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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운설 Dec 16. 2022

용가리를 위한 변명 - 절반의 희망

인터넷에서 잃어버린 글을 찾은 반가움(2)

와싸다에서 오래된 글을 찾은 기쁨에 디피에서도 찾아봤습니다. 게시판에서는 조회가 안되나 내가 작성한 글 목록에는 살아 있더군요. 감사한 마음으로 퍼왔습니다.



용가리를 위한 변명 – 절반의 희망 : 2007.08.08


안녕하세요. DP 회원님들...
 
 제가 DP 회원이 된 지가 벌써 6년이 다 되어 갑니다. 2001년 말 5.1 채널 시스템과 리시버, DVDP를 구입하면서 DP 회원에 가입한 때가 엊그제 같은데 참 세월 빠릅니다. DP 내 여러 게시판 중에서 'DVD 포럼, 감상기, 하드웨어 포럼'을 많이 들러봤고 이곳 영화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덜 이용하였지만 제 기억으로 '디 워'처럼 논쟁이 많은 영화는 처음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문화 콘텐츠의 하나로써 영화와 DVD에 대해 높은 식견을 바탕으로 수준 높은 글을 쓰시는 분들에 비할 바가 못되어 '디 워'에 대한 개인적 생각을 적는 것이 부담스럽습니다. 그렇지만 때로는 생산적인 격론을, 때로는 무의미한 자기주장의 일방적 반복과 그로 인한 불미스러운 언쟁을 보면서 소위 '심빠'도 아니고 "심까'도 아닌 중간자의 시선에서 '디 워'를 감상한 몇 가지 이슈를 적어 보고 싶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혹시 여러 회원님들의 생각과 다르더라도 양해해주시면서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구나'라고 너그럽게 봐주셨으면 합니다.
 
 1. 프롤로그
 제 직업은 주식시장과 연관이 있습니다. 그래서 영화산업과 관련된 세미나를 하고 'CJ CGV', '미디어 플렉스' 같은 영화 배급회사와 투자회사를 직접 방문하여 담당자와의 면담을 통해서 영화산업에 대한 관련된 단편적인 지식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습니다.
 
 이미 영화가 개봉되어 DP 회원님들께서 '디 워'의 줄거리와 논쟁이 되는 장, 단점을 익히 아시리라 추측됩니다. 제가 '디 워'의 메인 줄거리를 접한 시기가 금년 초봄으로 기억합니다. 엔터테인먼트를 분석하는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함께 회사를 탐방 다녀오면서 차 안에서 '디 워'의 줄거리를 알게 되었어요. 당시 그 애널리스트는 비 공식적으로 영구아트 내 지인을 통해서 최종 편집본이었는지 모르겠으나 '디 워'를 감상할 기회가 있었다고 해요.
 
 애널리스트로부터 영화 줄거리를 처음 들었을 때는 실소를 금치 못했습니다. 당시 공개된 트레일러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많은 분들이 찬사를 보내는 CG를 제대로 못 본 상태였기 때문에 내심 'CG가 용가리 수준이라면 줄거리가 이래서야 영화가 성공할까?', '제작비가 엄청난 데 이번에도 심 감독이 성공하지 못하면 다음에는 대작을 론칭하기 매우 힘들겠구나' 하는 안타까움도 있었습니다.
 
 애널리스트가 전해준 줄거리의 요지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전설의 고향에서 출발하여 매트릭스도 엿보이고 터미네이터 2를 연상시켰으며 반지의 제왕이 나왔다가 킹콩이 출현했고 MMORPG 오프닝 화면으로 마무리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멘트를 한 후에 지금 디워의 메인 줄거리를 소개해 줬습니다.
 
 영화를 직접 보지 못한 상황에서 줄거리를 말로만 전달받으니 몇 백억 투자한 영화가 심 감독의 기존 영화의 타깃인 아동영화의 한계를 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요. 사실 그래서 미디어 플렉스에 대한 기대도 접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배급사업을 겸하는 미디어 플렉스가 투자를 했으니 개봉관 잡는 것은 문제가 아닐 것이나 관객이 얼마나 들 까 하는 이유에서이죠..
 
