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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기반성 Mar 14. 2024

일주일에 한 번, 온전한 단식

생애 최초 내 의지로 하게 된 단식

점점 나이를 먹어가는 것이 몸으로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몸은 왜 이렇게 무거운지, 더운 나라에서 옷이 얇으니 삐져나오는 살은 계속 눈에 보이고, 몸 써서 힘들게 운동하는 것은 계속 피하고 있는 게으른 몸뚱이입니다. 


제가 20대에 했던 착각은 난 40대가 되어서도 지금의 옷 사이즈를 고수할 것이라는 착각을 했었더랬죠. 왜냐면 저는 키가 늘 컸고 늘 비슷한 몸무게를 30년간 유지를 했었기 때문에 체질이라 생각했어요. 

그러나 아이를 둘 임신하면서 제 체질을 믿고 맘껏 먹었던 것이 3kg 아가가 내 배 밖으로 나왔지만 나머지 20kg는 제 살이 되어 몇 년간 빠지지가 않는 마녀의 저주에 빠져있답니다. 

또 하나의 착각은 제가 운동을 좋아한다고 스스로를 잘못 알고 있었다는 것이지요. 저는 유치원 때부터 늘 가장 뒷줄에 서 있는 키 큰 학생이었고 남들에 비해 성장속도도 빨랐어요. 그래서 힘으로 하거나 체력으로 하는 모든 활동에서 두각을 나타냈었죠. 성격도 활발한 편이라 운동회나 체력장을 좋아했고 성적도 늘 좋았기 때문에 충분히 오해할 만했다고 생각합니다. 

20대가 되어 30대까지도 주변에 등산을 싫어하는 친구가 더 많았고 수영이든 달리기든 늘 앞장서서 시범을 보이는 편에 속했어요. 하기 싫은 친구들을 이끌어 임무를 완수해 내는 게 제 일인 마냥 저는 운동과 가까운 사람이었답니다. 분명 그때는 오해가 아니었지만, 360일이 공기가 깨끗하고 더운 이 나라에 지내면서 저는 제가 얼마나 운동과 먼 사람인지 깨닫게 됩니다. 

밖에 온도가 추워서, 미세먼지가 많아서, 비가 와서, 눈이 와서 그 어떤 핑계도 통하지 않는 이 나라에서 나는 그냥 체력의 한계를 매일 넘으며 힘든 운동은 싫어한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적당히 내 체력이 되는 범위 안에서 바쁜 와중에 틈틈이 10분도 안 되는 깔짝대는 움직임을 오늘 운동했다의 자기만족으로 좋아했더라고요. 


반면, 저희 남편은 술을 좋아하는 만큼 20대, 30대 몸무게가 100kg을 찍었다 다시 70kg를 찍었다 왔다 갔다 다이어트를 몇 번이고 성공해 본 경험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마음먹으면 다이어트 모드로 쏙 들어갑니다. 2일간 단식을 하기도 하고 하루에 운동을 3번씩 하기도 해요. 처음에는 저렇게 몸무게 변화가 심한 것보다 그냥 꾸준히 1,2kg 찌는 내가 더 건강할 것이라 생각했어요. 살아생전 끼니를 먹지 않고 다이어트를 돌입해 본 적이 없는 저는 마냥 남의 일이었답니다. 

그러나 60kg를 너머 바늘이 멈출 생각을 안 하기 시작하면서, 허벅지의 살들이 붙는 게 느껴지면서 일단 몸의 무게를 좀 줄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은 단식을 하면 몸이 리셋이 되면서 좋다는 이야기에 혹해서 이번주 월요일 단식을 감행했지요. 

그랬더니 세상 심심한 것입니다. 일하는 중간중간, 재택 하며 중간중간 수시로 냉장고를 들락날락하며 꺼내먹던 건강한 간식들과 오늘은 뭘 먹지 하는 건강한 식단을 고민할 시간이 줄어드니 너무너무 공허하더라고요. 

세상에 이걸 매주 한다고? 먹기 위한 과정이 장을 보는 것부터 설거지를 하는 것까지 정말 어마무시하다는 걸 싱가포르에 와서 알게 되었는데, 먹는 과정에 있어 또다시 우리는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쏟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의식주의 존재를 정말 뼈저리게 느끼게 되는 싱생활인 것 같아요. 

맨날 여름옷만 입으며 사계절 옷들을 옷장에 꾸겨놓고 또 쇼핑하는 예전의 제 모습이 낯설어졌고 주야장천 사던 색깔별 레깅스는 10분 깔짝 운동을 위해 도대체 몇 벌을 산 것인지, 주거는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 했을 금액을 월세로 내고 살아가는 외국인의 삶을 살면서 뼈저리게 느끼게 되죠. 왜 우리는 집 놔두고 생돈을 써가며 이곳에서 살고 있는가에 대해 답을 찾아야 하고요. 식은 정말 논밭산 없이 죄다 수입하는 싱가포르에서 싱싱한 재료는 구하기 어렵고 배값을 지불한 어마무시한 금액을 내고 입으로 삼키면 그만인 것에 돈을 더 쓸 수는 없어 적당히 타협해야만 하는 이곳에서 식에 대한 욕심은 자연스럽게 내려놓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을 위해 우리가 쓰는 에너지는 어마무시하고 식의 비중이 확 줄어들면 얼마나 무료해지는지 깨닫는 것이 단식으로 인해 얻게 된 몸무게 변경보다 더 큰 깨달음이 됐다. 

계속 단식을 할지는 모르겠다. 단식으로 인해 몸의 변화는 캐치하지 못하는 무딤을 장착한 나라서. 몸에 즉각적인 변화가 느껴지지 않으며 동하지 않는 이 놈의 게으름을 깨지 못했기 때문에. 


단식하면 정말 몸이 초기화되면서 신진대사에 도움이 될까요? 

달라진 신진대사로 저는 좀 더 건강해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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