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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현서 Apr 23. 2024

스페인 3개월 살이(26)

- 손자의 세돌 생일 그리고 그란 비아 일상 -

 오늘은 손자의 세돌 생일이다. 칠순 되는 해 본 첫 손자이니 내게는 매우 귀하다. 그리고 아들내외와 500 미터 거리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손자 커가는 것을 거의 매일 보다시피 한다. 스페인으로 긴 여행 떠나면서 손자 못 보는 것이 가장 아쉬웠다. 아침에 화상통화로 아쉬움을 달랜다. 그 사이 얼굴도 그렇고 하는 짓이 어린이가 되었다. 말할 때 발음도 명료해지고 이제 생각을 하면서 대꾸한다. 잘 커주기를 바란다.



 오늘은 특별한 계획이 없어 레티로 공원 산책하고 점심을 먹자고 했다. 9시 넘어 숙소에서 나오니 공기가 생각보다 차갑다. 핸드폰 날씨 앱을 보니 기온이 12도이다. 여기에 바람도 있어 썰렁한 느낌이 든다. 그래도 걷다 보면 견딜 만할 것이다. 


 아침식사는 그란 비아 지하철 역 옆에 있는 맥도널드 점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숙소에서 더 가까운 판스(Pans)에서 먹을 수도 있지만 이 가게는 출입구를 상시적으로 오픈하고 영업을 하기 때문에 오늘 같이 썰렁한 날에는 부담이 된다. 그래서 맥도널드로 가기로 한 것이다. 생각해 보니 출국해서 맥도널드에서 처음 식사하는 것 같다. 오래간만에 맥모닝을 주문해서 잘 먹었다. 



 레티로 공원 가는 길은 밝은 햇빛과 청량한 공기로 매우 상쾌하다. 우리나라에서 상시적으로 볼 수 있는 뿌연 미세먼지가 없기 때문에 하늘은 항상 푸르다. 그 푸른 하늘과 마드리드의 아름다운 건물이 햇빛을 만나면 시시각각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 낸다. 보기가 좋아서 사진을 찍어 둔다. 하얀 색깔의 마드리드 시청 건물, 시벨리우스 분수대, 알칼라의 문 등 모두 아름다운 작품이다.



 오늘은 레티로 공원에 정문을 통해 들어가지 않고 측면 입구를 통해 들어가기로 했다. 그런데 같은 공원인데 측면 입구에는 ‘마드리드 공원(Parque de Madrid)’라고 쓰여 있다. 입구를 통과하자 잘 가꿔진 정원을 가운데 두고 양쪽에 돌로 정교하게 조각된 역사적 인물들의 전신상이 양쪽에 쭉 서있다. 아침 햇빛을 받아 다양한 음영을 만들어 내어 보는 사람의 눈을 즐겁게 만든다. 길 끝 쪽에 표시된 표지판을 보니 ‘아르헨티나 산책로(Paseo de La Argentina)’라고 적혀있다. 



 아침 햇살은 받은 공원 숲의 푸름과 공원 호수 그리고 기념물이 아름답다. 많은 사람들이 산책과 운동을 하고 호수에서 보트를 타고 있다. 공원 내 길거리 악사도 하염없이 악기를 연주하고 있다. 우리 내외도 산책하거나 벤치에 앉아 멍 때리며 시간을 보낸다.



 12시가 조금 넘어서 점심을 먹기 위해 그란 비아 거리로 다시 들어온다. 아내가 맛있게 먹었다는 그란 비아 거리 골목길의 해산물 식당을 찾아간다. 해산물 파에야를 먹기 위해서이다. 이 식당 해산물 파에야는 가성비가 매우 높은 음식이다. 파에야는 주문을 받은 후에 음식을 준비하기 때문에 나오기까지는 30여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참을성이 필요한 음식이다. 역시 보기에도 좋고 맛도 좋다. 



 식사 후에 숙소로 돌아와서 쉰 뒤 오후 5시 가까운 시간에 다시 그란 비아 거리에 산책 나왔다. ‘햇빛은 쨍쨍, 공기는 서늘, 바람은 약간’의 날씨가 매우 기분 좋다. 인파들이 많아져서 몰려다니고 있음에도 날씨가 상쾌하니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카페와 식당 테라스에도 사람들이 먹고 마시며 담소하고 있다. 항상 느끼지만 정말로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을 한다. 


 그란 비아 ‘카야오 지하철 역(Metro Callao)“ 오후 5시경 주변 풍경이다.



 역시 그란 비아 ‘그란 비아 지하철 역(Metro Gran Via)’ 풍경이다.



 그란 비아 거리에서 사람들의 분주한 왕래 속에서 자세히 보면 삶의 고단한 현장이 보인다. ‘삶은 현실’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사진에 담아둔다. 아내는 이런 경우 사진을 찍지 말라고 훈계한다. 사진을 찍으면 내게 돈을 달라고 해서 그 앞에 놓고 온다.



 여행을 나온 뒤 한식을 거의 먹지 않았다. 나는 해외생활을 오랫동안 한 탓으로 한식을 먹지 않아도 잘 버틴다. 더구나 마드리드 도착 후 아내가 만들어 준 꼬리곰탕을 먹고 체한 뒤 구토를 하는 등 한 이틀 고생했는데 그 후로 더욱 그렇다. 그런데 아내가 스페인 광장 부근에 있는 한국식품을 파는 중국 슈퍼마켓에 가서 김치를 사자고 한다. 


 산책 겸 스페인 광장으로 내려가고 있는데 광장 가까운 곳에서 경찰과 소방차가 다수 출동해 길을 통제하고 있다. 위를 쳐다보니 불은 아닌 것 같은데 한 건물을 들어갔다 나왔다 하며 분주하고 사람들이 무슨 일인가 하고 몰려 있다. 나도 몇몇 사람 한데 무슨 일인가 하고 물어보았지만 아는 사람이 없다. 



 막힌 길을 돌아서 중국 슈퍼마켓에 가서 김치를 구입했다. 500g 봉지가 6유로이다. 그곳을 나와서 골목의 길을 돌아보니 중국인 식당, 식품점 등이 많이 들어서 있다. 스페인 광장과 연결된 골목길인데 참고로 길 명칭을 남겨놓는다. 한국음식점도 보았다. 문이 닫혀있어 안내판을 보았더니 월요일은 휴일이다. 



  숙소로 가는 중에 맞은 편 거리에서 갑자기 '라드론(Ladron, 도둑이야)!' 소리가 들리며 남자와 여자가 싸우는 모습이 보인다. 누군가의 가발도 벗겨지고 소란스럽다. 사람들이 핸드폰을 들고 촬영하기도 하고.... 소란은 계속된다. 문제의 여자가 큰 소리를 치며 차도로 들어가 내려가자 남성도 계속 따라간다. 사건 내용은 잘 알수 없지만 불미스러운 일인 것 같다.  소란을 일으킨 사람들이 멀어진 후 느린 산책을 충분하게 한 후 7시가 넘어 숙소에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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