 그로부터 대략 4~5개월이 흘러 영화는 개봉되었고 이제 어쩌면 한국 영화 역사상 가장 큰 논쟁의 주인공으로 부상하였습니다. 지금 DP에서 벌어지는 논쟁을 보니 문득 그때 전설의 고향 찍고 MMORPG로 마무리한다는 코멘트와 그 걸 들으면서 크게 웃었던 기억이 새삼스럽습니다.
 
 2. '영화'를 보는 시각 - 문화적 측면이 중요한가? 아니면 콘텐츠 산업이 강조되어야 하는가?
 
 처음부터 어려운 이슈를 제기하는 것 같습니다. 세상을 이분법으로 살 수 없듯이 영화가 only 문화적 장르로서 평가받아야 하는가 아니면 콘텐츠 산업의 속성이 강조되어야 하는가는 매우 어려운 문제이기도 하고 어쩌면 의미가 없는 명제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는 영화를 문화와 콘텐츠 산업의 속성을 굳이 명확하게 구분 지을 필요가 없다는 쪽입니다. 영화 지식이 짧기에 이렇게 결론짓는 것이 적절한가라고 자문하면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러나 영화를 '예술영화'와 '상업영화'라고 구분 짓는 것은 영화사적 가치, 대중과 전문가의 평가, 흥행성 등을 고려하여 판단할 영역이지만 영화의 속성이 문화이냐 아니면 콘텐츠 산업이냐 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어느 한 편만이 절대적이지 않는, 즉 양자를 공히 아울러야 할 이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국내외적으로 시대적 명작이라고 하는 영화가 많습니다. 이 중에는 예술영화로 지칭되는 영화가 있겠고 독립영화로 지칭되는 영화와 나름대로 작품성과 흥행성을 두루 갖춘 영화도 있을 것입니다. 마니아나 일부 평론가에 호평받는 영화는 영화 교과서에 인용될 명작이겠지만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갖춘 영화는 시대를 대표하는 걸작의 반열로 올려도 되지 않을까 합니다.
 
 '디 워'에 대해 '영화도 아니다'라고 비평하는 분들은 아마 영화적 가치를 예술성, 영화적 프레임-교과서적인 연출, 연기, 혹은 시대를 앞선 파격적인 구성-이라는 엄격한 틀에서 평가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조심스럽게 제 견해를 밝히자면 대다수의 관람객들이 영화 예술사나 교과서에 나오는 틀로 분석을 하지 않는다고 전제할 경우 전술한 영화적 가치도 중요하겠으나 대중의 평가와 영화산업으로서의 콘텐츠적 가치도 중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상기 논점의 연장선상에서 보면 누군가는 '디 워'는 영화도 아니라고 하지만 ‘디 워’가 굳이 영화가 아닐 이유가 없다는 것이 제 의견입니다. '디 워'는 흔히 분류하는 상업 영화이겠고 논란의 여지가 많아도 어쨌든 영화라는 형식으로 콘텐츠를 갖춘 엄연한 영화다라는 것입니다.
 
 3. '디 워'가 주는 이슈 - 한국 영화의 지향점.
 
 논쟁 거리 중 하나는 디 워의 제작비가 300억 원, 마케팅 비용 포함 시 700억 원짜리 영화인데 이 정도밖에 만들지 못했냐는 질책입니다. 디 워의 성공 기준이 과연 박스 스코어 몇 명일지 모르겠으나 만일 국내 최다 관람 수준인 1,400만 명을 든다고 해도 산업으로서 디 워의 임팩트를 꼼꼼히 따져 봐야 합니다.
 
 많은 분들이 한국 영화의 위기라고 말합니다. 반대로 최근 몇 년간 한국영화가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산업으로서의 한국 영화산업은 평단의 호평과는 달리 매우 큰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다음의 몇 가지 수치가 이를 대변합니다.
 
 1) 최근 2~3년간 영화 관람객 수 : 04년 1.4억 명/05년 1.5억 명/06년 1.6억 명/07년 1.7억 명(예상)
 대략 우리나라 전체 인구가 연간 3회~3.4회를 관람한다는 통계입니다. 만일 평균 연령 70세로 가정하고 연령 10년 차당 인구수를 대략 650만 명, 10세 이하와 60세 이상을 제외한 11~59세까지 인구로 국한하여 2,500만 명 정도를 영화시장이 타깃 할 인구로 추정한다면 이 기준으로는 관람 가능 인구가 연간 6.2~6.5회를 관람하는 셈입니다.


