부모들 갑질과 부당한 학교 일처리에 지쳐 벼랑 끝에서 옳지 않은 선택을 하실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마주했다. 

정말 걱정된다. 이 모든 것이 한순간 바뀌기 어렵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더욱 한국의 교육과 하루하루 자라고 있는 우리 아이들이 받아야 하는 지금 당장의 교육은 어쩌면 좋을지, 무너진 교육에서 일하는 부모들은 아이들을 위해 어떤 부분을 감당해 내야 하는지, 부모의 손길이 닿지 않은 아이들은 또 어떻게 보호가 될지, 사회는 점점 위협적이고 부당하고 불평등한 분노를 어찌 감당해 낼지, 거대한 불덩이가 놓여 있는 듯했다. 

현실에서는 돈을 벌고 가정을 꾸리고 오늘 저녁 식사를 위해 장을 보는 것부터 고된데 교육정책과 같은 큰 그림은 일임해 놓은 국가 공무원, 국회의원, 교육감, 여러 사회 안정장치를 담당하시는 분들이 더 힘을 내어 주셔야 할 것 같은데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싱가포르 교육도 사실 한국과 같은 주입식이다. 나라도 작고 인구도 적어 매달릴 수 있는 건 브레인들을 양성해 나라를 위기로부터 구하기 위해 입시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싱가포르는 반 민주주의 성향이 교육에도 영향을 미쳐 선생님의 권위가 아직 살아있다.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서 아이들은 하루 8시간 이상을 보내고 배운다.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소리를 지르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고, 선생님들의 사명감이나 인성 수준이 높은 분위기는 아니어도, 작은 사회 안에서 규율을 감독하는 중앙 컨트롤러 역할은 무너지지 않았다. 아직도 선생님 말씀은 따라야 하는 규율이고 학생들의 인식 속에 권위 있고 다소 무서운 존재로 자리 잡고 있으며 학교에서 하지 말아야하는 행동에 대해 인지하고 친구들 간에도 충분한 상호이해를 가지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관계정립이 무너진 것 같은 한국, 예전부터 학교에서는 자고 학원에서 배우는 학생들 이야기가 나올 때에도 학원 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에서의 시간은 허비하게 되는 것이 매우 안타까웠다. 그리고 그 많은 양의 공부를 방과 후 12시가 다될 때까지 학원에서 채워야 하는 현실이 싫었는데, 이제는 그 단계를 넘어 '붕괴'라는 단어가 떠오를 만큼 상태가 심각해 보인다. 


한국은 이 벌어진 GAP들을 채울 저력이 있는가? 있을까? 

이제 의문이 든다는 사실이 두렵다. 내가 20살 이후부터 대통령 선거에 투표를 하는 것, 정치와 당 대표를 지지한다는 것만으로 풀릴 수 있는 문제인지. 

너무나 사랑하는 내 조국의 앞날을 걱정할 나이라 그런 건가 원래도 예전 세대들도 빠르게 변하는 사회에 걱정이 지금 정도의 무게였을까. 

우리 사회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아프고 개선하기 힘들고 어려운 것은 외면하고 이기적인 사회로 변하고 있는 것일까? 무한 경쟁의 자본주의 국가들은 인간의 이기심과 돈의 대한 욕망을 제어하기 위해 얼마나 체계적인 장치들을 해둬야 조절이 되는 것일까. 


개인인 나조차도 나이를 먹으면서, 내 경험이 쌓이면서 내가 겪은 것이 맞고 수용하기 어려워지는데 국가의 잘못된 방향은 그리고 쌓이게 되는 경험들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지 우려된다. 

내가 우리 아이가 아니기 때문에 직접 할 수 없는 작은 사회의 학교 생활, 가정에서도 대체할 수 없는 학교생활, 어른들의 이권 다툼으로 발생한 결과를 오롯이 감당해내고 있는 지금 학교생활을 하는 학생들, 하루빨리 한국의 공교육이 제자리를 찾았으면 좋겠다. 정말 기본적인 공평한 교육의 기회부터, 혁신학교로 줄 세우기 위한 불필요한 경쟁에 초점을 두지 말고 정말 필요한 기본이라도 충실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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