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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현 Nov 10. 2019

아이 앞에서 핸드폰 안 하기, 나는  망했다.

비굴한 변명이지만, 생리기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출산 후 더욱 강력해진 나의 미스 여성호르몬이 정신을 지배했다. 축축 처지며 귀찮아 피곤해의 늪에 빠져들었다. 누워있으니 핸드폰에 손이 갔다.


발레 카페에서 중고 레오타드를 만원에 구매했다. 수입 브랜드라 7만 원 이상의 정가지만, 슬프지만 고맙게도 나의 77 사이즈가 발레계에선 흔한 일이 아니라 팔리지 않고 있었다. 꽤나 잘 어울린다. 정가였어도 샀을 만한 발레복이었다. 성공적인 중고 구매까진 좋았으나, 짜릿한 득템의 추억은 중독을 남겼다. 좋은 중고 발레복을 놓치지 않으려고 먹이를 찾는 배고픈 하이에나가 되어 수시로 카페를 들락거리기 시작했다. 중고 장난감과 책을 찾으며 맘 카페, 옷을 찾아 구매 대행 카페를 주야장천 새로 고침 하던 예전의 나로 정확히 돌아왔다.


옷 쇼핑을 당분간 끊기는 지키고 있었으나 발레복은 예외였다. 기존에 가지고 있는 것이 많이 없기에 계절의 변화로 추가 구매할 것이 생겼다. 다리가 시리고 팔이 추웠다. 워머를 구경하기 시작했다. 역시나 구경할수록 더 많이 알게 된다. 다리 워머 1개를 구매하려고 했지만 긴팔 레오타드, 매쉬 워머, 고리형 워머, 땀복, 슈러그까지 구매 리스트에 올렸다.


((레오타드는 가지고 있는 게 많이 없으니 계절이 바뀔 때마다 사기로 스스로랑 다짐했다. 다른 옷들은 사지 않고 오직 레오타드만 사기로 했다.

그런데 또 분명 인터넷으로 사면 나는 며칠을 핸드폰을 들고 뒤적거릴 것이 뻔했으므로 반드시 오프라인 샵에 가서 시착 후 사기로 마음을 먹었다. 하루 날 잡아 서울 나들이하기로. 그게 내 소중한 시간과 반품비용까지 절약하는 길이다. ))


불과 몇 달 전에 내가 썼던 글이다. 워머는 레오타드 위에 입는 카디건 같은 느낌이라 사이즈의 제약이 크게 없으므로 잠시만 시간을 내어 핸드폰으로 서둘러 구매하려고 했다. 계획과 다르게, 나는 며칠 내내 핸드폰으로 수십 시간을 구경 중이다.



첫째가 열이 나서 유치원등원하지 못했다. 소아과 예약을 하려고 했다. 핸드폰이 나에게 끼치는 악영향 중 1위는 샛길로 빠지기다. 이미 생리 전 증후군으로 정신이 반쯤 나가 있던 나는 소아과 예약 후, 홀린 듯 중고 발레복을 보고, 발레 복 쇼핑몰까지 이리저리 구경한다. 네이버 연예 기사도 마구 클릭한다.


내 몸이 쳐지니 칭얼대는 아이는 두배로 귀찮다. 아이가 옆에 있으니 하루가 너무 길다. 세끼 다 먹이려니 돌아서면 설거지다.


 떨어져 초콜릿을 찾듯 즉각적인 재미가 당겼다. 잠시 엄마 노릇을 한 뒤에는 대부분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아이 앞에서라도 핸드폰 안 할 꺼라며!!

인터넷 쇼핑은 내 시간을 버리는 거라며!!!

너 다짐했잖아! 애들 앞에서만 핸드폰 안 하면 되는데 도대체 왜 못 지켜!!!라고 내 안의 내가 비웃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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