 2) 영화산업 규모 : 국내 박스 스코어 규모는 대략 9천억 원 ~ 1조 원 시장
 
 

3) 한국영화 점유율 : 최근 4년간 53% ~ 59% --> 금년은 방화의 고전으로 점유율 하락
 점유율 기준 방화 시장 규모는  4500억 ~6천억 규모
 
 

4) 방화 평균 제작비 30~40억 원, 손익분기점(BEP) 관람객은 150만 명~170만 명
 통상 영화관람료는 방화 기준 상영관 50%, 투자, 제작사 42%, 배급사(수수료) 8%로 구성, 따라서 4,500억~6천억 방화 시장 기준으로 보면 투자, 제작사의 매출액은 1,900억~2,500억 수준
 
 

5) 06년 방화 제작편수 : 100편 상회
 국내 영화가 빠르게 산업화되면 지난 2~3년간 투자규모가 급증하여 작품성, 흥행성을 갖춘 영화 콘텐츠 부족으로 소위 '졸작' 양산이 되어 금년 콘텐츠 부재를 크게 우려했던 상황
 --> 이것이야말로 한국영화 위기의 실체입니다. 산업화된 규모에 비해 콘텐츠, 소재의 부족

영화업에 종사하는 감독, 시나리오 작가, 배우, 제작사 모두가 뼈저리게 반성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펀딩에 급급하고 제대로 된 콘텐츠를 만들지 못했다는 점은 산업적인 관점에서 보면 어떤 점에서도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6) 결론적으로 한국 영화는 최근 3천~4천억 원(편당 제작비 30~40억 원 * 100편 가정)을 투자하여 제작사가 1,900억 원 ~ 2,500억 원을 벌어들이는 밑지는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국내 영화업계 종사자들은 한국 영화의 위기 이유를 미국의 스크린 쿼터제로 탓하는 경향이 많지만 정작 문제의 원인은 영화 제작 비용 증가, 완성감 있고 참신한 소재 발굴보다는 찍기에 바쁜 졸작 양산에 있다고 판단합니다.
 
 그렇다면 디 워의 제작비 300억을 어떻게 봐야 할지가 한국영화의 지향점 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흔히 '디 워'의 CG를 가격 대비 성능 측면에서 공감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 정도면 할리우드 수준에 부끄럽지 않은 CG이다', '한국 영화도 블록버스터를 만들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어찌 보면 심 감독의 '디 워'는 그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준 역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영화산업으로 바라보면 애매한 점이 더 많습니다.
 우선 제작비를 국내 관람으로만 충당하기 위해서는 600억 원을 벌어야 합니다.(극장과 제작사가 5:5로 이익 배분하기 때문). 인당 평균 관람료를 6,100원(06년 수준)으로 가정하면 1천만 명이 들어야 합니다. 지금의 페이스라면 1천만 명이 가능할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만일 마케팅 비용을 더한 700억이 실제 투자금액이라고 가정하면 국내 시장은 턱없이 너무 적습니다. 1,400억 원을 벌기 위해서는 2,200만 명이 관람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1억 명 이상의 인구에서 최다 관람객이 센과 치히로 2,500만 명 정도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우리나라 기준으로는 영화 관람 가능 인구 2,500만 명의 90%가 봐야 하는 수치입니다.
 
 만일 '디 워'보다 더 큰 대작을 기대한다면 이것은 한국 영화시장 규모를 무시한 자살 골이나 다름없습니다. 아마도 이런 셈법은 영화산업에 대한 지식이 짧은 저보다 전문가들이 더 잘 알 것입니다. 그런데 평단의 비평만이 난무하지 산업으로서의 디 워에 대한 평가를 찾아보기 매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한국 영화는 무엇을 지향해야 할까요?
 
