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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현서 Apr 25. 2024

스페인 3개월 살이(27)

- 아토차 길(Calle de Atocha) 걷기 -

 마드리드 날씨가 다소 차갑다. 오전 9시경 기온이 5도이다. 오후에는 18도 정도로 올라가는 것으로 예보되어 있지만 오전 내내 12도 정도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 기온이면 걸어 다녀도 으슬으슬하다.


 오늘 특별한 일상이 없다. 그래서 운동 삼아 그란 비아 거리에서 프라도 산책로(Paseo de Prado)로 내려간 뒤 아토차(Atocha) 역 방향으로 간다. 황제 광장(Plaza del Emperador)에 도착하면 이곳에서 아토차 길(Calle de Atocha)을 타고 올라가 마요르 광장(Plaza Mayor)에 간다. 그리고 마요르 광장에서 숙소로 돌아온다. 이러면 구시가지를 반 바퀴 정도 도는 것이 되지 않을까 싶다. 여행은 걷는 것이 일상이고 걸으면 자꾸 새로운 것을 보고 느낀다.


 아토차 길을 걸어보는 것은 우리 부부가 2019년 늦가을 ‘스페인 1개월 살이’ 중 마드리드에서 며칠 거주할 때의 추억 때문이다. 우리는 황제 광장 앞 아토차 길이 시작되는 코너의 ‘60 BALCONIES’라는 아파트 호텔에 머물렀고 여기서 항상 아토차 길을 타고 구시가지에 들어갔다. 


 아토차 길을 쭉 타고 올라가면 필연적으로 구시가지의 중심인 마요르 광장 입구를 만나게 된다. 중간에 하신토 베나벤테 광장(Plaza de Jacinto Venavente) 광장을 만나게 되는데 여기에서 혼동하지 않고 아토차 길을 찾아서 조금 올라가면 바로 광장 입구가 보인다. 


 그란 비아 거리에 나와서 걷다 보니 날씨가 찬데 여성 모델이 여름옷을 입고 사진 촬영을 반복하고 있다. 그 모습을 보는 내가 오히려 추워진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프라도 거리의 녹음이 며칠 전보다 짙어졌다. 나는 넓은 이 길을 지날 때마다 항상 편안함을 느낀다. 수목이 울창하게 심어져 그늘을 만들어 주고 도심의 긴장을 이완시켜 준다. 



 과거 며칠 머물렀던 아파트-호텔인 ‘60 balconies’에 가보았다. 그런데 분위기가 변했다. 아파트-호텔 입구 주변에 이민자 4~5명이 좌판을 펼치고 가짜 명품 가방 등을 판매하며 자꾸 말을 걸며 판매를 유인한다. 호텔 입구에 진입하려면 이들의 좌판을 지나가야 한다. 호텔은 아파트를 개조해 만든 4성급으로 겉보기와는 다르게 내부는 매우 넓고 편리하며 청결했다. 



 아침 식사는 주로 모퉁이에 있는 ‘루시아노(Luciano)’라는 카페-레스토랑에서 했는데 지금은 없어지고 ‘티에르라(Tierra)’라는 카페가 생겼다. 카페 간판도 붉은색에서 검정 색으로 바뀌었다. 따지고 보면 5년이 지난 것이니 이상할 것도 없다.



 아토차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니 건물이나 도로 보수 작업이 많다. 호텔 리모델링을 많이 하고 있는데 아마도 늘어나는 관광수요 때문인 것 같다. 스페인은 과거 같으면 지금이 관광 비수기인데 구시가지가 관광객으로 넘쳐나고 있다.


 아토차 길은 마드리드에서 일상적으로 보는 평범한 차도이다. 다만 마요르 광장과 연결되어 있어 사람과 차량의 통행량이 많다. 단기 체재하는 여행객은 이 길을 기억할 필요가 없지만 며칠간이라도 머물 경우 알아두면 편리하다.  



