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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현서 Apr 19. 2024

스페인 3개월 살이(21)

- 청결한 대학도시 살라망카(Salamanca) -


 오늘은 살라망카에 간다. 구글 맵 측정 거리로는 마드리에서 약 220 킬로미터이다. 10시 14분 렌페(Renfe) 기차를 타기 위해 8시에 숙소를 나섰다. 차마르틴 역에 있는 카페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역사에서 대기하는 것이 마음이 더 편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아침식사 후에 역내 자판기에서 군것질할 것을 사기 위해 서 있는데 옆 자판기에서 한 여성이 ‘동전을 어디에 넣어요?’ 하고 묻는다. 나는 한국인인 것으로 생각하고 설명해 주려다 보니 스페인 여성이다. 한국말을 잘한다. 서울에서 살았다고 한다. 신기하다. 이곳 마드리드에서 우리 말 잘하는 스페인 여성을 만나다니. 자세한 얘기를 할 수 없는 분위기여서 곧바로 인사하고 헤어졌다.


 10시 14분 기차인데 시간이 다 되어도 승차 플랫폼 번호가 뜨지 않는다. 출발지연인 모양인데 아무런 방송도 하지 않는다. 대합실에는 승객들로 넘쳐난다. 모두 서서 전광판만 쳐다보고 있는데 누구 하나 항의하는 사람이 없다. 순한 양 떼들이다. 40분 가깝게 시간이 초과한 뒤 승차 플랫폼 번호가 뜬다. 많은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간다. 좌석이 배정되어 있는데 왜 몰려가지? 살라망카 욍복 소요시간은 갈 때 2시간, 올 때 3시간 거리이다. 고속철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차 내부는 청결하다.



 살라망카는 스페인 중북부 지역에 고원대지에 소재하고 있으며 카스티야-레온 주에 속해있다. 1988년에 구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특히 유럽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대학인 살라망카 대학교가 있다. 1218년 당시 레온(Leon)의 국왕이었던 알폰소 9세가 설립했다.


살라망카 역은 시내에 있다. 깨끗하고 상쾌한 느낌의 현대식 건물이다. 



 구글 맵을 열어 마요르 광장 위치를 확인해보니 역에서 1.7 킬로미터 거리이다. 걸어가기로 했다. 그러니까 역이 있는 곳은 신시가지이고 구시가지는 마요르 광장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마요르 광장은 항상 구도시의 중심광장이다. 이 광장을 중심으로 정부청사, 성당 등 정치와 종교의 주요 건물들이 몰려있다.


 마요르 광장 가는 신시가지 풍경은 매우 청결하다. 마드리드 그란 비아 거리에서 볼 수 있는 담배꽁초와 쓰레기 등을 거의 볼 수 없다. 그 청결함과 함께 약간 서늘한 기온 속에서 부드럽게 부는 바람이 걷는 여행객의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 시내의 상가 건물과 주택도 지나침이 없이 조촐하여 도시 전체가 잔잔한 안정감을 주고 있다. 살고 싶은 생각이 드는 곳이다.



 마요르 광장 입구 성문이 범상치 않더니만 오~ 도시 규모에 비해 광장 규모가 대단하다. 광장 건물 회랑 주변에는 카페테라스 식탁으로 차있다. 광장 주변으로 주요 관광 사이트가 몰려있다. 살라망카 신구 성당(Catedral Vieja y Nueva), 성 에스테반 교회-수도원(Iglesia-Convento de San Esteban), 살라망카 대학교(Universidad de Salamanca), 폰세카 궁정(Palacio de Fonseca), 클라베로 탑(Torre de Clavero), 조개의 집(Casa de Conchas) 등이다. 모두 가까운 거리에 있으므로 서두르지 않고 돌아보면 15~6세기 스페인의 독특한 플래터레스크(Plateresque) 양식의 건물을 감상할 수 있다. 아름답다.



 살라망카 대학은 학부별로 구도심지 곳곳에 나뉘어 있다. 길거리를 걷다 보면 건물에 학부 표시가 있어 아 그렇구나 하면서 지나간다. 또 도심지에서 약간 외진 곳에는 현대식 건물의 대학건물이 있다. 입구에는 등나무 꽃 이 만발하여 보는 사람을 감탄하게 한다. 등나무도 이렇게 화사하고 아름다운 꽃을 피워낸다니..... 꽃을 좋아하는 아내가 진심으로 즐거워한다. 



 늦은 점심을 Vips에서 먹었다. 창밖을 보니 한국인 단체 관광객 일행이 멀리서 보인다. 느낌이 그렇다. 아마 자유시간을 받아 돌아다니는 것 같다. 여행하다 보면 중국인들은 정말 많이 보이는데 한국인들은 가끔 보인다. 아직 여행 성수기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아내는 샐러드와 클럽샌드위치, 나는 까르보나라 스파게티를 주문했다.



 돌아가는 기차시간까지는 시간이 있었으므로 발길 닿는 대로 이곳저곳 돌아보는데 뒤에 따라오는 아내는 불평을 한다. 돌을 박아 만들어 놓은 길이라 걷기가 힘이 드는데 가본 길 또 가면서 사람 고생시킨다고.... 기차역에 조금 일찍 갔으면 한다. 당초 계획보다 40여분 먼저 다시 기차역으로 향했다. 길눈 밝은 아내는 구글 맵 없이도 대강대강 방향을 잘 잡는다. 구글 맵은 종종 골목길 같은 데서 혼란을 주는데 아내의 눈썰미는 정확해 대부분 정확하게 방향을 알아낸다. 이것도 따지고 보면 타고난 재주이다. 별문제 없이 역으로 와서 아내는 피냐 콜라다 한 잔을 흡입했다.



 살라망카 올 때는 차마르틴(Chamartin) 역에서 출발해 2시간 걸렸는데 돌아갈 때는 3시간 걸리며 종점이 프린시페 피오(Principe Pio) 역이다. 내가 모르는 역이다. 또 3시간이 걸리니 지루함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창밖으로 보이는 스페인 중부의 지평선이 안 보이는 넓은 평원은 시원하고 아름답기도 하려니와 좁은 땅에서 살아가는 한국인인 나에게 부러운 마음을 일으킨다. 아~ 우리나라가 이 정도의 국토를 가지고 있다면....  



 프린시페 피오 역은 처음이지만 생각보다 큰 역이다. 차마르틴 역과 같이 기차역과 지하철역이 붙어 있다. 차마르틴 역과 다른 것은 프린시페 피오 쇼핑센터(Principe Pio Shoping Center)가 함께 붙어 있어 전체적으로 볼 때 더 큰 느낌이다. 역사도 차마르틴 역보다 청결하고 관리가 좋다. 갑자기 이 역을 다시 가서 좀 더 알아보고 싶은 생각을 한다. 스페인을 자유여행하기 위해서는 기차와 시외버스 그리고 지하철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이런 의미에서 아토차 역, 차마르틴 역, 프린시페 피오 역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것 같다.


 숙소에 돌아와 메일을 보니 렌페(Renf)에서 보낸 메일이 들어와 있다. 오늘 아침 37분 열차 지연된 것에 대한 사과문으로 이해를 바란다는 내용이다. 아~ 문화가 다름을 다시 한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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