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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현서 Apr 25. 2024

스페인 3개월 살이(28)

- 베르사유를 본 딴 아란후에스(Aranjuez) 왕궁 -

 아란후에스(Aranjuez)는 마드리드 근교에 있는 작은 도시이다. 아토차(Atocha) 역에서 교외선(Cercanias)을 타면 40분이면 도착한다. 이 도시는 아름다운 정원과 잘 꾸며진 방들을 가진 왕궁(Palacio Real)을 가지고 있어 유명하다. 이 왕궁은 필립 2세(Felipe II)가 이곳에서 여름을 보내기 위해 건설을 했다. 그 뒤에 찰스 3세(Carlos III)와 이사벨 2세(Isabel II)가 이 궁전을 애용하면서 많은 돈을 낭비해 가며 방과 정원을 조성했다. 특히 베르사유 궁전을 많이 모방했다고 한다. 300개가 넘는 방이 있는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아침에 숙소에서 나와 아토차 역에서 기차를 탈 때까지 기온이 5도에 머물러 추웠다. 9시 13분 차를 타기 위해 플랫 폼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차가 오지 않는다. 아내는 플랫폼이 너무 추우니 올라가서 기다리자고 하는데 나는 늦어진 기차가 언제 도착할지 몰라 플랫폼에서 그냥 기다렸다.. 그런데 기차가 결국 오지 않고 다음 기차인 9시 50분 차를 타게 되었다. 아내는 '평생 내 말을 따르지 않는다'며 불만을 쏟아낸다. 나 때문에 추웠다고.  결국 9시 50분 기차를 타고 몸이 따듯해지니 기분이 좀 풀린 것 같다.


 아란후에스 역에 도착하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내린다. 기온은  마치 걷기에 좋다. 햇빛도 짱짱하다.


 기차역은 그 모습이 보기 좋은데 스페인의 다른 소도시 기차역이 그렇듯이 서비스 시설이 빈약하다. 공중 화장실이 없다. 할 수없이 역사 코너에 있어서 잘 보이지도 않은 카페에 들어가 커피 한잔 마시고 화장실을 다녀왔다. 문득 이 카페는 화장실을 이용해 장사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왕궁 위치는 구글 맵으로  1.7 킬로미터 거리이다. 걷기로 하고 기차역을 출발해 길로 나오니 완전한 시골길이다. 걷기에는 좋다. 푸른 가로수가 있는  길을 천천히 걷다 보니 얼마가지 않아서 저 멀리 궁전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1.7 킬로미터는 기차역에서 궁전의 입구까지 거리인 것 같다. 궁전이 넓다 보니 궁전 영역에 들어서서도 입구까지는 한참 걸어야 한다.



 아마도 궁전 뒤쪽으로 진입한 것 같다. 매우 넓은 연병장이 있고 그쪽에 지어진 건물이 길쭉하게 크다. 무슨 건물일까? 병영이었을까?



 궁전 뒤쪽 모습도 우람하다. 첨탑도 햇빛을 받아 아름답다.



 회랑들이 햇빛을 받아 아름답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만든다.



 궁전 앞쪽으로  돌아가니 아름다운 정원이 보이기 시작한다. 정원에는 많은 조각상과 분수대가 있다. 인공미와 자연미가 함께 있는 정원이다. 이곳저곳을 분주하게 돌아본다. 재미있다. 관광객이 꽤 많이 돌아다닌다. 학생들이 야외 수업을 왔는지 왁자지끌 하며 떼 지어 다니고 있다.



 궁전 내부는 입장료를 내고 들어간다. 성인 1인 당 9유로인 것 같다. 매표소에서 경로라고 했더니 4유로 경노요금을 적용해 준다. 안내표지판을 따라서 개방된 방만 돌아본다. 각 방들의 화려함이 대단하고 방마다 특색을 갖추고 있어 매우 흥미롭다. 아랍 식 방과 중국 식 방도 있다. 매우 흥미롭다.



특히 왕의 접견실은 균형감 있고 보기 좋게 잘 꾸며져 있다. 정말 귀태가 흐른다.



왕궁 전용 성당도 있다. 아름답고 귀태난다.



 아름다운 탁상시계들이 방마다 갖춰있는데  내가 시계에 관심이 많아 아주 즐겁게 감상했다.



 20년 전 마드리드에 거주할 때 가족을 데리고 왔는데 그때는 대충 보고 갔는지 기억이 명료하지 않다. 다만 세라믹으로 장식한 중국 식 방은 기억에 남아있다.


 왕궁 구경을 마치고 나와 왕궁밖에서 식당을 찾다가 마땅치 않아서 버거킹에 들어갔다. 왕궁에서 보았던 학생들로 꽉 차있다. 주문을 했지만 많은 시간을 기다렸다. 햄버거는 우리나라에서 먹던 것보다 사이즈가 커서 다 먹지 못하고 남겼다. 같은 것 같으면서 조금씩 틀리다. 세트 메뉴에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이 포함되는데 그 양이 너무 많다.


 식사 후 역으로 와서 돌아가는 기차에 올라탔다. 꽤 많은 사람들이 탄다. 5시 반경 아토차 역에 도착하고 다시 지하철을 이용해 숙소에 돌아왔다.


 이제 이틀 밤 자고 토요일이면 마드리드 한 달 생활을 끝내고 코르도바(Cordoba)로 내려간다. 빌린 숙소를 돌려줄 준비도 해야 하고 휴식도 하며 짐을 다시 싸야 하니 나머지 이틀은 마드리드에서 머물 생각이다. 특히 마드리드에 체류하며 가고자 생각했던 주변 도시들도 다 가보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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