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현서 Apr 22. 2024

스페인 3개월 살이(25)

- 성벽(muralla)의 도시 아빌라(Avila) -

 아빌라는 마드리드 동북쪽 방향으로 약 110 킬로미터 거리에 있는 도시이다. 마드리드 프린시페 피오(Principe Pio) 역에서 기차를 타면 1시간 40분 거리이다. 오전 9시 40분 기차를 타려고 8시에 숙소를 나선다. 프린시페 피오 역까지 가는 시간은 20분이어서 이른 시간이지만 역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기차를 탈 생각이다. 그런데 역에 도착하니 식당이 즐비한 쇼핑센터는 10시가 되어야 연다. 썰렁한 역사에는 앉을자리 없는 간이 카페만 있다. 할 수없이 따듯한 커피와 빵을 사서 요기를 한 뒤 아빌라행 기차를 탄다.


 거리로는 얼마 되지 않지만 중간에 여러 곳에 정차하는 열차이다 보니 시간이 걸린다. 기차 속도는 최대 약 120 킬로로 전광판에 표시된다. 별 일없이 아빌라에 도착했다. 같이 내린 승객도 약 20여 명으로 그렇게 많지 않다.



 아빌라 관광명소인 12세기에 건설된 성벽까지는 1.7 킬로미터로 걸어가면 되겠다. 도시는 활기가 많게 느껴지지 않고 소박한 느낌을 준다. 마드리드보다 더 썰렁한 느낌의 기온인데 햇빛이 강해 그런대로 견딜 만하다. 일요일이어서 그런지 거리에 사람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아빌라가 12세기에 건설되고 잘 보존된 성벽 도시로서 명성을 가지고 있지만 관광객은 생각보다 많지 않구나 하고 생각한다.



 그런데 웬걸? 성벽입구 부근에 도착하니 관광객이 많이 보인다. 미국의 단체 관광객이 왔는지 미국 영어를 사용하는 백인 노인들 부부가 많다. 학생들 단체 관광도 여러 팀이 보인다. 주변의 카페도 사람이 들어차서 분주하고 여기에 한국인 자유여행자들도 몇 명 보인다.



 성 외곽과 살바도르 성당(Catedral de Salvador)을 대강 둘러보고 나니 점심 먹을 때가 된다. 아침 식사를 가볍게 때웠기 때문에 허기가 느껴진다. 급할 것도 없는 여정이기 때문에 우선 식사부터 차분하게 해야겠다. 성벽을 바라볼 수 있는 위치에 식당이 있어 테라스에 자리 잡았다.



 아빌라는 왕갈비구이(Chuleton)가 유명한가 보다. 성벽 오는 길에 보이는 식당 간판에 ‘아빌라의 왕갈비(Chuleton de Avila)’ 란 문구를 자주 보았다. 이 식당도 마찬가지이다. ‘오늘의 메뉴(Menu del Dia)’가 최소 2인 기준 52유로인데 구성을 보니 전식 3가지, 본식 왕갈비 750g, 그리고 후식과 음료이다. 1인당 26유로인 셈인데 참고로 스페인에서 점심식사로 내놓는 ‘오늘의 메뉴’의 가격은 대강 15~25유로이다. 그런데 본식으로 구워 나온 송아지 왕갈비구이 크기가 놀랍다. 이걸 다 먹을 수 있을까? 하고 걱정이 된다. 실제 다 먹지 못하고 남겼다. 과거 4~50대 같았으면 문제없이 먹었겠지만 지금은 어림도 없다.



 성벽 위를 걸어 보기로 했다. 성벽의 전체 길이는 약 2.5 킬로미터인데 이 중 1.3 킬로미터 정도만 개방하고 있다고 한다. 성벽 정문에 설치된 안내 사무실로 갔더니 입장료가 5유로이다. 어제 엘 에스코리알 경험이 있어서 경로 요금이 있는지 물어보았더니 65세 이상인 경우 3.5유로라고 한다. 그래서 70이 넘었다고 말하자 한 번 쳐다보더니 ‘호벤(Joven, 젊어 보이네요)’ 하고 바로 할인해 준다. 그런데 성벽으로 올라가는 입구가 그 사무실 안에 있다. 사무실 끝 벽에 난 계단으로 올라가니 바로 성벽 위 보도가 나온다.


 성벽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 보니 아래에서 보던 것과 다르게 매우 높게 느껴진다. 고소공포증이 다소 있는 나는 조금 어지럽다. 같이 따라온 아내 보기에도 민망해서 꾹 참고 성벽의 보도를 카메라 꼭 잡고 조심해서 걷는다. 성벽 위에서 보니 아빌라 구시가지와 신시가지가 저 아래에 넓게 보인다. 모두 주홍색 기와로 덮인 도시 풍경과 우리와 달라 매우 이국적이다.



 1.3 킬로미터 성벽을 다 걷고 끝자락 출구에서 내려왔다. 아내는 성벽의 보도가 부정형의 돌길이라 걷기가 힘들었다고 한다. 아내는 무릎 관절이 시원하지 않아 많이 걷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한다. 이 나이의 여성들에게 흔하게 있는 증상이다. 불평을 하는 것이 아니고  그랬다는 것이다.


 돌아가는 기차 출발 시간까지는 1시간 반 정도 남았다. 특별하게 더 볼 것이 없어 성벽에서 내려와 바로 기차역으로 가기로 했다. 여기에서도 2 킬로미터 정도 걸어가야 하니까 아내의 걷는 속도를 감안하면 한 30분 걸린다.


 일찍 온 셈이라 대합실에서 쉬고 있는데 출발 시간이 되니 어디서 왔는지 사람들로 대합실이 차기 시작한다. 기차 내부도 빈자리가 없이 만원이다. 신기하다. 내가 이른 기차를 타고 온 셈이고 그 때 많은 사람이 없었는데 그러면 한 시간 간격의 후속 열차로 온 사람들인가? 신기하다.


 이틀 연속으로 외곽도시를 다닌 것인지 숙소로 돌아오니 몸이 무겁다. 내일은 마드리드에서 그란 비아를 중심으로 동네나 왔다 갔다 할 생각이다.

작가의 이전글 스페인 3개월 살이(24)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