  1) 저 예산으로 국내 영화시장만을 타깃으로 승부한다 : 요즘 편당 30억 원~40억 원은 기본입니다. 100억 정도 투자비용 감안하면 이런 류의 영화는 기존 한국 영화의 소재에서 벗어나지 않아도 됩니다. 요즘 영화비평 때문에 DP회원들에게 비난받고 있는 조폭, 로맨틱 코미디, 스릴러 등 최근 2~3년간 다양해졌던 소재, 그러나 이제는 참신하지 못한 소재를 가지고 승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몇몇 성공작을 빼놓고는 점차 식상함으로 인해 손실을 볼 가능성이 커지는 형국이 아닐까 합니다.
 
  2) 한국 시장 이외의 진출을 도모한다 : 좀 더 제작 코스트를 높여도 국제 시장에서 흥행 수익을 노릴 수 있으면 한국 영화의 제작비 증가 --> 국내외 흥행 --> 투자수익 확보의 수익모델은 유효할 것입니다. 여기에 심 감독의 의지가 있지 않았나 합니다. 300억 원, 700억 원을 투자하고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한국시장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러나 현재 한국 영화 수준을 감안하면 한국적인 것을 대변해서는 100전 100패다. 한국적이지만 세계적인 주제를 가지고 승부한다. 이것이 소위 심 감독류의 SF 영화가 아닌가 합니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다음의 두 가지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1) CG 기술 국산화 : 블록버스터도 급이 있습니다. 시장과 투자규모의 차이 때문입니다. 영화 제작비용을 기준으로 미국 영화를 물량적으로 능가하는 나라는 전무합니다. 미국의 편당 제작비용은 1억$, 영국이 13백만$, 일본은 우리와 비슷한 5백만$, 유럽의 주요 국가는 대략 6백만$ 수준입니다. 그러나 미국을 제외하고 자국영화가 미국 영화 대비 점유율이 높은 나라는 한국이 거의 유일합니다.

한편 비록 소득 수준이 선진국보다 낮아도 한국 영화시장은 무시할 수준이 아닙니다. 극장 기준으로 미국의 극장 매출은 대략 9조 원, 일본 1.8조 원, 유럽 선진국 7천억~1.3조 원 수준입니다. 이런 나라들에서 미국 영화 점유율은 대략 60~70% 수준입니다. 한국은 1조 시장에 40%가 외화시장입니다. 막대한 시장을 석권하기 때문에 미국은 편당 1억 불을 투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세계 시장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에 몇 백억 원 투자가 매우 부담스럽습니다. 따라서 제작비용을 줄여야 하는데 특수 촬영과 CG를 기반으로 SF작품으로 승부내기 위해서는 CG, 특촬 기술이 내재화되어야 합니다. 심 감독 영화가 연출, 스토리, 연기가 부족하다는 사실은 영화의 내적 문제라고 한다면 CG, 특촬은 산업이 극복해야 하는 필연의 도구입니다.
          
 '외주를 줘도 된다'는 논리는 비용 증가로 인한 제작 부담 가중이라는 점에서 사실 허구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디 워'의 CG 성과는 최소한 한국 영화사에서 한 획을 긋는 의미 있는 것이라고 평가해야 하지 않나 합니다.
          
 디 워에 비판적인 분들은 이무기가 쫓아오고 공룡이 대포를 쏘며 쳐들어 오는 긴박한 도심의 공포스러운 상황에서 도망가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현실감 있는 연출을 못했다고 비난합니다. 그러나 예산만 많다면야 지금의 기술 수준으로 떼거지 엑스트라를 써가며 왜 못 찍었겠습니까? 결국 비용 문제 아닐까요? 이런 부분을 경시한 채 연출력이 어떠니, 스토리 전개가 어떠니 하는 것은 마치 '동굴 안에서 동굴밖에 보이는 제한된 풍경만을 보면서 이건 아니야 하고 외치는 철학자'와 다를 바가 다를 바 없습니다.