 아토차 길을 따라가면 하신토 베나벤테 광장을 만난다. 크지 않은 광장이지만 사람이 많아 분주하다. 특히 광장 아래는 공용 주차장이 있어 차들이 들락거린다. 마요르 광장을 실수하지 않고 가기 위해서는 이 광장과 연결된 아토차 길을 잘 찾아야 한다. 보통 건물 2층 귀퉁이에 길표지가 조그맣게 붙어있다. 이 표지판을 잘 보고 가지 않으면 광장을 눈앞에 두고 골목길을 뱅뱅 돌게 된다. 내 경험이 있어 말해 둔다.



 점심을 먹기 위해 아토차 길가에 있는 소박한 식당에 들어갔다. 동네 밥집이다. 밖에서 보니 연륜이 있는 식당으로 보여 들어가기로 한 것이다. 벽걸이 장식이 복고적인데 식당 분위기와 어울린다. 



 ‘오늘의 메뉴’를 주문했다. 1인 기준 13.5유로인데 지금의 마드리드 물가에 비해 저렴한 것이다. 그런데 나오는 음식이 맛이 좋고 내용이 충실하다. 의외로 잘 먹고 나왔다. 특히 파에야가 따끈해서 먹을 만했고 감자를 곁들인 스테이크도 좋았다.



 마요르 광장을 돌아보고 난 뒤 이제 며칠 후 마드리드를 떠나 남쪽으로 가면 정말 다시 올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하며 그란 비아 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구글 맵을 켜고 숙소로 돌아가는 중이다. 그런데 맵이 그동안 가보지 않은 길로 안내하고 있다. 카날레하스 광장(Plaza de Canalejas)인데 처음이다. 광장을 감싸고 있는 건물들이 매우 품위가 있고 보기가 아름답다.



건물 사진을 인파를 비켜가며 찍고 있는데 어디서 아내가 나를 부르고 있다. 그 많은 소음 속에서도 멀리서 ‘xx 아빠!’ 부르는 소리가 날카롭게 귀에 떨어진다. 부르는 곳으로 찾아가 보았더니 ‘카날레하스 갤러리(Galeria de Canalejas)’라는 건물이다. 나는 무슨 미술관이려니 생각했다. 그런데 들어가 보니 다양한 명품매장이 들어서 있다. 2층과 3층도 있는데 1층만 주마간산 격으로 돌아보았다. 여기에도 명품으로 두른 중국의 젊은 여성들이 서성이고 있다. 



 지하층은 푸드 코트인데 매우 화려하게 꾸며져 있다. 그러나 건물 외부에 널려있는 가페들과는 다르게 고객들이 거의 안 보여 민망한 수준이다.



 갤러리를 나와서 벤치에 앉아 쉰다. 앞을 보니 교육부 건물이 보인다. 스페인 정부 부처는 한 장소에 몇 개 부처가 모여 있기도 하지만 또 이곳저곳에 떨어져 있다. 돌아다니면서 종종 부처의 독립청사를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외교부 건물은 마요르 광장 옆에 있다. 정보통신부 건물도 다른 곳에서 보았다. 위치는 기억나지 않는다. 문화부도 그런 것 같다.



 카날레하스 광장과 연결된 골목길 입구에 대마초 판매 상점이 보여 들어가 본다. 대마초와 흡연기구 그리고 대마초를 사용해 가공한 여러 가지 제품(피부크림, 사탕 등)을 판매하고 있다. 종업원에게 물어보니 스페인에서 대마초 흡연은 합법이라고 한다. 다만 공공장소가 아닌 곳의 실내흡연만 가능하다. 여성들도 몇 명 들어와서 무엇인가 구매하고 간다.



 오후 5시가 가까워져 일단 숙소에 들어왔다. 잠깐 쉰 뒤 7시경에 다시 나와 커피 마시자고 그랬는데 아내는 피곤한지 나가지 않겠다고 한다. 내일은 아란후에스(Aranjuez)에 있는 왕궁(Palacio Real)에 가볼 생각이다. 렌페(Renfe)가 운영하는 세르카니아스(Cercanias) 앱을 열어 교외선 노선을 보니 아토차 역에서 45분 거리이다. 30여분 간격으로 기차가 있다. 앱을 통해 왕복 열차표를 구입했다. 16.20유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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