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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현서 Apr 16. 2024

스페인 3개월 살이(19)

- 얌전한 쿠엔카(Cuenca) -

오늘은 쿠엔카(Cuenca)에 간다. 쿠엔카는 중세의 도시로 절벽 곁에 지어진 ‘Casas Colgadas(매달려 있는 집)’로 유명세가 있다. 20여 년 전에 차로 가족을 데리고 주말에 온 적이 있다. 그때는 차를 파라도르 호텔(Parador de Cuenca)에 주차하고 점심을 먹은 뒤 매달려 있는 집만 가 본 것 같다. 매달려 있는 집은 한 때 왕족이 살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제는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차마르틴 역에서 9시에 아베(AVE) 고속철을 타기 때문에 7시에 집을 나서서 그란 비아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아침 식사는 차마르틴 역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그런데 길거리가 휑하다. 우리나라 같으면 출근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일 시간인데 그렇지 않다.



 지하철역으로 가는 대로에는 노숙자들이 아직 일어나지 않고 잠을 자고 있다. 500여 미터 되는 거리에 몇 사람이 이불을 덮고 누워있다. 안 됐다는 생각을 하며 지나친다.



 기차역에 있는 카페에서 아침 식사를 해결하고 기다리다 고속철을 탔다. 남쪽 알리칸테(Alicante)가 종점이다. 쿠엔카는 첫 정거장이고 1시간 4분 걸린다. 고속철 내부는 평범하다. 앞 쪽에 열차 카페가 있어서 카페 콘 레체를 주문해서 마셨다. 기차는 시속 300 킬로미터를 육박하고 있다. 차창밖에 펼쳐지는 풍경이 넓고 시원하다. 별 일없이 쿠엔카 역에 도착한다. 



 플랫폼에서 나가는 통로가 매우 인상적이다. 구름다리 통로인데 벽을 예술적으로 디자인해  공간을 만든 철판으로 만들었다. 빛이 여과하면서 그림을 보는 것 같다. 발상이 신선하다는 생각을 한다. 화장실의 풍경도 눈에 띈다. 



쿠엔카 고속철역도 세고비아역과 같이 평원 한가운데 외롭게 서있다. 역사는 그 규모가 크다. 땅이 넓은 나라이니까 건물 규모가 시원하게 크다. 매 1시간 간격으로 시내버스가 오가는데 이 버스를 타고 종점인 마요르 광장에 내렸다. 



 스페인 구 도시는 대부분 마요르 광장(Plaza Mayor)에서 시작한다. 마요르 광장에 내리니 도시 입구에 큰 성문이 보이고 광장 오른쪽으로 12-16세기 중 건설되었다는 성당이 높이 솟아있다. 성당 뒤쪽 길로 내려가면 매달려 있는 집으로 갈 수 있는데 우리는 이 쪽으로 가지 않고 구 도시 외곽을 보기 위해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산 정상에 세워진 도시이기 때문에 언덕길이 가파르다. 언덕길을 올라가면서 보는 쿠엔카의 도시 풍경은 조용하고 고즈넉하며 잘 정리된 얌전한 느낌이다. 톨레도나 세고비아에서와 같이 많은 관광객이 없으며 고속철을 타고 같이 온 관광객들만 돌아다니다 다시 만나게 된다.



 도시가 산 정상에 세워졌기 때문에 높은 곳에 올라가니 경치가 장관이다. 정상의 주거지 양쪽으로 보이는 계곡의 경치가 보는 이의 마음을 아찔하게 만든다. 쿠엔카는 관광 포인트가 매달려 있는 집이 아니라 도시 전체가 주는 얌전함 그리고 이 자연 풍광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것에 매료된다. 



 높은 곳에서 보는 쿠엔카의 전체도시 모습이 일품이다. 매달려 있는 집도 저 멀리 보인다. 시원한 바람을 즐기며 멍 때리면서 오랫동안 이 풍경을 감상했다.



 언덕에 핀 들꽃들도 너무 맑고 예쁘다.



 마요르 광장으로 내려와서 매달려 있는 집으로 갔다. 광장에서 성당 쪽으로 난 내리막길을 타고 간다. 오른쪽으로 깊은 계곡과 아찔한 느낌을 주는 절벽이 있고 계곡의 건너편에는 파라도르 호텔이 아름답게 서있다. 



 조금 더 낮은 포스트로 내려와 매달려 있는 집을 촬영했다. TV에서 보았던 중국의 절벽에 만든 사찰과 같은 아찔함은 없지만 이 것도 주변 풍경과 어울려 독특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박물관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박물관으로는 좁은 공간에 과거의 기억에 남는 것이 없었고 또 이곳을 들어가는 관광객도 없다.



 매달려 있는 집의 촬영을 잘할 수 있는 지점은 계곡에 설치된 ‘산 파불로 다리(Puente de San Pablo)’의 중간 지점이다. 그런데 내가 고소 고포증이 조금 있다. 높은 곳에 있으면 어지럼증이 와서 피한다. 그래서 다리에 갈 생각을 못하고 내리막길 다리 입구에 만들어진 다소 넓은 공간에서 촬영했다. 이 ‘산 파블로 다리’를 건너야 ‘파라도르 호텔’에 갈 수 있는데 포기했다.



 아내는 나 보라고 다리 중간에서 팔 벌리고 사진 찍으라고 한다.



 관광을 마치고 성당 옆의 카페 레스토랑에서 아르헨티나 식 파리야(Parrilla)와 샐러드를 주문해 점심을 먹었다. 길에 만들어진 테라스에 앉아 식사하고 있는데 한국인 부부가 오는 것이 보인다. 한국인은 느낌으로 바로 알아본다. 이들도 우리를 보고 한국인임을 알고 바로 인사한다. 은퇴하고 그 기념으로 스페인 한 달 여행 중이라고 한다,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스페인 여행은 처음인데 대단하게 만족하고 있었다. 식사는 평범했다.



 다시 시내버스를 타고 기차역으로 왔다. 



 오~~ 그런데 기차역에서 본 주변의 구름 풍경이 훌륭하다. 밝은 햇빛과 푸른 하늘 그리고 하얀 구름과 넓은 평원이 만들어내는 풍경에 마음이 시원하다. 다시 카메라를 들고 사진으로 남겨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의 좁은 화면에 이 광활한 풍경을 담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저 그 풍경은 기억의 영역에 남겨두고 사진은 그 풍경을 상기하는 증명밖에 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다시 마드리드로 돌아왔다. 오후 6시가 넘은 시간이어서 지하철을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쿠엔카 당일치기 여행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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