 용가리 역시 CG와 특촬에 의존한 영화였습니다. 당시로서는 거액인 100억 원 이상을 들였다고 합니다. 결과는 국내 관람객도, 해외 배급사도 모두 외면했습니다. 그러나 '디 워'는 배급사인 미디어 플랙스와 심 감독의 액면을 믿는다면 초기 개봉 미국 영화관수가 기념비적이지 않나 합니다. 혹자들은 미디어 플렉스 같은 한국 배급사로부터 투자받았으니까 미국 영화관을 잡았지 않겠냐고 말씀하시지만 이는 미국 배급사의 현실을 무시한 감상적인 추측에 불과합니다. 오히려 객관적인 판단은 상업영화로서의 가치를 이미 미국 배급사들이 나름 인정한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미국 시장의 흥패는 결국 미국인 관점에서 영화적 완성도와 주제가 먹히냐의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미국 영화들도 수억 $를 투자한 상당수 작품들이 자국에서 실패합니다. 영화 소재, 줄거리, 연출, 연기 등이 복합적으로 평가받기 때문일 겁니다. 결과를 아직 알 수 없지만 미국 영화관을 다량 확보한다는 홍보가 사실이라면 배급사 입장에서는 승부할 만한 영화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영화를 스크린에 올릴 계획이라고 해석하는 게 합리적이라 보입니다.
 
 

2) 타깃층의 선정 : 영화 소비자의 타깃 계층
 국내 시장도 마찬가지겠으나 해외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타겟층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성인을 주 대상으로 할 것이냐, 아동 혹은 (아동 동반 가족 연령층)을 대상으로 할 것이냐입니다. 만일 전자라면 영화적 완성도가 더욱 중요한 이슈가 될 것입니다. 참신한 소재, CG 기술 등 영화를 구성하는 한 가지 아이템만으로 영화를 성공시키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반면 후자라면 특정한 아이템만으로 성공할 가능성은 보다 높을 것입니다.
 
 

해외 메이저 영화 제작사들이 개봉을 앞두고 미국 내 혹은 국가별 관람등급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관람등급에 따라서 영화 시장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저는 심 감독 영화를 이전에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따라서 영화감독으로서 그의 초기 작품들을 평가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알려진 바에 의해 평가하자면 심 감독 영화의 표적시장은 아동을 동반한 가족 연령층이 1차 타깃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초기 작품부터 용가리까지의 모든 영화가 아동을 주 타깃으로 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아동용 영화라고 하여 연출을 이딴 식으로 해서 되겠느냐고 반문할 것입니다. 맞는 말입니다. 아동용 영화라고 관람료가 더 싼 것도 아닌데 막 찍은 영화를 들이밀면 안 되죠. 그러나 유연하게 생각한다면 심 감독이 스스로의 한계, 즉 영화학도로서 출발한 감독이 아닌 한계를 명확히 선을 그어 자신의 부족한 점보다는 장점을 승화시켜줄 타겟층을 찾은 것으로 보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마치 슬램덩크의 변덕구가 채치수와의 결선 승부에서 개인기는 모자라지만  팀플레이어로서 채치수에 못지않다고 보고 4 반칙 후 자신을 희생하는 걸로 승부한다는...)
 
 심 감독을 정말 바보라고 보는 분은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가 자신의 한계를 왜 모르겠습니까? 자신의 한계를 보완하는 것보다 장점을 극복하는 방식으로 만든 작품이 용가리, 디 워였지만 용가리는 기술적 부분에서도 실패한 반면, 디 워는 후자는 성공을 많이 거두었다고 평가하면 근거 없이 너무 후한 평가일까요?


 ‘세계시장에서의 흥행 여부를 떠나 방학기간에 아동을 동반할 가족영화 시장을 타깃으로 이 수준에 맞는 스토리를 기준으로 CG적 성과를 강조한다’ 감히 이 것이 디 워를 바라보는 심 감독의 의중이 아니었나 추측합니다.(만일 디 워가 미국 시장에서 실패하더라도 그가 재기할 수 있다면 차기 작품은 연출력을 보완하기 위한 조치를 반드시 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심 감독과 디 워를 비난하시는 분들은 관람객 초기 며칠간 300만 명 든 성과도, 영화를 본 대부분의 아동들의 재미있고 놀랍다는 평가를 모두 경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신의 잣대로 연출과 스토리와 연기를 평가합니다. 그러나 300만 명 돌파의 원동력은 애국심 마케팅보다는 아동 동반 가족영화라는 점과 그것이 유리했던 불리했든 간에 디 워에 대한 논란과 기대, 그리고 CG라는 영화적 요소의 성공이라 정리하고 싶습니다.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심 감독의 연출력 부족만을 가지고 이 영화를 평가하기에는 한국 영화산업의 현실과 지향점을 감안할 때 다소 인색한 평가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국내 시장 지향적, 그로 인해 결과론적으로 다람쥐 쳇바퀴도는 소재와 형식에 매달리는 무사안일주의가 팽배한 영화계 현실에 문제의 경종을 울리는, 그래서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는 영화사적 가치를 인정했으면 합니다.
 
