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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현서 Apr 15. 2024

스페인 3개월 살이(17)

- 빠에야(Paella) -


 어제 세고비아 여행 탓이었는지 다소 늦게 일어났다. 여기에 토요일이라고 늑장을 부리다 보니 점심때가 다되어서야 숙소에서 나왔다. 특별하게 할 일이 없었으므로 무작정 거리산책을 하다가 점식을 먹기로 했다. 물론 점심에 무엇을 먹을 것인가에 대해서 결정하지 않았다.


 문득 ‘오늘 점심은 빠에야 어때?’ 하고 아내에게 물었더니 좋다고 한다. 아내는 숙소에 입주한 다음 날 한 번 가서 빠에야를 먹은 본 그란 비아의 그 식당도 그런대로 괜찮았다고 말한다. 나는 조금 더 나은 식당을 찾고 싶었다. 


 그란 비아 거리에서 가까운 빠에야 전문점을 구글 맵에 문의하니 몇 개 알려준다. 대부분 골목길에 소재하고 있는 것 같다. 이중 가까운 거리에 있으면서 호감이 가는 식당을 골라 가 보았더니 개장을 하지 않았다. 30분 정도 시간이 남아서 주변의 골목길을 걸으며 구경을 하기로 한다. 그런데 내 눈에 그럴듯한 빠에야 전문식당이 들어온다. 간판이나 입구 분위기가 스페인 분위기가 물씬 나는 빠에야 전문점이다. 



 당초 가려고 했던 식당을 포기하고 여기에서 먹기로 결정하고 입장했다. 스페인 식 식당 분위기가 물씬 난다. 우리가 첫 손님이다. 오래된 식당 같아서 물어보았더니 1973년에 개업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47년 된 식당이다. 메뉴판을 보니 정말 빠에야 단일 품목만 요리하고 있다. 다만 전식이나 후식은 다양하게 있지만 본식은 빠에야 하나이다. 물론 빠에야도 넣는 식재료에 따라 다양한 명칭이 있지만 기본이 빠에야이다.



 전식으로 오징어 튀김 그리도 본식은 해산물 빠에야를 주문했다. 아내는 백포도주를 마셔야 한다고 해서 반 병짜리를 주문했다. 전식으로 나온 오징어 튀김은 정말 싱싱하고 맛있다. 아내는 포도주를 곁들여 아주 만족하며 먹는다. 빵도 따듯하게 해서 가져왔는데 겉은 바삭하면서 속은 부드러워 올리브유에 찍어 먹거나 버터를 발라 먹기에 좋았고 맛이 있었다.



 빠에야는 스페인 전통음식으로 알려져서 많은 관광객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 그 시작은 발렌시아(Valencia) 지역이다. 원래는 농민들이 먹었던 서민 음식이었던 것 같다. 빠에야의 원래 명칭은 ‘프라이팬으로 조리한 쌀밥(Arroces a la Paella)’이다. 여기에서 ‘아르로세스(Arroces)’는 ‘쌀(arroz)’의 복수형이고 ‘알 라(a la)’는 ‘to’ 그리고 ‘빠에야(Paella)’는 프라이팬을 뜻한다. 그러던 것이 아르로스는 사라지고 단순하게 빠에야로 불리고 있다. 빠에야의 라틴어 어원은 파텔라(Patella)이다.


 빠에야에 들어가는 식재료는 쌀. 올리브유, 샤프란 물, 소금, 녹두 콩, 토마토, 파프리카, 마늘 등 곡류 및 채소류,  닭고기, 토끼고기, 달팽이 등 산지에서 얻을 수 있는 고기류, 그리고 작은 새우, 큰 새우, 오징어, 가재 등 해산물이다. 


 그리고 빠에야 명칭도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다르다. 크게 나눠보면 ‘채소류+산지에서 얻을 수 있는 고기류’를 주 식재료로 사용하는 ‘발렌시아 빠에야(Paella Valenciana)’, ‘채소류+해산물류’를 주 식재료로 사용하는 해산물 빠에야(Paella Marisco), 그리고 채소류에 고기류와 해산물을 함께 사용하는 ‘섞어 빠에야(Paella Mixta)’가 있다. 참고로 ‘가재 빠에야(Paella Bogavante)’란 것도 있는데 이 요리는 넓은 프라이팬 대신 냄비를 사용해 조리한다. 국물이 있다. 이 빠에야는 앞서 소개한 빠에야 보다 가격이 비싸다. 


 드디어 빠에야가 나왔다. 프라이팬에 잘 요리된 빠에야가 아주 보기 좋고 먹음직스럽다. 접시에 옮겨놓아도 보기가 좋다. 쌀을 먹어보니 촉촉하면서도 꼬들꼬들하고 뜸이 들지 않은 밥의 식감과 함께 해산물 향과 맛이 어우러져 ‘아~ 바로 이 맛!!’이라는 감탄이 나온다. 식당 세프가 일관되게 내 표정을 보았는지 엄지 척을 한다.  아내는 백포도주에 내 접시에 있는 새우까지 모두 흡입했다. 그란 비아 거리의 어느 골목길에서 우연하게 찾아진 빠에야 맛 집이다. 조금 있으니 식당에 사람이 들어차고 있다.



 아내는 후식으로 식당표 프란(Fran Casera)을 시켰다. 자기 식당에서 만든 프란 맛을 봐야 식당 수준을 안다면서.... 그리고 대단하게 만족하며 먹어보라고 한다. 한 입 먹었다. 좋은 프란 맛이다.



 나는 얼마 전 소화불량으로 구토를 2-3일 한 뒤부터 식욕이 줄어들어 소식을 하고 있다. 더군다나 맥주나 포도주 등 술이 받지를 않아서 포도주는 아내만 마신 셈이 되었다. 그런데 낮에 포도주를 마시면 몸에 긴장이 풀려 노곤함을 느낀다. 아내가 식사 후에 그 노곤함으로 숙소까지 오는 것도 무척 힘들어한다.  그란 비아 대로는 햇빛이 강하게 쏟아져서 이를 피해 골목의 그늘 길로 숙소에 도착했다. 아내는 바로 소파에 들어 누워 잠들어 버린다.


 혹시 미래에 마드리드에 오시는 분이 빠에야를 먹고자 한다면 이 식당을 찾아보기 바란다. 내가 ‘이 식당 마케팅을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을 미리 밝혀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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