 3. 에필로그
  
 저는 용가리를 보지 않았습니다. 용가리를 준비한다고 할 때 많은 기대를 한 것이 사실이지만 예고편을 보면서 이건 아니다고 생각했습니다. 디 워를 준비하고 애널리스트로부터 들었을 때도 이건 아니다고 봤습니다.
 
 그러나 영화를 관람하면서 문제가 되는 스토리도 승산 있는 수준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초기 편집본보다 짧아진 상영시간의 한계와 영화적 지식이 부족한 데서 비롯된 연출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재미있고 의미 있게 관람했습니다. 맹목적 비난과 돌을 던지기는 쉽지만 심 감독에게 생산적인 비판을 하는 분들이 의외로 적다는 점이 놀랐습니다.
 
 가족 영화로서, 그리고 다른 연령대를 대상으로서도 스토리 자체는 신선했다고 평가합니다. 나머지 부족분은 차기 작품에 기대하면서 비판을 하는 풍토가 아쉽습니다.
 
 애국심 마케팅도 논란거리지만 인구의 7%가 관람한 현재 애국심만으로 영화를 본다고 보는 것은 너무 일방적인 시각이지 않을까 합니다. 의도되었던 의도되지 않았던 애국심 마케팅이라는 것은 영화를 산업의 마케팅 차원으로 보면 그럴 수 있는 부분이라고 여겨지지만 디 워를 관람한 모든 관객이 단지 애국심 때문에 관람했다고 결론짓을 근거가 충분치 않습니다. 최소한 제 경우 저는 영화 소비자일 뿐 애국심으로 영화를 보진 않습니다.
 
 제 나이답지 않게 만화, 컴퓨터/콘솔 게임, 영화, DVD를 좋아합니다. 1년에 평균 20 편을 극장이나 홈시어터로 즐깁니다. 이중 상당수는 한국 영화이기도 합니다. 애국심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신선한 소재에 이끌리기도 하고 타임 킬링용으로 소비합니다. 그렇다고 방화만 고집하지 않고 이란 영화에도 이끌리지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도 좋아하고 로맨틱 코미디에도 관심이 있습니다.
 
 글을 쓰면서 내내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라는 영화가 떠오릅니다. 평론가 사이에서는 영화적 가치가 있는 문제작이라고 받아들여질지언정 저는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했고 영화가 주는 시사점이 무엇인지를 알 수 없었습니다. 산업화된 시대에 하나의 도구로 소외받는 인간의 탈출기가 아닐까 생각하지만 그것을 담아내는 형식과 연출이 전문가들이 보는 것처럼 과연 훌륭했는지에서는 여전히 의구심을 갖고 있습니다.
 
 반면 '디 워'는 한국 혹은 동양의 로망, 고전인 이무기와 용의 전설, 선과 악의 대결, 사필귀정이라는 단순한 스토리임에도 의외로 신선했고 좋았다고 평가합니다.
 
 글을 쓰면서 저는 용가리를 위한 변명을 많이 했지만 이 조잡한 영화에서 한국 영화산업의 절반의 희망을 봤습니다. 나머지 부족한 부분은 심 감독이 채우거나 힘을 빌어야 할 부분이고 이 부분의 개선을 간절히 원합니다.
 
 "날지 않는 돼지는 평범함 돼지일 뿐이다"
 "행복은 희생 없이 얻을 수 없고, 시대는 불행 없이 넘을 수 없는가"
 
 부족했지만 평범함을 거부했던 심 감독에게 격려를 보내고 시대와 행복을 위해서 일방적인 응원도, 일방적인 비판도 자제하는 네티즌의 현명함을 기원하면서 부족한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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